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마트전쟁 중
외국 대형마트 vs 토종 지역마트
물량·가격 앞세워 섬세한 서비스로 승부



최근 일본에서는 코스트코를 필두로 글로벌 대형마트들의 공습이 세차다. 일부에서는 그간 외국계 마트가 성공할 수 없다는 업계의 통설마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토종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찮다. 특히 소규모 지역 마트들은 실시간 품질 대응으로 고객만족에 적극적이다. 격전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의 마트전쟁 이야기.

쇼핑객으로 붐비는 코스트코 매장.


◎ 코스트코_ 10년 만에 글로벌 유통업체 위력 발휘

2009년 9월 일본 사이타마현 미사토시에 대형쇼핑몰 라라포트 미사토가 오픈했다. 대형쇼핑몰 내 핵심에는 예상과 달리 일본의 대형마트가 아니라 코스트코, 이케야 같은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 입점했다. 반면 기존의 강자였던 이토요카도는 단순한 식료품 매장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라라포트 미사토 개발을 담당한 미쓰이부동산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점포를 선정한 것뿐’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유통업체의 굴욕으로 회자됐다. 이후 코스트코에 고객이 몰리면서 유통업계의 긴장도 한층 높아졌다.


물량 가격 싸움에서 한수 위

코스트코는 전 세계 점포가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일명 창고형 매장으로 판매상품의 저렴한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용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콘크리트 재질로 된 바닥, 천장까지 쌓아올린 상품박스, 계산대 옆에 위치한 핫도그 판매점 등 일본에도 미국 점포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상품구성도 동일했다. 판매상품의 40%는 수입품으로 채워졌는데 가격이 일반 편의점보다 50% 가량 낮았다. 예를 들면 롤빵세트(35개)가 523엔, 수입 미네랄워터(500㎖×35개)가 599엔에 판매됐다. 미네랄워터의 경우 개당 17엔으로 일반 편의점의 절반 가격에 팔렸다.


유명브랜드 상품도 저렴하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유명 브랜드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한 점도 주효했다. 기존 일본마트에서는 대부분 비주류 브랜드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고상품을 파격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반면 코스트코는 유명제품을 대량으로 묶어 세트로 판매하면서 판매단가를 크게 낮췄다. 덕분에 코스트코 매장은 평일에도 긴 행렬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정타는 ‘아줌마 부대’

그간 일본 마트가 내세우던 외국 유통업체의 고전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많은 종류를 소량으로 구매하는데 외국계 마트는 대량상품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아줌마들의 입김에 힘입어 인기몰이 중이다. 예전에 일본 소비자들이 이용했던 단체구매 방식으로 그룹쇼핑이 붐으로 확산되고 있다.

평일에 코스트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주로 3~5명의 주부그룹. 회원과 함께 가면 쇼핑을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회원 1명, 자동차 운전담당 1명, 회계담당 1명으로 구성된다. 연간 4200엔(약 5만7000원)에 달하는 연회비 부담도 크게 덜게 됐다.

이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낸 다음 집 근처에 모여 자동차로 코스트코로 쇼핑을 온다. 도착하면 그룹별로 상담을 거쳐 구매할 물건을 정한다. 전자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쇼핑하는 무리들도 있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오히려 일본 소비자의 까다로운 구매와 코스트코의 컨셉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한다.
“일본의 소비자는 상품의 가치와 가격을 숙지하고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구입을 합니다. 이는 코스트코의 운영방식과 상통하는 점이기도 하지요.”


글로벌유통업체, 돌격 예고

코스트코는 1999년 후쿠오카현에 1호점을 오픈한 뒤 1년에 1개씩 오픈하는 식으로 꾸준히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여왔다. 앞으로는 1년에 3~6개씩 점포를 늘려가면서 오픈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미국계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물량을 앞세워 일본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외국자본의 유통업체가 일본에서 성공한 적은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2위의 글로벌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2000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5년 만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최근 사례로 이러한 통설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일본 진출이 알려지면서 일본 유통업체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앞세워 물량싸움으로 나선다면 일본마트들의 우위를 자신할 수 없다”며 “자칫하면 국내기업의 입지가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지역마트_ 고객과 접점에서 장기 부각

일본 유통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지방마트의 선전이다. 이들은 글로벌 유통체인과 대기업 매장에 맞서 고객니즈에 맞춘 세심한 판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본 없이도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노력과 관찰력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마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두 곳의 사례.


