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권고' 후 프랜차이즈 업계 후폭풍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권고사항을 놓고 제과제빵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 5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개최된 제21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 결과, 제조업 2개 품목, 생계형 서비스업 14개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에 대한 각종 권고사항들 중 ‘프랜차이즈 출점 제한’ 권고사항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점유율 최대기업인 SPC 파리바게뜨와 소규모 점포들을 대변하는 대한제과협회의 대립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과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일단 2월 5일 발표사항 중 식품유통업계에 해당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식품유통 관련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

2013년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 중 식품유통 관련 사항에는 기타곡물가루(메밀가루), (서비스)자동판매기운영업(음료 자동판매기 운영업), (서비스)제과점업 등이 포함된다. 권고사항이지만 업계에서는 강력한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만큼 구체화돼 있다.



√ 기타곡물가루(메밀가루) : 사업축소(권고기간: 2013년 7월 1일~2016년 6월 30일)

◦ 대기업은 국내 메밀시장 중 재래시장(전통식당 등)에서 철수. 단, 재고 정리 등을 위해 4개월(2013. 3. 1~2013. 6. 30)간 유예기간을 둠.



√ (서비스)자동판매기운영업(음료 자동판매기 운영업) : 사업축소(일부 사업 철수) 및 진입자제(권고기간: 2013년 3월 1일~2016년 2월 29일)

◦ 대기업은 일부 사업 철수 및 확장자제.

-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공기업은 공공시장 입찰참여 금지 및 확장자제(거래처 기준)

- 대기업(산업발전법)은 확장자제(2012. 12. 31일 거래처 기준)

◦ 해당 산업에 대기업의 신규 진입자제.




√ (서비스)제과점업 :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권고기간: 2013년 3월 1일~2016년 2월 29일)

◦ 적용범위 : 프랜차이즈(Franchise)형 및 인스토어(In Store)형 제과점.

◦ 대기업(중소기업기본법 기준)은 점포수 총량 (2012년 12월 31일 기준, 가맹점+직영점)확장 자제.

◦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일부 예외를 허용.

①프랜차이즈형_ 매년 전년도말 점포수의 2%이내 범위에서 가맹점 신설만 허용하되, 이전 재출점과 신설 시 기존 인근 중소제과점과의 근접 출점(도보기준 500m 이내)을 자제.

단, 기존 점포의 이전 재출점이 불가피한 경우(상가 임대차 재계약 불가, 건물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임차료의 과다상승, 건물주의 상가 직접운영 등)에 한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가맹계약서상 영업구역 내의 이전은 가능하나 근접 출점을 최대한 자제.

②인스토어형_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준수하여 개점한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슈퍼마켓(SSM) 및 호텔 내의 출점 허용.

◦ 대기업(중소기업기본법 기준)의 신규 진입자제(인수․합병(M&A) 및 업종변경(예 : 커피전문점에서 제과점으로 변경하는 경우 등)으로 인한 진입 포함.

※대한제과협회는 중소 제과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베이커리숍 인증제도 도입, 제과․제빵 기술 및 마케팅 향상 방안 마련, 제과·제빵 경영·인력 양성기관 설립 등 추진)을 실시해야 함.




√ (서비스)음식점업(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분식 및 김밥, 그 외 기타 음식점업 등 7개 업종) :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

(권고기간 : 2013년 4월 1일~2016년 3월 31일)

◦ 대기업은 신규 진입자제(인수·합병 등으로 인한 진입 포함).

◦ 대기업은 확장자제(2012년 12월 31일 점포수 기준, 가맹점+직영점). 단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 및 신상권 지역 내 출점에 한해 예외 인정.

-신도시는 국토해양부의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을 준용해 330만㎡ 이상의 국가차원으로 추진하는 도시를 의미.

-신상권은 3000세대 이상 아파트가 신규 건설되거나, 철길·왕복 8차선 도로로 상권이 확연히 구분되어 새로 형성되는 경우 및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를 의미.

※ 복합다중시설 및 역세권의 허용범위, 신규 브랜드의 허용여부 및 범위 등에 관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조정협의체 위원 중 각측 대표 7명으로 구성된 음식점업동반성장협의회(가칭)를 구성하여 2013년 3월 31일까지 정하기로 함. 7명은 대기업측(2)-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중소기업측(2)-한국외식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공익위원(2), 동반성장위원회 간사(1))로 구성함.






