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항공사들의 수난시대다. 대한항공이 오너 가의 갑질 파동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몰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도 기내식 대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위기를 겪고 있다.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까지 부른 기내식 사태를 깊게 들여다보면, 시장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여 있음을 알게 된다. 기내식 시장의 실태와 대안 모색.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내식도 일종의 도시락이고 단체급식 유형에 속한다. 다만 특별한 시스템으로 제조·공급하기 때문에 일반 급식업계에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 기내식 제조사가 몇 되지 않는 이유다. 간단한 예로 대한항공은 자체 기내식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설립해 세계 40여 항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은 규모도 규모지만 운영방식이 엄격하다.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기내식 제조 공급은 군사작전보다 더 엄격합니다. 위생 안전 관리가 생명이기 때문에 일단 외부 출입제한이 엄격해요. 반드시 관계된 내부 직원이 게이트에 나와 책임 안내를 하고 소지품 일체를 검사받고 위생복을 착용하고 에어샤워를 받는 등 통과 절차부터, 탑승 때 받는 검사 절차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소규모 납품업체는 일반 입찰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매일 반출되는 식사류 부문은 경쟁 입찰이 불가능하다. 국내에 대규모 기내식 사업체가 대한항공과 LSG스카이셰프 두 곳에 불과했던 이유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은 기본적으로 이런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체 대표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배경에는 의구심이 많다.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알려진 이 사태를 종합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아시아나항공은 1994년부터 기내식 사업을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2003년 구조조정을 하면서 LSG스카이셰프(독일계 항공급식 기업)에 대규모 지분을 넘기면서 자체 기내식 사업을 정리했다.
→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처럼 기내식 사업을 통한 수익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

② 지난해 10월 기내식 파트너 사를 게이트고메(Gate Gourme)로 바꾸기로 결정, 게이트고메코리아(GGK)라는 신규 법인과의 거래를 추진했다. 올 7월 1일부터 기내식은 GGK가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3월 신축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 아시아나항공이 파트너 사를 바꾼 배경은 금호그룹의 자금 유동성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1600억원의 투자 제의를 LSG가 거절했고 게이트고메가 같은 금액으로 금호홀딩스에 투자하면서 파트너가 바뀌었다는 것.

③ GGK의 화재사고로 기내식 수급에 문제가 생긴 아시아나항공은 긴급히 샤프도앤코코리아를 섭외, 3개월 한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공장 화재는 3월에 발생했고 대안을 찾는 데 2개월이 걸렸다. 대안 옵션은 어차피 한정적이었다. 기내식 관련 업체가 몇 곳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한 곳은 기존 거래업체, 한 곳은 대한항공, 나머지는 소규모 업체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제3의 선택을 했고 그것이 사건의 발화점이 됐다.


샤프도앤코코리아는 2016년 설립된 중소기업이다. 샤프도앤코 본사는 스위스 국적의 글로벌기업이지만 한국 지사는 매출액 70억원, 사원수 60명 규모의 소규모 기업이다. 주로 이슬람권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할랄과 코셔 기내식을 공급해온 업체. 이곳에서 1일 2만 식 이상의 기내식을 공급하는 것이 무리임을 발주자도, 납품자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밀어붙였던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과정.


시장규모와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기내식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7조원, 국내 시장규모는 4000억원 대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의 연간 매출액은 1000억원, 영업이익은 300억원대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공급했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890억원, 영업이익은 344억원을 기록했다. 이 수치를 보면 이익률 20~30% 수준의 알짜 사업이다. 

▲대한항공 기내식 매출 변화.

하지만 급식업계에서는 단순한 수치로 판단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고 말한다.

“기내식은 식품업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비즈니스로 꼽힙니다. 당일 제작-납품 시스템, 철저한 시간 준수, 항공법과 위생 안전기준 등 노하우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일단 고정비가 높아요. 초기 투자비가 많고 기본적인 운영비가 타 사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요. 항공사 특유의 내부 인연들이 복잡하게 얽혀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부담이죠. 급식 전문성을 갖춘 업체들도 나서지 못하는 사업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식품-외식 대기업들도 대부분 자사 상품을 납품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이들은 기내식 공급의 특수단계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마케팅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식기업들의 기내식 진출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CJ와 아워홈 등 급식 강자들은 수요처가 명확하고 수익성이 확실한 이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이번 아시아나 사태를 통해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영 경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의 말이다.

“대규모 생산 시스템을 갖춘 외식-급식 업체들이 다수 등장해 경쟁적 시장으로 바뀔 때가 되었습니다. 시장은 늘 대체재가 존재해야 하는데 기내식 사업은 그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늘 불안요소가 잠재돼 있죠. 어찌됐든 식품의 전반적 변화 추이를 보면 기내식도 HMR 상품으로 진화하리라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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