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신선 식품을 고를 때 원산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맛과 신선도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알고 사먹겠다는 의지는 식품 안전 보장 정책에 대한 요구로도 이어진다. 최근 육류의 수입 점유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지만 여전히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쇠고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올 한해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매할 때 신선도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바로 식품의 원산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농식품을 사먹을 때 원산지를 우선 확인한다는 응답률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과 썩은 닭고기 등 먹거리 불신이 더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식품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특히 과일 구매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가구 내 식품 소비 및 식생활 행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일을 살 때 원산지를 우선 확인한다는 응답률이 지난해 7%에서 올해 14%로 훌쩍 늘었다. 마찬가지로 육류도 원산지를 우선 확인한다는 응답률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22%로 껑충 뛰었다. 채소 역시 12%에서 15%로 소폭 늘었다.



수입 고기 늘었지만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 소비자들


이명박 정부 초기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가 열린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쇠고기 자급률은 그동안 뚝뚝 떨어져 지난해 38%로 곤두박질쳤다. 호주산이 야금야금 잠식하던 수입 쇠고기 시장을 미국산이 넘보기 시작해 2년째 1위를 굳히고 있다.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의 비중은 2007년 5%에서 올해 52%로 급증했다.

그러나 소비자 상당수는 여전히 수입 고기를 먹을지 말지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병일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의 ‘수입 축산물 구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입 쇠고기를 먹을지 안 먹을지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에 달했다.

수입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대하는 태도는 더 보수적이다. 소비자의 44%, 41%가 각각 수입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먹을지 안 먹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수입 닭고기를 아마(절대) 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한 응답률도 47%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일어난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동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환경, 사람, 동물에 이로운 ‘윤리적 소비’ 부각


먹거리 정책을 위한 소비자의 요구사항 역시 식품 안전에 귀결되어 있다. 홍연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식품 분야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34%)정책은 ‘식품 안전 보장’ 정책이다. 먹거리 안전 보장을 위한 정책 수요는 사후 대책인 피해 구제(22%)나 교육·홍보(13%) 정책 수요보다 월등히 많다. 먹기리의 원산지와 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믿고 사먹을 수 있는 제도 차원의 안전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소비자의 입장이 투영된 결과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먹거리 파동이 식품 불신을 계속 키운 탓이다. 그 결과 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소비자 식품 안전성 평가’에서 국산은 78점을 받았지만 수입은 62점에 그쳤다. 특히 수산물에서 신뢰도 격차가 컸는데, 국산은 76점인 반면 중국산과 일본산은 각각 43점, 41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 먹거리를 원하는 욕구는 친환경 식품 소비 증가로도 이어졌다. 농경연 조사 결과 ‘친환경 식품을 월 1회 이상 구입한다’고 응답한 가구 비중은 지난 3년간 22~27%에 그쳤으나 올해 35%로 급등했다. 그 이유 1위(48%)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다. 여기에 윤리적 소비 열풍까지 더해지고 있다. ‘착한 소비’라고도 불리는 윤리적 소비는 올해 농소모(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소비트렌드모니터)가 꼽은 올해의 7대 농식품 트렌드에도 선정됐다.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거나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윤리적 소비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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