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유통학회 ‘생산-도 ․ 소매’ 유통 입체분석

‘광복 70주년, 대한민국 농식품 유통의 미래를 논한다.’ 8월 27~28일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진행된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 주제다. 학술대회에는 200여명의 농식품 관계자와 학자들이 참가했고, 산지 유통부터 도-소매 유통까지 전방위 조명이 이루어졌다. 농식품 전반의 역사적 변화는 물론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과정의 문제점과 해법까지, 다각적인 토론이 전개됐다.

 

올해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는 유례없이 많은 발표와 다양한 분야의 참가자 토론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농식품의 변화를 종으로 돌아보고 식품유통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진단한다는 의미에서 무려 30여 항목의 발표가 이뤄졌다.

황수철 한국식품유통학회장은 “농식품 유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려면 다양한 각도에서 종합적인 진단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업계 내외부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빙했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농업, 식품, 유통 등 부문별 변화와 현안이 발표되었고, 생산-유통에 관련된 업계와 학계, 정부기관, 언론 등 다각도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현장에서 발표되고 이슈화된 내용 중 핵심 요지들이다.

 

김병률 박사

광복 70년 농산물 유통, ‘새로운 눈으로 대응할 때’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조발제를 통해 지난 70년간의 농업계와 유통구조의 변화를 제시했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 규제 문제를 농업계에서 남의 일 보듯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지적으로 구체적인 이슈화를 제기했다. 김 박사가 분석한 농산물 유통의 변화와 현안 요지다.

❍ 농산물 유통 시장은 과거 객주, 보부상과 같은 물상객주 형태의 시장상인들이 전횡하는 후진적인 시장에서 크게 변했다. 산지는 협동조합 중심의 조직화와 규모화가 추진됐다. 현대적인 산지유통센터에서 기계선별, 포장, 저장하여 소비지로 대량 운송하는 시스템이 정비됐다. 소비지는 공영도매시장과 물류센터를 통해 대형 소매마트에서 연중 신선한 농식품을 공급하는 시대가 되었다.

❍ 시장개방 이전까지는 농산물유통 학계도 첨예하게 상반된 견해가 없었는데, 90년대 이후 유통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산지-도매-소매유통의 문제점 진단과 개선방향에 대해 첨예한 이견들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자, 전문가들의 학술적 진단과 견해에 유통현장의 이해관계자들까지 개입해 우려가 될 정도로 변했다.

❍ 이 시점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타당성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목적을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에 두고 있다. 실제로 전통시장, 동네슈퍼로 소비자 구매선이 전환되었는지, 골목상권의 반사이익이 실현되었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인식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무엇보다도 제때 빈번하게 구매해야 하는 신선농산물 소비에 영향을 미쳐 납품하는 생산자조직(농협, 영농법인)과 농업인에게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 구매 포기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농산물 가격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대기업 규제라는 이미지와 상통하여 중소기업, 자영업, 서민 보호라는 명분에 휩싸여 정치재(政治財)가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반대할 수도 없고 대형마트 업계도 자신에 대한 문제이기에 공개적으로 문제시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가 가장 많은 농업부문에서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사회적 이슈화를 해야 함에도 농업계는 직접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언급을 기피하고 있다. 정부의 소매업 정책도 업태별 장점을 살려 차별화시키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안병일 교수

“식품산업 발전이 선진국의 기준”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학과 교수는 2003년 이후 식품 부류별 소비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발표했다. 안 교수는 식품의 소비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나타내는 징표로서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선진사회의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식품의 소비변화를 다음 가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곡물 소비의 하락이다. 곡물의 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과일-과일가공품과 채소-채소가공품 지출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곡물과 축산물 소비량의 상대적 변화추이








둘째, 고급화의 꾸준한 진행이다. 대표적인 지표는 칼로리 단가가 낮은 식품인 곡류에서 칼로리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인 축산물의 소비로 옮아가고 있는 점을 꼽을 수 ddlT다.

셋째, 간편화 현상도 다양한 지표로 확인된다. 우선 식료품 지출액에 비해 외식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외식은 간편화를 추구하는 가장 극단적인 예다. 그 밖에 반찬을 구입하는 행위, 소량화, 세척 및 절단제품 구입, 인터넷이나 온라인 구매 확대, 배달 및 테이크아웃 확대 등도 다양한 형태의 간편화이며 편의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편의점 3사 매출액 성장 추이

넷째, 소비 품목의 다양화 현상이다. 과거 쌀을 주식으로 소비하는 형태에서 빵, 면, 떡류 등으로 소비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다. 수입개방으로 식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증가한 것도 역할을 하고 있다. 중량, 액수, 건수 모든 면에서 수입 식품은 지난 1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다섯째, 건강 안전 지향 소비의 확대다. 저당, 저염, 저지방 식품 또는 무농약, 저농약, 유기재배 농식품 구매 등 이에 대한 지표들은 수없이 많다.

안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식품산업과 경제규모가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전반적인 산업발전과 식품산업 발전은 동시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식품소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유용한 정보제공, 통계기반 구축 등의 인프라가 중요한 이유다.

