농촌융복합기업 우수제품 “비싸도 팔린다”

비싸도 팔리는 상품들이 있다. 비싼 것이 경쟁력인 상품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원재료가 무엇인가, 누가 만드는가, 어떤 기능이 있는가의 차별화로 ‘사람과 함께’ 뜬다. 농업 1번지 전남권의 융복합 식품들이 유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싸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과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

 

전통적인 가치를 이어받으면서 이 시대에 맞게 진화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식품은 맛과 기능적 가치, 가격 경쟁력을 겸비해야하기 때문에 작은 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소비자들의 선택은 과거와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맛이 있다면, 분명한 가치가 있다면, 개성이 있다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충성고객을 꾸준히 모아가는 이들이 미래 농촌의 주역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전남 지역, 장류를 기반으로 한 두기업체와 쌀가공상품을 현대에 맞게 진화시킨 두 기업의 사례를 보자.

 

고로쇠 장류의 달인 ‘피아골 미선씨’

 

피아골의 혁신을 이룬'피아골 미선씨' 김미선 대표(오른쪽).
피아골의 혁신을 이룬'피아골 미선씨' 김미선 대표(오른쪽).

‘피아골 미선씨’는 식품 브랜드이면서 김미선 지리산피아골식품영농조합법인 대표의 닉네임이다. 김 대표를 ‘피아골 미선씨’로 부르게 된 계기는 2014년 방영된 KBS ‘인간극장’이 출발점이다. 국내 최연소 처녀 이장으로 소개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미선씨의 인생 스토리를 본 관광객들이 피아골로 몰려들었고 피아골 꼭대기 마을에는 ‘미선씨 만나는 곳’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녀의 인기는 단순히 ‘최연소 처녀 이장’이란 직함 때문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을 실천하고 있는 인생 스토리 때문 이었다. 김미선 대표는 지난 3월 초 고로쇠 수액 3300 개를 탑차에 싣고 대구에 다녀왔다. 코로나19 에 대처하는 의료진들의 분투 모습을 보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쇠 수액이 독소 제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에게 기증하고 싶었다고 한다. 택배도 여의치 않고 배송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없어서 직접 탑차를 몰고 갔다. 피아골 미선씨를 상징하는 단면이다.

 

피아골은 구례군 내동면 초입에서 시작된다. 미선씨네 사업장은 피아골 초입에서 산길로 10km 이상 올라가는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가구는 50여 호. 그곳에서 나고 자란 미선 씨는 IMF 사태가 왔을 때의 고난을 잊지 못한다. 관광객이 끊기고 생업이 위태로워진 피아골 주민들 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전국에서 가장 민원이 많은 지역으로 불리며 관공서에서는 ‘피아골 것들’이라고 손가락질했다.

 

미선씨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이런 약속을 했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싸우지 말고 서로 도우며 살자.” 머잖아 미선씨는 어른이 되었고 대학을 졸업 하자마자 피아골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부모님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오던 고로쇠 된장·고추장·간장·청국장을 고품질로 시스템 양산하고 마을 주민들의 상품을 수수료 없이 판매대행하면서 변화를 만들었다.

 

마을 이장으로 뽑혀 수많은 혁신을 이끌어냈다. 처녀 이장이 주도하는 피아골은 분쟁 없는 마 을이 되었고 소득이 늘어났으며 지자체에서 선정한 각종 지원사업의 혜택도 받았다. 지난해 미선씨는 농촌융복합산업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미국 수출용 선적 중인 고로쇠 수액과 장류.
미국 수출용 선적 중인 고로쇠 수액과 장류.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선씨는 하나하나 극복하며 피아골에서 만드는 식품들을 ‘비싸게 팔테닷!!’이라는 카피에 맞게 발전시켰다. 고로쇠 수액과 장류 판매는 고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고로쇠는 프랑스의 에비앙보다 6~7배 가격을 받는다. 피아골식품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다. 김 대표가 처음 사업에 나섰을 때는 –7억이라는 빚으로 출발했지만 2015년 1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지난해 10억원을 돌파했다. 피아골 미선씨를 태우고 달리는 탑차에는 ‘비싸게 팔테 닷!!’의 근거가 씌어 있다. ‘왜? 좋은 걸로만 제대로 만들었으니깐!!’

