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 학교 급식의 변신

상명대학교는 최근 학내 식당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 대부분의 대학 내 입점한 위탁급식업체들은 수입산 식재료나 반건조식품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학생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명대학교는 가격이 아닌 질과 맛을 선택했다. 예상과 달리 가격에 민감한 대학생들이 주 고객임에도 오히려 수익성이 좋아졌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주도한 양석준 상명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외면 받던 학교 식당, 우리 농산물 전용으로 바꾼 뒤…

2015년 5월까지 상명대학교 학내 식당은 글로벌 푸드서비스 기업이 2개의 학생 식당과 1개의 교직원 식당을 운영했다. 양 교수는 “가격은 3000~3500원으로저렴했지만 학생, 교직원의 만족도는 떨어져 학내 식당 이용자가 하루 평균 350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기존업체는 위탁급식사업의 계약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일식수(日食數)가 너무 적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명대학교는 학내 식당에 입점할 위탁 급식업체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 때문에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조차 상명대학교 입점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시 양 교수는 농협유통이 자체 식자재 매장을 활용한 외식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 교수는 농협유통과 협의해 ‘두레미담’ 입점을 적극 추진했고 2015년 6월 상명대학교는 학생 식당과 교직원 식당에 2개 두레미담을 오픈했다. 두레미담은 농협유통에서 새롭게 출범한 우리 농산물 전문식당이다.

 

‘수입산, 반건조냉동’ 버리고, 국내산 식재료 선택


두레미담이 입점한 학생 식당의 6월 총 식수는 1만2473개였다. 이는 이전 업체가 운영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배가 넘는 식수다.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된 2015년 9월 식수는 1만4801개로 같은 해 6월보다 약 2000개가 늘었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학생식당의 식수가 증가한 데 대해 모두가 놀랐다. 양 교수는 “두레미담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위탁 급식업체들은 반건조식품을 해동한 음식을 급식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두레미담은 농협유통의 식자재매장에서 매일 아침 농산물을 공급받아 조리한다. 다른 업체보다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국산 농산물을 사용함으로써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건강에 좋은 식당이라는 이미지를 줬다. 두레미담에서 식사를 해본 학생, 교직원들은 자신의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했고 자연스럽게 식당을 찾는 수가 늘어났다.


반면 교직원 식당은 아직 이전 업체보다 식수가 높지 않다. 하지만 메뉴 가격을 50% 인상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6.1%가 증가했다. 양 교수는 “2015년 11월까지 평균 일식수 인원은 85.8명으로 110.8명인 지난해와 약 30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12월에는 전년 식수인원을 역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 대학으로 확산 추이, ‘가격보다 질이다’

양 교수는 “최근 타 대학들이 두레미담을 탐방하러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 11월 서울대학교 학내 식당에도 두레미담이 입점하게 됐다. 향후 전체 대학가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된다면 학교 급식 시스템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타 대학들이 상명대학교의 선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 농협유통이 대학교 위탁급식을 처음으로 실시한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대학교 위탁급식 업체 중에 국내산

농산물을 식재료를 전용하는 곳은 없다.


둘째, 식사 가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때문이다. 대학 내 식당의 주 고객은 학생이다. 요즘 학생들은 주머니가 넉넉지 않기 때문에 가격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명대학교는 오히려 식수가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명대 내에서도 가격에 대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레미담 오픈 당시, 상명대 학생회의 반발이 심했다. 기존 업체에서 운영했을 때보다 식사 가격이 약 1.5배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반발은 일주일 만에 없어졌다. 식사의 질이 학생들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앞으로도 타 대학들의 벤치마킹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제는 대학 내식당들도 가격에 집착하지 말고 맛과 질의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상명대학교 미래백년관에 있는 두레미담에서 실제 판매하고 있는 메뉴.

두레미담은 농협유통 식자재매장에서 100% 국내산 재료를 공급받는다. 급식은 매일 아침 공급된 재료로 만들며 오늘의 메뉴와 뷔페식으로 구성된다.한 끼 식사 가격은 4000~6000원으로 타 대학식당의 가격보다 높다.


또한 상명대학교 두레미담은 식당 내에 ‘카페 두레미담’도 운영하고 있다. 커피한 잔의 가격은 1000원. 저렴한 가격에도 맛의 퀄리티가 높아 학생, 교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양석준 교수는>>>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로 학교 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2000년까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농·축산 바이어로 근무한 유통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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