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구 회장의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상품의 함수

몸의 건강, 기업의 건강, 산업의 건강

이능구 회장은 쌀 가공식품업 1세대다. 쌀가공식품협회를 직접 설립해 1~4대 회장을 역임했고 이로 인해 쌀 가공식품 시장의 확대를 염원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 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며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공유할 의사도 밝혔다.

“가공산업은 원재료 확보가 중요한데 맞춤형 계약재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것부터 체계화하고 가공기술을 높여야 합니다. 또 식품의 표시기준도 세워야 합니다. 쌀 가공식품의 원재료 표시를 명확히 해줘야 소비자 신뢰도 높아지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되고 있어 답답합니다.”

시장이 커지려면 상품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로써 생산 농가의 안정성도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협회의 역할과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한 대목이다.

칠갑농산은 청양공장을 비롯해 파주 1, 2공장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전국에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2세대 자녀들이 생산라인과 영업활동을 운영하고 이 회장은 상품개발 중심으로 활동량을 줄였다. 10여 년 전 뇌경색을 겪고 난 뒤 생활 습관과 기업 활동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 이능구 칠갑농산 회장.

몸을 쓸 수 없을 정도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요. 의사가 더 이상 사업은 하지 말라고 권고해서 한동안 건강회복에만 집중했어요. 그 사이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돼 일을 안할 수가 없었지요. 업무에 복귀해 회사를 살려내고, 아프고 나니 건강의 중요성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건강한 상품을 줘야 한다고 다짐했지요.”

그는 오후 6~7시면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난다. 이후 아령으로 근력 운동을 하고 7~8km를 걸은 후 반신욕으로 새벽을 마무리한다.

“뇌경색을 앓았던 제가 죽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등산을 다닐 때면 ‘사람이란 게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질병은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 자체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식품은 그런 건강과 매우 인접한 산업이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도덕성과 의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회장은 레시피를 개발할 때 ‘건강’을 중시한다. 2월 출시되는 ‘팔곡잣죽’이 대표적인 사례다. 팔곡잣죽은 율무, 현미, 찹쌀, 팥, 콩, 잣, 밤, 대추 등 8가지 곡물을 넣은 죽 제품으로 첨가물,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단맛도 대추의 맛으로 살려내는 식으로 여덟 가지 곡물의 원재료를 조화시켰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손주의 먹을 것이 너무 제한되어 있는 게 안쓰러워 개발하게 됐다”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식사대용으로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독보적 차별화 방법은…

건강 키워드와 더불어 편의성도 제품 개발 시 주요 고려사항이다. 기존에 없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은 기본이다. 매운 국물이 들어간 쌀 떡볶이가 대표적인 편의상품이다. 농협하나로클럽에서 히트하고 있는 신제품. 그런데 이 회장은 “건강함에서 멀어지는 맛”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제품의 인기는 높지만 점점 더 자극적인 양념을 찾는 소비 트렌드를 아쉬워하고 있는 데서 기업인의 애환이 느껴진다.

올 여름시장을 겨냥해 냉면 육수 신제품도 기획 중이다. 육수를 얼음 형태로 판매해 좀 더 손쉽게 냉면을 먹도록 한다는 계산이다.

“사람들은 여름에 얼음을 많이 먹습니다. 좀더 다양한 맛의 얼음을 개발한다면 그런 니즈 충족은 물론 맛에 대한 욕구까지 만족시킬 수 있겠지요. 그래서 생각한 게 냉면 육수를 얼려서 판매하는 것입니다. 마트의 문제는 냉장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겁니다. 섬세한 판매 전략이 필요하지요. 아기자기한 상품까지 마케팅할 수 있는 편의점이라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진화를 모색하는 열정이 칠갑농산의 힘이다. 최근 식품·유통업계가 주목하는 ‘독보적인 차별화 상품’은 그에 동반되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게 이 회장의 기업철학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오도록 이미지를 쌓아야 합니다. 그런 작업은 매우 어렵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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