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STRO> 이원영 도담 대표이사

친환경 과일 유통의 강자
“건강한 생활과 건전한 유통은 둘이 아니다”


이원영 도담 대표이사는 친환경 유통을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그 이전에 정서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친환경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도 정서적 측면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말하는 친환경 과일 유통의 플러스알파와 향후 친환경 시장.

경기도 분당 소재 삼성플라자의 친환경 과일 코너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알짜 매장이다. 6.6㎡ 남짓한 공간에서 팔리는 물량은 약 2억원. 하루 700만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리고 있다.

경이로운 2평의 숨은 주인공은 친환경과일 전문업체인 도담. 규모화된 물량을 바탕으로 친환경 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이곳의 리더는 이원영 도담 대표이사. 국내 친환경 과일의 기준을 세우는 대표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이사가 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시작한 것은 1995년경 유기농 딸기를 접하면서부터다. 당시 친한 선배가 전남 남원에서 유기농으로 딸기 농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친환경 인증도 없을 때였다. 판매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무작정 서울의 갤러리아백화점을 찾아갔다.

“친환경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였지요. 한 가지 확실한 건 딸기 맛이 끝내줬다는 겁니다. 바이어와 상담을 한 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새벽딸기’라는 타이틀로 1kg 소포장 상품으로 판매했습니다. 여기서 성공하니까 다른 백화점에서도 물건을 달라고 전화가 왔지요.”

이후 그는 서울 도곡동에서 유기농 직판장을 운영하면서 다른 유기농 매장의 구매를 대행하게 됐다. 일종의 공동구매인 셈이다. 당시 유기농 매장은 전국에서 50여 곳밖에 되지 않아 결속력이 강했다.

돈, 그 이상은 … 첫째도, 둘째도 ‘신뢰’

이 대표이사는 2001년 조은모람이라는 친환경 전문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친환경 농산물 유통에 뛰어들었다. 창립멤버는 그를 포함해 6명, 자본금은 3000만원. 무엇보다 농가를 설득하고 물건을 받는 게 관건이었다.

“지금 돈은 없지만 죽어도 떼먹지 않겠다고 설득했지요. 반드시 은혜는 갚겠다고 호소했습니다. 명망 있는 농가들이 믿어줬지요. 빚을 지더라도 농가 정산은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당시 2개 작목반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400농가가 참여하고 있지요. 우리는 농가 이탈이 낮은 것으로 유명해요. 지금도 처음 동참한 농가의 90% 이상이 남아있습니다.”

농가의 지지는 조은모람이 2006년 농업법인인 도담으로 전환할 때도 계속됐다. 핵심 작목반 대표들은 명의를 빌려주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 출자를 약속했으며 일주일 만에 자금이 모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은 판매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친환경을 하는 사람들은 정직했다고 얘기한다. 거래하는 업체간에도 서로 결제할 돈이 많다고 기분 좋게 싸웠다고 덧붙인다.

“1990년대 후반까지 친환경은 운동성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돈이 우위에 올라섰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친환경은 일반 농산물하고 다릅니다. 상품이 아니라 정서를 팔아야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단지 물건이 오가는 게 아니거든요.”

친환경시장 정체 이유, ‘교감 부족’

그는 현재 친환경 시장이 정체된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 역사가 짧다. 철학도 짧다.
√ 중간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전문가가 없다.
√ 과포장됐다.

우선 일반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친환경도 객관적인 조건이 충족되면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산은 역사가 짧고 철학도 짧은 데서 비롯된다. 친환경은 좋은 물건을 싸게 주는 걸로는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정신적인 교감이 중요하다.

둘째, 생산과 유통의 중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보여 줄 인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친환경 시장이 과포장됐기 때문이다. 친환경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거품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전체 농산물에서 친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TV 9시뉴스에 가장 많이 나온 게 친환경이에요. 지금은 어느 정도 유행이 가라앉은 시점이라고 봅니다.

2000년대 잘 먹고 잘사는 법에서 웰빙(well-being), 이제는 로하스(LOHAS, 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로 넘어가고 있잖아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로하스에 좀 시큰둥한 상태죠. 환경과 미래, 전체를 보고 소비하는 정신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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