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맛’으로 이어졌다

2014년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기타주류 부문 수상작들은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들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국내의 저도주 트렌드에 맞게 가볍게 마실 수 있도록 과일 향과 맛을 첨가해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라던가, 해외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꿀로 만든 와인,전통 약주와 복분자라는 소재지만 제조 방법과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첨가해 훌륭한 제품으로 거듭난 사례도 있다. 아이디어가 맛으로 이어진 기타주류부문 수상작 4가지.


새로운 변신, 쉽다!
기타주류는 분류가 어려운 술들이 많다. 주세법 등으로 규정하는 과실의 비율과 함량의 차이 때문에 이름을 달리할 뿐, 기타주류가 ‘비주류’로 평가받을만한 술은 아니다. 오히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다른 술들이 주지 못하는, 깜짝 놀랄만한 재미를 주는 술들이 많다.

또한 기타주류는 막걸리나 증류식 소주같은 카테고리들보다 원료나 맛 측면에서 새롭고 실험적인 시도가 많아 젊은 층에게 도수와 맛 등에서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4년 품평회의 기타주류부문 대상 수상작인 쏘아(SSOA)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상품과 마케팅 두 측면에서 모두 적극적이다. 장려상을 수상한 백운복 분자주의 경우 소비자들의 저도주 선호 트렌드에 맞춰 15도에서 13도로 도수를 내렸다. 우수상을 수상한 ‘주몽복분자’는 독특한 맛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우수상을 수상한 허니와인도 ‘여성에게, 신혼부부에게 어울리는 술’로 어필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매운 맛에 대한 두 가지 해석
박찬일 셰프는 대상 수상작인 쏘아를 시음한 후 “가볍고 젊은 술”이라고 평했다. 도수도 낮고 달콤한데다 과일 향까지 갖췄다. 그는 “맥주 대신 가볍게 마실수 있는 대체제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아이비영농조합에서 만든 허니와인을 맛본 후에는 “꿀이 과하면 맛이 이상할수 있는데, 단맛을 잘 억제시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술에 어울리는 요리는 무엇일까. 박 셰프는 초장으로 양념한 오징어 숙회를 제안한다.

매운 맛과 톡 쏘는 자극적인 두 느낌을 더한 것이다. 그는 이런 조합을 ‘한국에서만 볼 수있는 페어링’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매콤한 골뱅이 무침과 시원한 맥주라는 마리아주를 즐기고 있는데, 이런 탄산과 매운 맛의 교차를 쏘아와 함께 맛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반대로 숙회의 달콤함과 허니와인의 절제된 고급스러운 단맛의 조화도 재미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오징어 숙회 맛에 허니와인이라는 단맛의 술을 가미시켜 새로운 맛의 조화를 만들어냈다.

같은 듯, 다른 듯한 복분자주
주몽복분자주와 백운복분자주는 원료나 제조 방법이 비슷하다. 박 셰프는 두 가지 술을 비교 테이스팅 한 후 “주몽은 약간 무거운 맛, 칵테일로 활용해도 좋을 진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백운복분자주는 “주몽복분자주가 묵직한 맛이라면 과실의 느낌이 많이 난다”며 상대적으로 좀 더 가벼운, 상큼한 맛이 난다는 평가다.

이 두 가지의 복분자주와 어울리는 안주로 그는 ‘닭고기 대파 간장구이’를 만들었다. 달달한 간장과 데리야키( ) 소스로 맛을 낸 닭고기는 짭짤하면서도달짝지근한 맛을 자랑한다. 여기에 달콤하면서도 진한 맛을 내는 주몽복분자주와 백운복분자주를 함께 내 친근하면서도 편안한 맛을 만들어냈다.


✽주류 시장에서 술과 음식을 맞추는 페어링은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주 시장에서 술과 음식의 ‘운명적인 만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바이어는 박찬일 셰프와 함께 새로운 한식 레시피로 2014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 수상작들과의 마리아주(mariage)를 제안한다







박찬일 셰프는 >>>
우리 전통주부터 와인까지 폭넓게 취급하는 ‘무국적 선술집’인 <로칸타 몽로(夢路)>의 오너셰프다. <백년식당>, <뜨거운 한입>, <보통날의 파스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등 20여권의 저서를 냈고, 주요 일간지와 네이버 등에 각종 음식 칼럼을 연재하며 맛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요리학교와 로마 소믈리에 코스를 이수했고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그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수입 식재료가 최고인 줄 알던시절, 그는 수입품 대신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자신의 요리에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을 써 강남 일대의 셰프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라꼼마, 트라토니아논나, 뚜또베네 등의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지금은 자유 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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