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는 편의점’에서 ‘하고 싶은 편의점’ 시대로…

서울 성수역 1번 출구 앞, 22년간 한 자리를 지킨 편의점이 있다. 김명기 경영주가 운영하는 GS25다. 한국 편의점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변화를 일선에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그는 “고객도 변하고, 상품도 변하고, 시스템도 변했다”며 바람직한 편의점의 미래를 경영주들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1992년 개업해 20여년 변화 지켜보니

◀ 김명기 GS25 성수역점 경영주.

  김명기 경영주는 1992년 8월 11일 성수역점의 문을 열었다. 당시 LG그룹에 다니던 지인의 추천으로 편의점을 시작했다. 편의점이라는 업종 자체가 생소하던 시기 발전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도전한 개업이다. 성수역점은 무작정 본사 개발팀에 찾아가 장소 선정을 부탁해 받은 장소다.

긴 세월 동안 성수역 부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4시간 영업하는 점포가 많지 않던 시절 술을 사러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변 봉제공장에서 간식을 해결하기 위해 몰려오기도 해 야간 매출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때는 어린 아이들이 구멍가게 대신 ‘LG25(2005년 GS25로 변경) 가자’고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깔끔한 매장이었기 때문이죠.”

요즘의 성수역점 부근은 복합 상권이다. 지하철 2호선과 오피스 상권은 물론 유흥가, 학원, 공장 등 여러 고객들이 드나든다. 타 편의점도 늘었고 소비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FF의 비약적 발전, 가장 큰 변화

◀ GS25 성수역점.

성수역점은 15년간 담배를 판매하지 않았다. 편의점 매출 중 담배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판매 거리제한도 있었지만 ‘편의점은 구멍가게와는 판매 품목부터 달라야 한다’는 김명기 경영주의 생각도 있었다. 차별화를 위해 주목한 것은 프레시 푸드(FF). 김 경영주의 말이다.

“초창기에는 라면을 많이 팔았지,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같은 프레시 푸드는 맛이 없었어요. 고객들이 ‘덜 익었다’, ‘맛이 별로’라는 클레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도시락은 4~5년 전부터 질이 확연히 높아지면서 판매가 급증하게 됐어요.”

최근 주목하는 상품은 ‘반찬 겸 안주대용 상품’이다. 도시락 외에도 이런 다양한 카테고리가 늘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젊은 층에서부터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것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들은 밥을 먹을 때 국물이 없어도 상관없고, 주부들은 파나 양파를 다듬는 대신 전처리된 식재료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편의점의 편리함은 계속 주효할 것이라는 의미다.

 

도시락,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

김명기 경영주는 도시락 개선을 위한 포인트 3가지를 제시한다.

 

1. 용기는 최대한 작게

◀ 도시락은 진열 공간이 좁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김 경영주는 “하루 9종의 도시락을 발주한다”며 진열 공간의 협소함을 지적했다.

“냉장고 크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도시락의 메뉴와 구색이 늘어나며 바닥으로 점점 퍼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위쪽 진열 공간의 효율이 떨어져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용기의 크기를 줄이고 2단 도시락 등으로 최대한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2. 따뜻하게 판매하자

편의점의 도시락‧삼각김밥 등은 구매 후 데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이나 타 도시락 점포들처럼 따뜻하게 판매할 수 있다면 소비자 만족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3. 일 3회 배송 도입

현재 편의점의 일배상품들은 하루 2회 배송된다. 이를 3회로 늘려 폐기율을 줄이고 재고 관리의 편리성은 물론 상품의 신선도를 높이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렵지만, ‘믿고 기다려야’

많은 편의점 경영주들이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진열부터 정리 등을 교육하면 1~2개월 후 쉽게 그만둬버리는 일이 많고, 다시 사람을 구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수역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1~5년씩 장기간 근무하고 있다.

비결은 ‘믿고 기다리는’것. 그는 “손님이 ‘저 직원이 불편하다’고 말할 때 그만두게 하기보다는 꾸준히 얘기하며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은 변하게 된다는 것. 이런 방침이 빛을 발해 아르바이트생 부모님들이 찾아와 손을 잡고 “우리 아들 사람 만들었다”며 인사할 때, 또 옛날 근무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이 명절에 찾아와 인사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매뉴얼 안의 교육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이런 교육도 확대돼야 합니다.”

 

아들도 편의점 경영, 대 물림까지…

그는 GS25경영주들의 모임인 경영주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영주 협의회는 1994년부터 시작된 경영주 소모임에서 이제는 본사와의 소통을 꾀하는 창구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그의 목표는 ‘하고 싶은 편의점’ 만들기다. 그의 아들도 강남구청 부근에서 GS25를 운영하고 있다. 2대가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인 셈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그는 본사와의 꾸준한 소통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외에도 경영주 협의회 활동과 경영주가 경영주를 코칭하는 제도인 자문위원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고생하는 편의점은 내가 하던 시절이면 충분하다”며 “휴가도 가고, 쉬는 날도 있고 매출도 높아지는 편의점이 돼야 하며 ‘하고 싶은 편의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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