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방송, 실시간 승부사들의 스토리 격전

홈쇼핑 상품의 성패는 방송 시간 35분 안에 결판이 난다. 손에 땀을 쥐는 날의 연속이다. 상품을 만들어 론칭까지 90일간 바이어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제명 NS홈쇼핑 과장과 그 속을 들여다봤다.

홈쇼핑의 가장 큰 매력은 즉각적이라는 것이다. 방송 시간 안에 ‘대박’이 결정된다. 일반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입점 후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을 기다려야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홈쇼핑은 전화가 들어오면 바로 거래로 연결된다. 주문전화로 소비자 반응을 가늠할 수 있다.

“방송 시간 동안 전화 걸려오는 숫자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화가 마구 걸려오면 그 희열이 대단하죠. 그게 홈쇼핑의 매력이에요.”




대박상품=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히트상품으로 거듭난 전철우 항아리 갈비.

소위 말하는 ‘대박상품’은 방송 시간 안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 이런 홈쇼핑 대박상품에는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할까. 이제명 과장은 주저 없이 ‘스토리텔링’을 꼽는다.

“화면상에서 보여주고 판매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사전 자료 영상 준비가 정말 중요하다”며 “맛도 중요하지만 홈쇼핑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전부”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가 예시로 든 좋은 스토리텔링 사례는 ‘전철우 항아리갈비.’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탈북 방송인인 전철우씨가 이북에서 배워온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만든 갈비라는 스토리를 가미해 대박 상품으로 거듭났다.

방송인 이봉원의 ‘뽕원이네 낙지볶음’도 스토리텔링의 승리다. 방송에서 부인인 박미선이 나와 “우리 남편이 사업을 하는데”라며 언급을 한다거나 이봉원 본인의 스토리와 이미지를 이용해 성공을 거뒀다.

이 과장은 “홈쇼핑은 상품의 수명이 짧은 편으로 길어야 6개월 정도입니다”라며 “그래서 꾸준히 아이템을 발굴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2초를 잡아라

◀방송되는 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주문 건수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상품의 시장성을 가늠한다.

재핑 타임(Zapping Time)이라는 용어가 있다. 리모컨을 든 시청자가 다음 채널로 채널을 바꾸는 시간을 뜻한다. 재핑타임은 2초로 알려져 있는데. 홈쇼핑은 이 2초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2초 안에 소비자가 ‘어 이 상품 괜찮아 보이네?’ 하고 리모컨을 내려놓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식품 방송은 35분 정도인데 직접적으로 쇼호스트가 설명하는 시간은 3~5분이고, 자료영상이나 시식‧조리장면이 주를 이룬다. 재핑 타임을 잡기 위해 바이어들은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을 고려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90일 전부터 준비하는 홈쇼핑 론칭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스튜디오. 4개의 스튜디오에서 교대로 방송이 진행된다.




홈쇼핑에 한 상품이 선보이기까지는 90~180일 정도가 소요된다. 판매 3개월 전에 상품이 결정되는 셈이다.


◆D-90>

우선 바이어가 본인이 판매하고 싶은 아이템을 주부와 사내 임원들로 구성된 평가단에게 매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이 상품의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승인하면 본격적인 론칭 과정이 시작된다.

이후 상품 전담 PD가 배정되고 PD와 기획을 시작한다. PD와 바이어가, 협력사가 모여 ‘연예인이 추천하는’, ‘지역 맛집’ 등의 스토리를 가미한다. 예를 들어 ‘최막래의 남대문 갈치조림’은 남대문시장에서 유명한 갈치조림을 상품화한 사례. 스토리를 만든 후에는 판매할 구성품과 단가를 맞춘다.

또 방송에 쓰일 현장 산지 자료화면이나 맛집 조리장면 등을 촬영해 준비한다. 이후 제품을 생산할 공장을 섭외한다. 이 과정에서 바이어는 공장과의 물량 협의부터 공장 실사까지 진행한다. 이후 상품이 생산되면 대전 소재의 NS홈쇼핑 품질관리팀에서 제품 검수를 진행한다.



