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시설연구회, 제11회 기술워크숍 개최


콜드체인시스템 업계의 시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이상 기후와 고령화 등으로 ‘안전성’이 식품·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기술적인 해결책에 대한 니즈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고품질 안전 농식품 유통을 위한 최신 저온 설비 기술’을 주제로 열린 저온시설연구회 기술워크숍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음은 국내 콜드체인시스템 시장 현황과 미래 과제.

 

1인 가구 증가, 콜드체인업계에 기회


이충모 홈플러스 부장.










저온시설연구회 11주년 기술 워크숍이 지난 12월 11일 경기도 판교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비해 ‘정보 통신 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을 접목한 새로운 콜드체인시스템과 대형 유통업체의 농산물 판매전략, 이마트 후레쉬센터 설계 및 시공 기술 사례 등이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콜드체인시스템 시장이 큰 틀에서 전국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건립과 운영 등을 토대로 성장해왔다면 이제 환경은 달라질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미래 농식품 유통환경은 공급자와 수요자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실제 국내 유통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충모 홈플러스 부장은 “채널은 대형마트 중심에서 기업형 유통채널로, 생산업계는 개별 생산자보다는 대형 팩커 중심으로, 상품은 알뜰가격·소용량으로 각각 변화하고 있다”며 “유통 환경 변화에 따라 콜드체인시스템 업계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충모 부장이 제시한 최근 유통환경의 변화 5가지.

 

√ 산지 대형 팩커 매출 성장, 도매시장 매출 감소

√ 고령화, 싱글족 증가 → 소용량 상품 수요 및 근린 쇼핑 패턴 확산

√ 신선식품의 일관성 있는 맛, 당도 선호

√ 식품안전 관련 이슈 확산 → 품질 및 첨가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확대

√ 해외경험 및 국제결혼 증가 → 수입산 식품 매출 확대

 

이 부장은 특히 콜드체인업계가 1인 가구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 소형가구를 타깃으로 맞춤형 상품 구색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소용량 상품의 저온 저장 기술과 연관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수입 농산물 판매 증가도 중요한 요소다. 수입과일의 경우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이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저렴해진 가격의 영향일 수 있지만 우수한 해외 콜드체인시스템에 의한 품질 보존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산화탄소 해결책 제시 시급

그렇다면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맞는 기술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번 워크숍에서는 크게 이산화탄소 및 에너지 절감을 토대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최근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과 전력난 등 악조건들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온시설연구회에 따르면 저온시설 운영에는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가 따른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만㎡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 저온시설 공간은 냉동기 작동과 관련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와 저장 물품의 부패감모에서 파생되는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고 있다. 이는 저온시설 운영에 따라 소요되는 전력비용 등과 맞물리면서 단점으로 지적됐고, 이에 대한 업계의 기술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졌다는 주장이다.

김병삼 한국식품연구원 융합기술연구본부 박사는 “최근 2년간 여름과 겨울의 급격한 기후변화 현상에 따른 혹한과 이상 고온, 유래 없는 전력난 등으로 소비자들은 저온시설 분야에 많은 기술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게 됐다”며 “냉동·냉장산업은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결국은 농식품 유통 형태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식품 산업의 핵심 시설인 저온시설은 에너지 소비 시설이면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많이 유발하는 산업”이라며 “정부의 저탄소 녹색산업 정책과 더불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접해 있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 신기술에 주목

아직 국내 식품·유통 시장에 콜드체인시스템 확산이 더디다는 점도 해결과제다. 콜드체인시스템의 보급률은 현재 국내 농식품 유통 산업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특히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산지유통시설의 경우 최신 기술들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에너지·녹색기술 도입, ICT 기술 융합을 통한 ‘스마트 매니지먼트’ 기술, 내구년수가 경과한 냉동·냉장시설에 대한 리모델링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병삼 박사는 “이제는 냉동·냉장업체들이 생각을 바꿀 때”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냉동·공조업계의 농업 시설을 타깃으로 펼쳐온 사업이 향후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의견에는 APC 시장 변화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현재 전국에 약 400개 APC가 있지만, 앞으로 신규 건립보다는 기존 시설의 보수 위주로 시장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2014년에는 약 7개 APC가 신규 건립될 예정이고 나머지는 보수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또 신냉매 사용 확산 등 냉동·공조업계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콜드체인시스템 업체들의 ‘새로운 분야’ 개척을 위한 노력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제품 대비 창의적인 아이템의 기술 개발 및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사례> 이마트 후레쉬센터

CA 저장으로 차별화

 


박진석 신세계건설 물류플랜트팀 과장.





미래 유통시장에 대한 기술적인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업계에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CA저장(인위적으로 공기를 변경해서 산소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를 높이는 방법으로 저장) 시설을 갖춘 게 차별화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는 것.