 

고급 맛에 맞춘 금정전통장류 ‘속깊은 된장’

 

이정희 금정전통장류 영농조합법인 대표.
이정희 금정전통장류 영농조합법인 대표.

영암군 금정면에서 장류 제품을 생산하는 금정전통장류 농업회사법인은 8년 전 출범했고, ‘속깊은 된장’이라는 브랜드 노출은 3년 전부터 확산되었다. 이정희 대표는 1992년부터 영암 금정면 모정마을에 주말농장을 만들어 감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된장을 담가 이웃과 형제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요리솜씨가 좋았던 친정어머니의 기법을 응용한 것이 좋은 반응을 냈고 2012년 농업법인을 세우게 된다.

 

속깊은 된장과 간장은 영암 지역 내에서 생산 된 콩을 직구매하고 신안 천일염을 사용해 제조한다. 영암의 깨끗한 지하수 우물과 햇콩, 친환경 재배 볏짚과 조리대를 이용한다. 잘 띄운 메주를 오랫동안 우려내어 2년 이상 숙성 시키는데 이 기다림의 과정을 ‘속깊은 장류’ 브랜드에 담은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끝없이 연구하는 경영인이다. 전통의 맛을 새로운 세대에게 맞추기 위한 연 구다. 전통장류 특유의 강한 냄새와 짠맛에 익숙치 않은 세대들의 후각과 미각을 사로잡기 위한 개발이다. 황후된장과 청국장환 제품이 대표적이다. 황후된장은 메주콩을 불리지 않고 바로 삶아 멸치·다시마·표고버섯을 첨가해 메주에서부터 띄우기를 반복해 만든 된장이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찾아낸 깊은 맛은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입점으로 전국화되었다.

 

현대인 세대 맞춤용 금정전통장류 상품.
현대인 세대 맞춤용 금정전통장류 상품.

청국장환은 일반 청국장에 비해 냄새는 물론, 짠맛도 덜하지만 깊은 맛을 이끌어낸다. 돼지감자 등 각종 부재료를 더해 젊은 층과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췄기 때문이다. 이정희 대표는 ‘모든 제품들의 원료는 100% 국내산’이라는 점과 ‘4무(방부제無, 화학조미 료無, 색소無, 첨가물無)’ 제조라는 점을 강조 한다.

 

발아현미 상품의 정점 ‘미실란’

 

2015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한 (주)미실란의 이동현 남근숙 부부.
2015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한 (주)미실란의 이동현 남근숙 부부.

곡성의 ㈜미실란은 발아현미 상품 전문기업이다. 곡성군의 기업유치 정책에 의해 2006년 3 월 이전해 온 미래형 농업회사법인. 이동현 대표의 닉네임은 ‘박사농부’다. 서울대와 일본 규 슈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고 우리 쌀의 경쟁력과 미래 대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농촌진흥청과 함께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대중과 시장을 위한 제시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2005년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독특한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의외의 현상들을 많이 겪게된다. 기대했던 상품보다 기대하지 않았던 상품이 효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 것이다.

 

미실란 제품은 발아한 상태의 현미 또는 발아 현미를 원료로 한 미숫가루 등 농산가공품이 다. 창업 2년만인 2007년 농업유통과 거래하기 시작해 신세계백화점과 타워팰리스 스타 슈퍼, 현대백화점 등 서울 강남권에 진출했다.

 

일반 제품보다 5배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어려울 만하면 새로운 상품이 효자로 등장하곤 하면서 사업 흥미가 배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연구자로 돌아가곤 한다. ㈜미실란은 곡성읍의 한 폐교를 인수해 개조한 식품 제조사인데 경영적 요소 보다 연구적 기능들이 더 많다. 부설연구소와 작물시험 농장이 자리잡고 있고, 농촌진흥청 에서 선발 추천한 특수미를 포함해 수백 가지 품종의 시험재배가 진행된다.

