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이냐, 전문성이냐’ 대결구도 팽팽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의 이관 여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5월 28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는 운용역량평가를 거쳐 농식품모태펀드를 중소기업 모태펀드와 통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업계가 반 발하면서 ‘효율성 대 전문성’의 대결구도가 구축되는 모양새다. 이 논란의 핵심은 기재부와 농식품부의 시각 차이에 있다. 농식품기업 에 투자할 때 산업의 특수성에 따른 전문성이 필요한지에 대해 기재부와 농식품부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


한국벤처투자로 이관, 이미 결정된 일?

공식적으로 농식품모태펀드 이관은 미정인 상태다.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 관 기능조정 방안에서 “통합여부·방식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및 한국벤처투자 를 대상으로 운용역량평가 후 확정한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아직 운용역량 평가 방법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은밀히 이관 작업이 진행된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미 한국벤처투자로 농식 품모태펀드 이관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운용역량평가 관련 기준이나 평가기관 선정은 농식품부와 기재부가 협의해 결정한다고 하지만 기재부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송인달 농림축산 식품부 농협경제지원팀 사무관은 “현재까지 평가 관련 일정, 평가 기준 수립과 관련해 기재부에서 어떤 의사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5월 18일부터 농식품모태펀드와 중소기업 모태펀드를 각각 관리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한국벤처투자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공식 감 사 일정은 6월 19일로 종료됐다. 하지만 농금원에 대해서는 6월 24일까지 비공 식 감사를 이어갔다. 한국벤처투자에 대한 감사는 공식일정대로 종료됐다.

이병헌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관리부 부장은 “감사원의 공식적 입장은 농식 품모태펀드 이관과 별도라고 하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감사원은 농금원의 감사를 진행하면서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를 지원받았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농금원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관 여부 결정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농금 원에 이관 방법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병헌 부장은 “‘예 상되는 일정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는 차원’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었다고 밝 혔다.


농식품부 “절대 포기 못한다”

이에 대한 농식품부의 입장은 “농식품모태펀드의 관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이다. 지난 2011년부터 농식품모태펀드의 관리를 한국벤처투자로 일원화해야 한 다는 주장이 기재부에서 나왔지만 농식품부가 거부하면서 평가를 거치기로 합의 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번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작성할 당시 바로 일원화하는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식품부가 반발해 운용역량평 가 과정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송인달 사무관은 “발표된 자료에는 한 줄로 표현돼 있지만 그 한 줄은 5~6개 월 간 끈질기게 기재부를 설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운용역량평가 과정, 한국 벤처투자도 동시에 평가를 받는 것을 생략하려는 기재부를 설득해 농금원이 농 식품모태펀드 관리를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향후 농식품부는 운용역량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 이다. 농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면 농금원이 한국벤처투자에 뒤질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다.

전길종 농식품부 창조행정담당관 사무관은 “기재부가 평가를 주도하기 때문에 한국벤처투자가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면서도 “공정하게 실적을 비교한다면 효율성 측면에서도 농금원이 밀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향후 운용역량평가 계획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송 사무관은 “평가기준에 농식품 산업의 전문성에 대한 항목을 포함시키고 평가 위원 선정 시 농식품부가 참여해 농업계 전문가도 포함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농식품모태펀드는 농가 보조의 형태로 진행돼 온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비즈니 스 논리를 도입한 정책수단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식품·투자업계 “농금원 관리가 낫다”

직접 영향을 받는 농식품·투자업계에서는 농금원이 농식품모태펀드 관리를 하는 게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신생 농식품 기업들 중 금융투자 영 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업체가 많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과 직접적인 투 자 유치 경쟁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철우 L&S벤처캐피털 상무는 “어느 기관이 관리하든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농금원 관리가 더 편하다”고 밝혔다. 농금원의 컨설팅 기 능 때문이다. 이병헌 부장은 “농식품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 수행을 위해 제 공하는 컨설팅은 농금원만의 특화서비스”라고 말했다.

농식품 산업 전문성 역시 농금원의 강점으로 꼽힌다. 양길모 농업기술실용화 재단 연구원은 “효율성 측면에서 농금원이 계속해서 농식품모태펀드를 관리하는 것이 낫다”며 “농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적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태 AVA엔젤클럽 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중소기업 모태펀드와 농식품모 태펀드가 분리된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며 “투자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변동 성이 크지 않은 농식품 산업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고위험-고 수익을 추구하는 기초적인 벤처투자의 관점으로 농식품 산업에 접근하면 기대수 익 설정부터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농업은 약자라는 인식에서 탈피… 자체 역량 향상 필요

농금원은 농식품 분야 신생기업이 타 산업에 진입하려는 신생기업보다 더 나 은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농식품모태펀드의 존치를 주장한다. 이는 ‘농업은 약자’라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데 익숙해있다면 농금원이 이번에 농식품모태펀드를 지켜내더라도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종태 회장은 “출범 초기만 해도 우려가 많았던 농업기술실용화재단도 경험 이 쌓이면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번 논란을 농금원이 혁신적 농식품 모태펀드 관리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농식품 산업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란
농림수산식품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농식품산업의 규모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농 림수산식품투자조합 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성한 투자펀드시스템이다. 농어업경영체, 식품사업자 등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농식품투자조합 또는 사모투자전문회사에 출자하는 방식의 펀드로 민간 자금과 정부기금의 1:1 매칭투자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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