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안 피는 2월 없고, 보리싹 안 틔우는 3월 없다’더니 설 지나 남도에서 봄소식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업장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3월입니다. 전시업계도 3월이면 바빠집니다. 새봄과 함께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와인박람회도 그중 하나입니다. 보르도 와인에 최초로 등급을 부여한 1855년 파리만국박람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와인은 전시와 아주 밀접한 관 계가 있는 산업입니다.
 
와인업계에서 인정하는 세계 3대 와인박람회로 빈이탈리(Vinitaly)와 비넥스포(Vinexpo), 프로바인(Prowein)이 있습니다. 모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인 전문 박람회입니다. 
 
1967년 처음 개최된 빈이탈리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인 박람회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서 열리는 빈이탈리에는 매년 4000개가 넘는 업체와 13만여명의 방문객이 찾습니다. 방문객 중 약 10만명이 일반 입장객입니다. 비싼 입장료에도 일반인들이 빈이탈리를 찾는 건, 비싼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마음껏 와인에 취한 입장객들이 고성방가, 구토, 폭행 등을 일삼습니다. 그러다보니 빈이탈리로 향하던 와인업계 종사자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비슷하기는 프랑스 비넥스포도 마찬가지입니다. 198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시작한 빈엑스포는 한때 세계 최대 와인 박람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와인 왕국 프랑스에서 개최하는 와인 박람 회의 권위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습니다. 와인업계 종사자들은 두가지 이유를 듭니다. 프랑스 와인 중심의 박람회 운영과 박람회 기간 호텔 등의 비싼 바가지 요금이 그것입니다.
 
와인업계 종사자는 “초기엔 우아한 샤토에서 좋은 프랑스 와인을 시음하는 것만으로도 박람회를 찾는 이유가 충분했지만, 이제는 비슷비슷한 와이너리투어가 식상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하더군요. 빈이탈리와 비넥스포를 대신해 주목받는 와인 박람회가 프로바인입니다. 와인시장에서 독일은 생산량이나 품질, 인지도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뒤집니다. 프로바인의 역사도 빈이탈리와 비넥스 포에 한참 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바인은 7000여개 업체와 6만명 이상의 전문가가 찾는, 세계 최대 와인박람회로 부상했습니다. 
 
프로바인이 세계 최대 와인박람회로 자리잡은 데는 철저한 BtoB 중심의 박람회 운영이 주효했습니다. 한 와인수입업체 임원은 “지난해 연말 나온 빈티지를 맛보고 그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프로바인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박람회 참가 결과에 따라 그해 사업방향을 재조정하기에 프로바인만큼 적절한 박람회가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시대에 따라, 또 환경에 따라 소비자 요구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사업에 반영하는 도리밖에는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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