사례① 치바현 야오코마트

치바현의 우라야스시의 야오코마트는 점심시간 고객의 발길이 뜸할 무렵 분주해진다. 상품보충과 진열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마트에서도 도입하는 시스템인데 야오코마트는 좀더 세심하고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간대-날씨-경쟁마트 세일에 따라 실시간 매장 재구성

야오코마트는 기본적으로 오전에 잘 팔리는 물건과 오후에 잘 팔리는 상품을 사전에 파악, 고객층에 맞춰 상품을 배치한다. 시간대뿐만 아니라 요일, 그날의 날씨, 경쟁마트의 세일 등에 따라 상품의 진열방식이 달라진다.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이 달라지는 걸 감지하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장 직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야오코마트의 판매직원들은 매니저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상품배치를 전환, 까다로운 고객들에 대응하고 있다. 현장직원들의 자발성은 다른 마트와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트타임직원=파트너사원, 역량 최대한 끌어내

야오코마트에서 파트타임 직원은 ‘파트너 사원’으로 불린다. 단순한 아르바이트 정도의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정직원과 동등한 입장에서 판매에 나선다는 의미다.

실제로 야오코마트의 파트타임 직원은 적극적으로 판매방식을 제안한다. 업무도 상품의 뒷처리, 포장방법, 상품진열 등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아이디어 고민으로 확대된다.

예를 들면 생선의 경우 어떤 모양으로 담으면 보기 좋은지, 어떤 식으로 자르면 낭비가 없는지, 어떻게 진열하면 맛있어 보이는지 등을 현장의 파트타임 직원들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정직원과 의논한다.

또 야오코마트는 파트타임 직원 대부분을 주부들로 배치, 직원과 소비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사장은 새롭게 파트타임 직원을 뽑으면 이렇게 격려한다. “여러분은 단지 지시를 받고 일하는 직원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노력을 최대한 발휘해주십시오.”

야오코마트는 매장에서 청과, 정육, 생선 등 판매코너별로 콘테스트를 개최해 현장직원들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판매에 반영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사례② 코치현 선샤인마트

코치현의 선샤인마트 벨티스점은 최악의 장소에 입점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의 대형쇼핑몰 이온몰코치가 바로 옆에 있고 횡단보도를 마주해 불과 20m거리에는 저스코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선샤인마트 입지에는 다른 지역마트인 코치마트가 입점해 있었는데 이온몰과 저스코에 밀려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선샤인마트가 들어섰는데 오히려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신선도로 한판승부

매출규모가 100배 이상 벌어지는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선샤인마트가 택한 무기는 신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이게끔 한다’는 전략으로 맞섰다.

예를 들면 생선판매 코너의 한쪽은 상품이 반원 형태로 진열되는데 그 중앙에 직원이 고객 눈앞에서 생선을 손질해준다. 또 우유, 채소, 두부 등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에는 5엔, 10엔의 할인스티커가 붙는다. 상품에 따라서는 3엔짜리도 있다.

‘선도=가격’, 할인스티커로 표시

선샤인마트는 새로운 상품이 코너에 진열되는 순간 이전에 진열된 상품들은 모두 할인 판매한다. 정육코너에서 새로운 포장육이 진열되면 이전 상품에는 모두 할인스티커가 붙는다.

상품에 따라 빠른 것은 시간단위로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새 상품과 이전 상품의 가격차이를 만들어서 신선도를 보여주는 셈이다. 폐점시간이 가까워지면 남은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다른 마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초기에는 3엔 스티커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신선도를 보여주고자 하는 본래 의도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면서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선샤인마트는 이전매장인 코치마트의 매출액을 훨씬 뛰어넘고 있으며 계속해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 위 내용은 Kotra에서 제공한 정보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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