 

미실란이 개발한 ‘발아현미’는 일반 현미에 적정한 수분, 온도, 산소를 공급해 1~5mm정도 싹을 틔운 쌀을 말한다. 현미의 영양과 기능을 극대화시키면서 거친 맛의 단점을 극복 한 쌀이다. 이 연구를 통해 발아현미미숫가루, 현미간식, 현미차 등을 시판하고 있다. 현미의 모든 영양소를 갖추고 기능성 역시 3배 정도 증가하도록 발아시키는 게 핵심 기술이다. 이 대표는 14년 간 300여개 품종의 발아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이동현 대표가 곡성에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정난이 심각했고 친지들의 만류도 많았다. 아내 남근숙 씨가 우직한 남편 을 보완해 주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미숫가루 제품이 인기제품이 되면서 사업의 안정화가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수상을 했다. 도지사와 장관 표창,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에 이어 지난해에는 UN에서 선정한 모범농민상 까지 수상했다. 이런 이력들이 실제 판매에 도 움이되는지 물었더니 “신뢰감을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을 주며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실란의 올해 주력상품은 ‘발아오색 타로미수’다. 위암 환자인 모친을 위해 개발한 상품이이다. 무농약 잡곡, 유기농 오색 발아현미와 곡성 무농약 토란을 사용한 간편 건강식이기도 하다. 이물감이 없어 목넘김이 편하고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환자식으로도 가치가 높다. 발아현미에 토란을 접목한 것이 이채롭다. 토란은 ‘땅 속의 계란’으로 불린다. 하지만 접근하기 어렵고 요리도 불편해 영양 활용도가 낮았다.

 

발아오곡과 토란을 결합한 신상품 타로미수.
발아오곡과 토란을 결합한 신상품 타로미수.

미실란은 삶은 토란가루를 고압볶음 미세 분쇄방식으로 가공해 타로미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토종의 힘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맛있게 먹는 음식이 보약이 되게 한다’는 신념으로 일한다. 비싸도 팔릴 수밖에 없는 상품의 배경이다.

 

100% 햅쌀 누룽지의 힘 ‘쌍지뜰 전통식품’

 

김해옥 쌍지뜰전통식품(주) 대표.
김해옥 쌍지뜰전통식품(주) 대표.

쌍지뜰전통식품㈜은 순천 쌍지마을에 자리잡은 농업회사법인이다. 순천만에 인접한 마을 이름을 그대로 기업명과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누룽지. 산지 농협에서 수매한 친환경 햅쌀을 원료로 한 ‘찹쌀누룽지 왕’의 인기가 높다.

 

쌍지뜰은 김해옥 대표를 비롯한 전 직원이 여자다. 여성의 힘을 기반으로 여성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식품기업이다. 배경을 보자.

 

김해옥 대표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40대에 들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각종 요리 자격증을 따고 제과·제빵 강의를 하다가 쌍지분교를 임대해 요리 체험장을 만들었다. 이로부터 사업 동기가 생겼는데,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단순 체험학습이 아닌 ‘안전하면서도 품질 좋은 간식거리’가 필요했다. 엄마와 할머니가 해주는 밥처럼, 정성스럽게 식구들을 먹이는 심정으로 누룽지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마을 어른들과 함께 시작한 것이 쌍지뜰의 출발점이다.

 

쌍지뜰 대표상품인 햅쌀누룽지와 쌀과자.
쌍지뜰 대표상품인 햅쌀누룽지와 쌀과자.

 

기존 누룽지와 다른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원재료다. 현지 농협에서 수매한 햅쌀을 사용한다. 당연히 100% 국내산이다. 둘째,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누룽지는 밥을 해서 눌러서 베타 화(노화)시키는 방식이다. 쌍지뜰은 밥을 하지 않고 쌀을 불린 뒤 그 쌀의 전분만을 이용해 만든다. 꼬들꼬들한 맛이 살아 있는 비결이다. 셋째, 가마솥이 아닌 동판에서 굽는다. 영양 파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화 시설로 제조과정 전 구역이 청결구역으로 운영된다.

 

쌍지뜰의 누룽지 과자는 국내에서 가장 품질 이 좋고 맛의 차별화가 드러나는 게 강점이다. 순천 지역에서 판매가 시작돼 전국화가 이루어지는 중이고 최근 삼성웰스토리 입점이 확정되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수출은 미국 LA, 시카고, 뉴욕, 애틀란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쌍지뜰은 2015년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마을 기업이 되었다. 그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이 임직원이다. 이듬해에는 농어촌융복합(6차) 사업자 인증을 받았다. 한 마을의 할머니 어머니들이 같이 만들고 같이 포장하면서 ‘우리 마을이 이렇게 신난 적이 언제였던가’ 회고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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