 

박영범 대표

조직화된 농가의 역할 확장하고 정책 시스템 바꿀 때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Lanet) 대표는 현재까지 진행된 농가 조직화와 공동마케팅 체계에 대한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향후 농업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중앙정부와 지역별 정책의 유기적 협력과 정책사업별 협업 시스템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박 대표는 한 단계 진일보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세 가지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첫째, 유통효율화와 사전적 수급관리를 위한 농가조직화의 깊이를 확장하는 것이다. 공동선별․공동계산 뿐만 아니라 노동비 절감, 생산성 향상 등 기술혁신 역량을 갖춘 생산자조직을 확대 육성해야 한다는 것.

둘째,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 맞춤형 지원이다. 지역농업의 품목적, 주체적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진되는 광역단위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셋째, 지역단위 원예농산물 생산․유통종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 체계적인 종합계획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중앙정부 정책과 지역별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역자원의 이용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한 추진과제 네 개를 제시했다. 계열화 주체의 일원화와 생산-유통정책의 연계성 강화, 산지유통 거버넌스 강화을 위한 (가칭)원예산업 발전협의회 구성, (가칭)원예농산물 생산·유통 종합계획 수립 및 이행평가 시행 체계 구축, 생산자조직 중심의 지원을 위한 (가칭)산지유통조직화지원사업 도입 등이다.

 

위태석 박사

도매시장 거래 “선거래 후물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위태석 국립원예과학원 박사는 도매시장을 둘러싼 변화를 집중 진단했다. 위 박사는 다섯 가지 변화가 도매시장의 내외부에서 진행 중이라고 규정했다. ①식품 소비구조의 변화 ②대규모 소매점의 확산과 영향력 확산에 대응한 산지의 조직화․규모화의 진전 ③도매시장 외 유통의 확대 등 유통경로 다원화 ④정보화 발달 ⑤물류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기대감 고조 등이다.

위 박사는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도 도매시장에서 물류체계 개선이 저조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하자의 영세성도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경매․입찰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도매시장의 거래특성을 바꿔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선물류․후거래’ 체계를 ‘선거래․후물류’ 체계로 바꿔야 구매자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거래를 강화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들은 산지와 거래할 때 ‘선거래․후물류’ 방식으로 유통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도매시장에서는 경매․입찰거래에서 정가․수의매매로 확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물류보다 거래를 선행시킴으로써 수량 불일치 문제나 상품화 불일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박사는 “거래의 선행 정도가 빠를수록 포장비, 하역비, 배송비, 상차비, 운송비 등과 같은 비용절감 효과는 크다”고 강조했다.

 

최영 대표

“자사 브랜드와 고객 로열티 확대하는 신업태 출현할 것”

 

최영 투미코리아 대표는 최근의 소비시장 환경이 놀랍게 변하고 있으며 그 주도세력은 우리나라 대형유통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유통환경 변화의 키와 국내외 소매 유통기업들의 전략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최 대표가 진단한 소비자 구매환경 변화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빠른 배송이다. 구매고객의 참을성이 사라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코스트코, 얼그린, 페츠마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구글익스프레스와 물류배송 제휴를 맺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배달의민족, 배달통, 요기요 등의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둘째, 주문관리, 주문재고 검색 속도와 편의성이 놀랍게 빨라졌다.

셋째, 모바일 결제의 급격한 확장이다. 빠른 결제와 함께 고객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과 성장세도 무서울 정도다.

최 대표는 향후 소매유통업체의 핵심 성장동력을 잘 살펴야 산지가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브랜드와 직수입 상품을 토대로 한 상품차별화와 고객 로열티를 확대하는 전략의 신업태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신업태를 비롯해 국내외 소매 유통업체들의 미래 전략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소매유통업체들의 미래전략 7>

1)여성친화적 집기와 매장 분위기

2)최고의 카테고리 솔루션 이미지 강화

3)체험 및 시식 등 부가서비스 구성(시식공간, 메이크업 바, 네일 바, 마사지 바)

4)고객이 빠져들게 하는 매장(상품스토리, 휴게공간, 사회문화체험)

5)건강미용 관련 약의학적 서비스 제공(체지방, 두피, 피부마사지)

6)사회 문화 경제적 부가혜택을 제공하는 독창적 프로모션

7)모바일과 옴니채널 마케팅 공유

 

임동준~

 

한국식품유통학회(Korean Food Marketing Association, KFMA)는>>

식품유통 분야의 이론과 실무, 그리고 산학활동에 관한 연구 목적으로 1983년 설립된 학회로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으로 등록됐다. 유통분야의 이론과 실무, 그리고 산학협동에 관련된 연구와 학술발표, 심포지엄, 강연회, 세미나, 공개강좌, 유통산업발전에 필요한 실증적 조사 연구 활동을 하며 학회지, 학회보, 식품유통에 관한 각종 출판물을 발행하고 있다. 연 2회의 학술대회를 통해 식품유통의 현안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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