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알차이나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식품박람회입니다. 전세계 식품 관련 기업들이 모이는 씨알차이나에서는 최근 출시된 상품 중 혁신적인 상품을 선별해, 씨알 이노베이션 상을 수여합니다.

씨알 이노베이션 결선에 진출한 제품들을 보면 전세계 식품산업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결선에 진출한 제품들을 보면 ‘건강’, ‘비건’, ‘유기농’, ‘친환경’ 등의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말들을 아우르는 단어가 ‘Sustainability’입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어색하긴 하지만, 요즘 농식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이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씨알 이노베이션 은상을 받은 폴란드 솔리그라노(SOLIGRANO) 사의 ‘베지 버거(VEGE BURGER)가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상하이 씨알차이나 현장에서 만난 솔리그라노 마케팅 담당자는 인터뷰 내내 ‘유기농’, ‘건강’ 등의 단어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들으면서 솔리그라노의 지속가능성이 상품이 아닌 다른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를 잇는 가족 경영이 그것입니다. 솔리그라노는 몇 세대 전부터 200ha의 거대한 곡물농장을 경영해왔다고 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생산량이 늘고 판매 환경이 급변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베지 버거’는 그 일환으로 나온 상품이라고 했습니다.

솔리그라노 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 기업 ‘에쓰푸드’가 떠올랐습니다. 에쓰푸드는 1976년 조태철 회장이 설립한 설성목장이 모태입니다. 외식업계와 푸드 서비스시장에 햄, 소시지 등을 납품하며 성장한 이 회사는 2005년 존쿡 브랜드를 론칭하며 종합식품기업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최근 외식시장의 침체 등 어려움 속에서도 에쓰푸드는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남동 ‘더사퀴테리아’와 살라미 뮤지엄, 청담동 미트퀴진 등을 차례로 오픈한 것입니다. 호사가들 사이에 “저게 될까?”하는 의문을 던졌던 한남동 ‘더 사퀴테리아’는 최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가장 핫한 장소로 떠올랐습니다. 청담동 미트퀴진도 젊은 층의 사랑을 받으며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았습니다. 에쓰푸드는 최근 식자재유통기업 아모제푸드시스템을 인수하며 또다른 영역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에스푸드의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2세 경영인인 조성수 대표가 있습니다. 미국서 컨설턴트와 벤처기업가로 활동했던 그는 아버지에게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에쓰푸드의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한국 농식품업계는 지속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에쓰푸드의 최근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20년 후 한국 농식품업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무척이나 다를 미래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을 경영체가 몇이나 될까요? 70·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의 인식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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