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국인 세계 농촌 행복에 도전한다

2013년 9월 취임 이후 3월 5일까지 3만1338km를 이동한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106년 역사의 한국농어촌공사의 글로벌화와 농어촌의 행복 조성을 목표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9월, 공사의 나주 이전을 앞두고 업무방식의 획기적 전환을 추진 중이다.

 

◀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대한민국의 세계화는 “아주 특별하다”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글로벌 농어촌공사’와 ‘행복 농어촌’을 임기 최대과제로 삼고 있다. ‘행복 농어촌’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당연해 보이지만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글로벌’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상무 사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로 한국의 글로벌은 평화와 번영을 상징한다는 것.

“식민통치와 전쟁을 겪은 나라,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라는 의미에서 한국의 세계화는 특별한 가치가 있습니다. 전쟁 이후 반세기 만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반전’은 후발 개발도상국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둘째는 국민성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국민성이 세계화에 어울립니다. 오픈 마인드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민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가족 공동체의 개념은 강하지만 이를 폐쇄성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이웃 공동체로 연결해 가는 아주 특별한 국민성이라는 점에서 세계화에 어울리는 겁니다.”

셋째는 다문화 가정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 추세다. 세계화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증거라는 얘기다.

“세계가 놀라는 한국의 ‘번영’은 원래 농촌·농업 분야에서 출발했습니다. 농업 발전이 곧 세계화의 기본이 되는 셈이죠. 농어촌공사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 같은 배경을 토대로 현재 한국농어촌공사는 글로벌 공기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세계 농어촌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뭐든 시도하고,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06년의 세월을 이어온 국가 대표 공기업이다. 향후 글로벌의 롤 모델이 무엇이라는 걸 보여줄 작정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은 어떤 것일까.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농업에 대한 전문기술을 지원해 국가브랜드를 제고하고 외교력 향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해외사업을 통해 국내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유도하면 그것으로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농업 분야는 정부 기관 간의 협력으로 사업을 수행할 경우, 기업 진출이나 투자가 쉬워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든 사업의 성공 키워드 ‘자발적 동기부여’

하지만 이 같은 가시적인 사업이나 프로젝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 특유의 정신과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이 사장은 ‘자발적 동기부여’를 사업의 핵심역량으로 해석한다.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자발적 동기부여가 와야 역량이 발휘되는데, 한국인은 자존심이 강해서 더욱 자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으로 자조·자립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이상무 사장은 당시 이 운동을 담당한 사무관이었다. 그가 밝히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소 핵심은 ‘동기부여’다.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유도해 탄력을 불어넣은 선순환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당시 새마을운동은 마을 단위로 추진됐는데 잘된 곳에는 3가지 특징이 드러났어요. 첫째 우수한 지도자, 둘째 추진 주체 역할의 대응능력, 마지막은 마을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합의였죠. 추진 주체가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줘야 순조롭게 흘러갑니다. 바로 농어촌 공사의 역할이 추진주체라 볼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지원을 하면서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는 것. 후발 개발도상국들에게 전파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례로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 새마을운동의 성공기법을 교육하면서 농어촌개발 정신을 강력히 전파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공동농장, 주택개량 등을 지원하는 새마을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물론 근간은 국내사업이다. 농업기반시설 조성 및 농촌지역개발, 농업기술 전수 등 광범위한 지원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협중앙회, 대학별 농과대학 등과 연계해 한국의 우수한 농업기술을 전수해 나가고 있다.

 

농어업 경쟁력방향은 ‘세방화(Glocalization)’

이 사장은 한국 농어업의 경쟁력을 ’세방화’에서 찾는다. 세방화란 세계화와 동시에 지방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세계화는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고, 지방화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게 참 어렵고 복잡하긴 해요. 세계화와 지방화가 이율배반적인 개념이기 때문이죠. 쉽게 말하면, 공사를 비롯한 기관과 농어업계가 세계화 수준에 맞는 글로벌 경영주을 지향하면서 지자체와 지역주민 스스로의 자질과 역량도 키워 균형을 맞춰 나가자는 뜻입니다.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고부가가치, 고소득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 적응하면서 성장하는 농어업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죠.”

