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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미투 식품’이라 불리는 식품업계의 모방 제품은 한때 경쟁사의 견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비슷한 제품끼리 뭉쳐 판을 키워보자’는 기류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건면 시장 선발주자 풀무원 “웰컴, 농심”
최근 ‘경쟁사 언급 금지’라는 업계 금기를 과감히 깬 식품회사가 있다. 자사 광고에 농심과 오뚜기를끌어들인 풀무원이 그 주인공이다. 풀무원은 최근 농심이 ‘신라면 건면’을 출시하자 “오뚜기도 덤비라”는 메시지로 광고를 제작해 서울시내 주요 버스 정류장에 부착했다. 건면의 원조격인 생면 제품 시장을 풀무원이 선도했다고 어필하는 광고다. 광고에는 “신나면 건면 출시로 대한민국 라면 시장이 생라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오뚝이가 함께 하실 차례”라는 문구와 함께, 풀무원의 ’생면식감‘ 브랜드 이미지가 인쇄돼 있다. 광고를 본 누리꾼들은 “풀무원 광고인지 오뚜기 광고인지, 아니면 농심 디스 광고인지 헷갈리면서도 호기심에 자꾸 보게 된다”는 반응이다. “풀무원은 대인배”라는 호평까지 덤으로 얻었다. 풀무원은 라면업계 1등인 농심이 건면 생산에 박차를 가한 만큼, 추후 건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생면식감’ 제품 생산 규모를 1일 17만개에서 37만개로 늘렸다. 업계 1위인 농심과 본격적인 자존심 대결에 나선 것이다.

발포주 시장 2막 연 필라이트 VS 필굿
‘만원에 12캔’ 콘셉트를 내세우며 일명 ‘MT맥주’, ‘워크숍 맥주’로 입지를 굳힌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최근 오비맥주의 도전장을 받았다. 발포주가 가성비 좋은 ‘젊은층 맥주’로 인기를 높이자, 경쟁사인 오비가 지난 2월 유사 콘셉트의 ‘필굿’을 출시한 것이다. ‘필굿’ 출시에 긴장한 하이트진로는 3월부터 신규 광고를 선보이며 ‘고객 관리’에 나섰다. 5억캔 판매 사실을 강조하며 ‘발포주 원조는 필라이트’라는 메시지를 어필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코끼리맥주(필라이트)와 고래맥주(필굿) 중 어떤 게 더 낫느냐”며 경쟁제품 비교 품평을 즐기기도 한다. 필라이트가 코끼리를, 필굿이 고래를 각각 캐릭터로 내세운 것에 빗댄 것이다. 주류 업계는 필굿 출시가 아직까지 비주류 술인 발포주 시장 확대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눈치다. 저가 마케팅으로 ‘홈술족’을 파고든 수입 맥주들에 국산 발포주가 대항마가 돼주길 바라는 의견도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 제품 출시를 예상하긴 했지만, 디자인이나 콘셉트가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 하지만 발포주 시장 저변 확대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밖에도 오리온과 롯데의 초코파이, 일본 킷캣 초콜릿과 유사한 크라운제과의 ‘키커’ 초콜릿 등 식품업계의 ‘미투 제품’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익숙한 디자인만 보고 무심코 집어들었다 나중에야 ‘유사품’을 구매했단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미투 제품 출시가 기존 ‘원조’ 제품들의 재조명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기존 제품과 신제품을 비교한 SNS의 후기들이 잇따르며 새로운 붐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도 미투 제품의 대표적 ‘수혜자’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이 2016년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출시하며 빙그레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업계 예측과 달리 두 제품 모두 매출이 증가하는 호재를 누렸다. 신제품 출시로 바나나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폭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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