◆D-20 >

론칭 3주 전이 되면 바이어들이 모여 편성회의를 진행한다. 식품은 점심때 방영되는데 협의를 통해 각기 상품의 방영 시기를 나눈다. 가장 좋은 시간대는 오후 3~6시. 주부들이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바이어들은 이 때 시간대 외에도 사회적 이슈부터 일기예보까지 고려한다. 일기예보를 고려하는 이유는 비 오는 날은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고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D-Day>

◀방송 전 업체들의 상품을 보기 좋게 조리하는 조리실 내부. 직업 업체들이 조리하지는 않고 홈쇼핑 직원들이 조리를 맡는다.


방송 4시간 전, 협력업체들이 도착해 상품을 전시하고 꾸미고 샘플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때 이 과장은 협력업체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전시하는 등의 과정을 체크한다.

“폭설이 오던 날 협력업체 한 군데가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못한 적이 있어요. 아찔했죠.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급하게 주변에서 재료를 구해 촬영합니다.”


◆방송 후>
방송 후에는 사후 미팅이 진행된다. 상품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더 나은 상품으로의 보완 과정이다.




믿을 수 있는 ‘1등 바이어’가 목표

이 과장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1등 바이어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1등 바이어’의 기준은 매출이 아니다. “실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업계에서 ‘이 바이어라면 믿고 함께 한 번 상품을 팔아보자’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바이어가 되고 싶다”고 덧붙인다.

이 과장은 “예전에 홈쇼핑 입점 상담을 했으나 입점이 어려워 온라인 쪽으로 소개했던 업체들이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져 ‘이젠 같이 해보자’고 왔을 때 정말 뿌듯했다”라고 말한다.

갑(甲)이 아닌 함께하는 바이어가 되고 싶다며 웃는 그는 오늘도 분주하다.




이제명 과장은>>
NS홈쇼핑 TV상품사업본부에 7년째 근무하고 있다. 수산‧농산물 담당업무를 거쳐 현재 수산물 관련 상품들을 담당하는 중.








◆ 최근 홈쇼핑 주목 아이템 3

이제명 NS홈쇼핑 과장은 가격 경쟁력으로는 홈쇼핑이 타 채널을 이기긴 힘들다고 진단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홈쇼핑만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에 언급한 스토리텔링과 맛은 물론 트렌드도 고려된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세 가지 아이템.

1 투명한 식품

이제명 과장은 “해외 전시를 다니다 보면 투명한 식품 포장이 해외 전시에서도 많이 보였다”며 “식품 자체는 국내와 식습관과 정서가 다른 경우가 많아 해외에서 도입하긴 힘들지만 포장이나 패키지는 상품에 발 빠르게 적용해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투명한 포장이 적용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좋다는 설명이다.

2 브랜드 가공식품

홈쇼핑에서는 요즘 브랜드 가공식품이 인기다. 원물은 홈쇼핑 배송 특성상 판매가 어려워 가공식품류가 많이 선호된다. 이 과장은 “원물에서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 직수입·직거래 상품

또 다른 트렌드는 직수입‧직거래. 수산물 부문을 맡고 있는 이 과장은 시장의 인기 아이템인 훈제연어와 노르웨이와 대서양산 고등어를 눈여겨보고 있다. 직거래 상품에도 관심이 높다. 이와 관련 수협과 연계해 3, 4월 꽃게를 직거래 상품으로 준비 중이다.

“홈쇼핑은 벤더가 있어야 입점이 편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NS홈쇼핑은 식품 거래의 90%이상이 직거래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벤더가 있는 것이 불편합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벤더가 브랜드 파워라던가 컨설팅을 진행하는 예외적인 상황 외엔 오히려 지양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홈쇼핑 이모저모

22:40 홈쇼핑 채널의 골든타임은 오후 10시 40분이다. 홈쇼핑 채널의 주 고객인 주부들이 일일드라마가 끝나고 채널을 돌릴 시점이기 때문이다.

39900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할 때 가장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격은 3만 9900원.

3000 가공식품 제품을 구성할 때 한 세트에 주로 책정되는 단가는 3000원. 이 정도의 가격대에서 양을 늘려 푸짐할수록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200 홈쇼핑에서는 분당 매출로 소비자들의 상품 반응을 가늠한다. 분당 2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나면 좋은 반응으로 판단한다.

5 쇼호스트가 실질적으로 상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은 5분. 35분 방송에서 나머지 시간에는 주로 자료영상이나 먹는 장면, 조리 장면 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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