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사람, 파는 사람

한 청년이 공기업에 입사했다가 1년 만에 퇴사했다. 주변에서 극구 만류했다.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직장을 왜 스스로 버리느냐”고 되물었다. 청년은 짧게 답했다.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철이 없다는 비난을 들으며 그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또 그만두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만류하지 않고 앞날이 걱정된다는 소리만 들렸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의 면세점에 입사해 식품 판매를 하게 되었다. 표정도 밝아지고 의외의 성과가 그에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청년은 ‘이렇게 좋은 직업이 있을까’ 생각하며 출근할 때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판매는 늘 어려운 일인데 어쩐 일로 바뀌었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가 답했다.

“공기업에서는 시키는 일만 따라 하는 것이 갑갑했고, 보험 영업은 원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는 게 힘들었다. 보험이란 상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상품이다. 미래를 담보로 설득하는 자체가 어려웠다. 그런데 면세점은 고객이 스스로 찾아온다. 고객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품이 눈앞에 놓여 있다. 팔고 나면 보람도 있고 국익에도 기여하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이처럼 좋은 직업이 어디에 있겠나?”

사람마다 취향과 적성이 다르지만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평생을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것을 찾아가려는 청년의 용기에 박수를, 마침내 그것을 찾아낸 성과에 또 박수를.


“모든 이해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Of the people), 모든 이해관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By the people), 모든 이해관계자가 경영의 최종 수혜자가 돼야 한다(For the people).”

UN에서 열린 세계중소기업협회 포럼에서 한국 기업인 최초로 기조연설을 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강연 일부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링컨 대통령이 제시한 민주 정치의 핵심이다. 그것을 정치가 아닌 경제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이 똑같이 제시한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영리라는 것을 열심히 외웠는데, 그는 다르게 말했다.

“사람은 공기 없이 살 수 없지만 공기를 위해 살지는 않는다. 기업에 있어, 이익은 생존을 위한 연료이지만 그 자체가 경영의 목적일 수는 없다.”

그는 상속세를 원칙 그대로 납부해 삼성과 비교되곤 했던 의사 출신 기업인이다. 무엇보다 저 같은 표현은 의식적으로 짜 나오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에 한진그룹 가족의 괴상한 사과, 표현들과도 단박에 비교된다. 그의 연설이 뿌리를 내리고 현실에 적용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세기적 이슈가 넘치는 한반도의 한복판에서, 사고 파는 행위의 진짜 목적을 다시 돌아보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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