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장·간편식 상품을 늘려 위기를 헤쳐가자.’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유통업계가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19년 유통산업 전망’ 행사에서 발표한 내년도 사업 밑그림이다. 정부가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을 선포하는 등 달라진 환경 속에서, 업계는 1인·맞벌이 가구 손님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소포장·가정간편식 상품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싱글슈머(나홀로족·single+consumer)’를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노력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맞벌이 가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망 행사에서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끄는 미니멀리즘 트렌드의 심화를 예견했다.

미니멀리즘은 편의·건강·효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다. 바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도 미니멀리즘 소비의 일종이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유통부문 대표는 “모든 유통업체가 HMR에 목숨을 걸었다”고까지 말했다.


판 커지는 ‘가정 간편식’에 사활

가정 간편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우리네 식문화 풍토다. 국내 가정 간편식 시장은 2012년 95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 5131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내년에 이 상품군을 더 다양하게 개발 또는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마켓들은 1~2인 가구 밀집 지역 점포를 중심으로 간편식 상품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리 소량 구매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즉석밥·찌개 위주였던 가정 간편식은 점점 그 종류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칼국수, 전(煎), 심지어 진미채 같은 밑반찬도 밀키트 형태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편의점도 가정 간편식 상품 늘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기획부문장은 “내년 편의점업계에선 HMR과 디저트, 커피 상품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레싱이 포함된 끼니 대용 샐러드 등이 그 예다. 



소포장 상품으로 직장맘·1인 가구 잡는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소포장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은 바빠서 요리할 틈이 자주 나지 않기 때문에, 사과든 양파든 한 번에 대량 구매하는 것보단 먹을 만큼 그때그때 사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닐슨코리아의 ‘2018년 국내 신선식품 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소비자의 70%가 ‘소포장 상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점 업계는 지금까지 했던 점포 수 늘리기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1인·맞벌이 가구 겨냥 소포장 상품 확대에 주력해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전략은 현재 닥친 위기의 타개책이기도 하다. 주요 4대 기업형 슈퍼마켓(롯데슈퍼·GS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경우 전체 점포 수가 지난해 1349개에서 올해 1337개로 줄었다.

대형마트 역시 방문객 수가 지속 감소함에 따라 매출 압박이 느는 상황이다. 젊은 1인가구가 늘면서 온라인몰 고객은 느는 반면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은 적어져 ‘집객’이 큰 과제다. 내년도 최저 시급이 올해(7530원)보다 11% 많은 8350원으로 오르는 것도 업계엔 부담이다. 결국 생산비 증가, 점포 감소, 성장 정체의 3중고 위기를 타개할 대책은 소포장·간편식으로 귀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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