CA저장은 온도·습도 등을 조절해 저장하는 방법으로 일반 저장 방식에 비해 밀폐된 공간에서 여분의 이산화탄소 제거장치, 산소함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 기압조정장치, 습도조절장치 등이 필요하다.

연 면적 4만5960㎡(1만3927평), 지하 1층~지상 6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후레쉬센터는 APC, 냉동창고 물류시설(DC), 슈퍼마켓 물류시설(TC) 등 용도가 다양하다. 감자, 양파, 마늘, 사과 등을 저장·가공·포장하고 델리, 수산물, 축산물 등도 저장하는데 총 12개실(600평 규모)의 CA저장시설이 강점이다. 건설비용이 비싼 만큼 국내 유통업계에서 몇 안 되는 시설이다.

박진석 신세계건설 물류플랜트팀 과장은 “2014년까지 누적 처리 금액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체 60여개 품목, 약 10만톤을 처리할 수 있고 시간당 7.5톤의 물량을 포장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CA저장시설을 포함한 후레쉬센터의 냉동·냉장설비는 저장 환경의 공기 조성을 변화시켜 호흡 작용을 억제, 장기간 선도 유지가 가능하다”며 “CA저장으로만 5000톤의 물량을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CA저장 외에도 공조설비는 히트펌프식 일체형·제습형 공조기에 의해 선별·가공되고 이산화탄소 배기설비의 경우 각 저장실에 CO₂감지기를 설치, 자동화로 이뤄진다. 이때 CO₂감지기는 1000ppm까지 감지가 가능하다.

박 과장은 “CA저장시설은 국내산 제품이 없어 이탈리아 제품을 사용 중”이라며 “시설 운영도 교육을 수료한 후 진행, 데이터를 수시로 이탈리아 제조업체 측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또 “큐어링은 3일간 38℃에서 진행되는데 이후 상온에 방생하는 식으로 콜드체인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CT 접목, ‘상품 폐기율’ 낮추는데 획기적

김병삼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ICT 융합 기술도 미래 유통시장에서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병삼 박사는 ‘ICT 융합 유통기술’에 대한 발표를 통해 정보·통신 기술과 식품·유통산업 간의 융합을 미래 농식품 유통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현재 국내 유통업계에서 시행 중인 콜드체인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용성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시행 중인 이력관리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축산물을 예로 들면 누가 도축했고, 어디에서 도축했고 등의 정보가 소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의문입니다. 실용성이 문제죠. 반면 IT기술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상품이 어떤 온도로 매장까지 왔는가’ 등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좋은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불신은 사람의 의지, 힘으로 안 된다”고 강조하며 구조적·기술적으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유통산업에 ICT기술 접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 안전성이 핵심 구매 포인트로 등장한 것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저온시설연구회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에서 관리 부실에 따른 상품 폐기율은 20% 이상이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멀쩡한 상품도 버려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 해에 가공식품은 1조2000억원, 신선식품 6조원이 각각 버려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ICT기술을 접목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 포장을 뜯거나 맛을 보지 않고 큐알(QR)코드만 찍으면 품질은 물론 세균의 수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도 멀쩡한 상품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 박사에 따르면 ICT 융합 유통기술은 2010년부터 연구가 시작됐으며, 관련 정부 예산은 1년에 25억원으로 농식품업계 최대 프로젝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까지 2249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고, 생산·유통·소비 등 각 분야에 걸쳐 상품에 대한 정보가 통합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콜드체인시스템, 데이터 파는 시대 온다

이처럼 ICT 융합 기술은 현재 업계의 최대 화두다. ICT 융합 기술과 관련된 국가 프로젝트만 500~600개에 달할 정도다. 그 중 ‘유비쿼터스-식품(U-Food)’은 가장 우수한 100개 기술에 선정됐다. 2014년에는 ‘한국·중국 식품안전 공동 대책 마련 사업’과 관련해 베이징 인근에 10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도 이뤄진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 우유의 경우 중국 수출이 많은데, 상하기 쉬운 제품인 만큼 ICT기술을 도입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상품 뿐 아니라 식품 저장고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존 저장 창고에는 특정 부분마다 감지 센서를 장착해 창고 밖에서 온도 및 습도를 확인하거나 일일이 체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같은 창고라도 부분별로 온·습도가 다르고 상품마다 품질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ITC기술을 활용한 저장고의 경우 상품의 수확과 동시에 제품별로 테그를 붙이고 이후 개별 상품의 유통 과정 데이터는 모두 서버에 저장된다. 이에 따라 상품별로 온·습도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해 진다.

김 박사는 “이제 시대는 변했고, 콜드체인시스템 업계에서도 하드웨어 보다는 데이터를 판매하는 게 더 인기를 끌 것”이라며 “생산 직후 생산 정보가 서버에 저장되고 실시간으로 온습도의 변화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만큼 제조업계 및 유통업계, 소비자 모두에게 실용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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