이를 위해 해외농업협력사업 확대와 6차산업화 및 복합농업 생산 공간 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 농업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개도국에 대한 농업기술지원, 국제농업협력(ODA) 등에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방 곳곳에 있는 향토사업 지원에 힘을 실을 예정입니다. 의지와 역량을 갖춘 업체들을 집중 육성해 세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일조해야지요. 또 이들 지역의 내수면, 간척지,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복합농업 생산 공간을 조성해 농어촌의 자체 경쟁력 향상을 지원할 것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61개 시·군 농어촌자원의 1·2·3차 복합산업화를 지원해 2013년까지 향토자원 199개소를 선정했다. 이들에 대한 자원현황을 조사해 산업화가 가능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원 1011개를 발굴했다.

“농어촌관광이 농촌의 실질적인 소득 기반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사업과 더불어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중요합니다. 자발적인 전략수립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간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 사장은 중소 농식품업계들은 제품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공사에서는 농협, 각도 발전연구원, 농업기술원 등과 ‘6차산업화 지원협의체’를 구성, 적극 육성할 계획입니다. 또 농어촌기업의 국내외 판로개척을 위해 유통바이어 초청 품평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 합동 홍보를 실시하는 등 홍보·마케팅을 실행하고, 농어촌기업의 투자자금 유치를 위한 ‘투자 로드쇼’도 개최할 예정입니다.”최근 식품안전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국내산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의 안전성을 어필하고 중점 홍보한다면 수출경쟁력도 확대된다는 판단이다. 특히 중국의 유해식품들, 일본의 방사능 문제 등에 비해 우리나라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무기로 삼아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일과 삶의 조화, 일과 행복을 연계하라

한국농어촌공사는 올 9월 전남 나주로 이전한다. 이 사장은 이를 계기로 과감한 스마트경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스마트경영은 무엇인가. 일과 개인의 행복이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조직문화부터 업무 공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까지 스마트워크(Smart Work) 환경을 구축해가고 있죠.”

일단 불필요한 서면 대면 보고를 없앴다.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전자경영보고로 개선하고 회의 문화 간소화도 추진하고 있다.

나주에 조성되는 신사옥도 스마트오피스(Smart Office) 환경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출장자들이 공간에 관계없이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실을 설치하고, 전산교육장 및 일부 부서에 시범적으로 가상데스크톱을 적용할 방침이다. 전자회의시스템 구축은 더욱 빠질 수 없다.

“취임 후부터 6개월 동안 서울-부산 40회 거리를 왕복했더군요. 일정이 무리라는 임직원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현장을 보고 배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이라도 현장은 주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방문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나서 느낀 것도 역시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공사 경영의 기반을 다듬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1971년 농림부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농정에서 40여년을 보냈으며, 1998년 명예퇴직했다. 이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필리핀 주재대표, 중국 옌벤에 설립한 동북아농업개발원장, 아‧태 농정포럼 의장, FAO 한국협회장 등을 거치며 해외농정 활동을 한 뒤 지난해 7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대 농학과와 행정대학원을 거쳐 미시간주립대 농업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세계 곳곳의 농정 핵심을 정리한 <파워농촌으로 디자인하라>와 한국 농어업․농어촌․식품산업의 근간을 마련한 인물기행 <내 조국 산들바다를 위하여>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908년 설립 이후 106년의 역사를 쌓으며 농어촌 산업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 친화를 바탕으로 농어촌정비사업과 농지은행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농업의 기반이 되는 시설 등을 종합관리하며 농업인의 영농규모적정화를 촉진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의 증대 및 농어촌의 경제·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쌀 자급기반을 이뤄내는 데 기여했으며, 간척을 통해 서울시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국토를 확장하는 데 공헌했다.

대담_임동준 /  사진_이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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