대한제과협회 對 SPC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면 충돌

위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 이후 가장 논란이 뜨거운 항목은 ‘프랜차이즈(Franchise)형 및 인스토어(In Store)형 제과점’ 규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SPC의 파리바게뜨는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조정되기를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SPC는 “국가 경제성장률 3%에 준하는 최소한의 성장을 위해 제빵전문 중견기업을 배려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감의 핵심은 ‘500m 거리 제한’이다. 전국에 1만여 개(식약청 자료, 2012년 12월)가 있는 개인제과점과, 소상공인인 가맹점 사이 500m 거리는 “사실상 출점 금지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 가맹점주의 점포 이전까지 제한하겠다는 것은 가맹점주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제과업계의 요구는 출점동결과 확장자제였다”며 “이번 발표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재 노력과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권고안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고 표현했다. 어느 정도 만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가맹점 자영업자들로 대한제과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주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프랜차이즈자영업자생존권보장비상대책위원회가 2월 6일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 회장이 회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제과협회도 반박에 나섰다. 파리바게뜨 가맹 본사인 SPC그룹 파리크라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고 2월 13일 밝혔다.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협회를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과협회는 파리바게뜨를 향해 제각각 제소와 항변을 하며 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출점 제재의 형평성 문제가 또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출점 제재에서 제외된 대형마트 내 빵집들은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이의제기다. 이마트의 데이앤데이, 롯데마트의 보네스베, 홈플러스의 아티제 블랑제리 등 대형마트 및 SSM 직영 빵집 910곳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갈등을 빚는 이유

도대체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갈등이 빚어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과연 대기업-중소기업-자영업자들간 협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도출은 요원한 것일까.

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면적 환경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대기업이 골목 빵집까지 공격하며 이윤 추구를 하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본질적 해법을 찾아낼 수 없다. 창업을 하는 개인, 대기업의 전략적 접근,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 원료 수급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창업을 위해서는 부동산 임대비, 시설유지비, 메뉴개발비, 인건비 등 다양한 경비가 소요된다. 개인이 운영할 경우 경영에서 원료수급, 조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을 충분히 파악한 뒤 창업, 다수 고객을 확보한 뒤에도 어려움은 계속된다.
결국엔 건물주에게 좌지우지되는 임대차 계약에 의해 개인 베이커리의 불안은 계속된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의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 권고는 이러한 개인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법이 아님은 앞에서 열거한 각종 분란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객관적인 국내 시장 환경을 살펴보자.

2012-2013 ‘한국식품연감’에 따르면 국내 제빵시장은 2011년 4조6900억원 규로 추산되고 있다. 양산 4사(삼립식품, 샤니, 기린, 서울식품)가 1조524원으로 22.4%를 점유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베이커리 4사(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 신라명과)가 2조4447억원으로 점유율 52.5%를 점유하고 있다. 기타 개인베이커리, 인스토어베이커리를 포함한 베이커리 업체가 1조2000억원으로 25.5%를 점유하고 있다.





제빵시장 현황



*기타 인스토어 베이커리 및 개인 베이커리 매출액은 업계추산 자료임. (출처:한국식품연감 2012-2013)






원료수급 ․ 레시피 개발에서 ‘이미 경쟁력 결정’

일단 간과해선 안 될 점으로 원재료 수급 과정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베이커리 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료 수급과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제과 제빵의 원재료는 주로 밀가루, 설탕, 계란, 유지 등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공식품 세분화 시장 현황조사(2011년 2월)에 따르면 세계 3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40년 만의 가뭄과 잇따른 산불로 인해 2010년 8월부터 밀 수출을 금지했고, 인도·중국 등에 닥친 기상이변으로 세계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2008년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던 밀 가격은 2010년 7월부터 40% 가량 올랐다.

2011년 2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전국 대형마트·시장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가격을 긴급 조사한 결과, 계란 가격은 2063원(중품 10알 기준)으로 1996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분유 재고량도 적정량의 20% 수준인 1000여 톤에 불과해 1kg당 가격이 지난해 말 7000원으로 전년(5409원)보다 29.4% 상승했다.

베이커리는 이미 원재료 수급 글로벌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소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개인 베이커리는 대량 구입이 가능한 대기업보다 원료 구매 경쟁력에서 이미 뒤쳐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게 베이커리 레시피와 기술 확보 속도도 대기업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은 최근 현상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다.

지난해 1월 31일, 호황을 누리던 리치몬드과자 홍대점이 3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전문적이고 역사 깊은 개인 베이커리의 상징적 의미이기도 했던 리치몬드과자 홍대점 폐점은 윈도우 베이커리 업계뿐만 아니라 개인 단골 고객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오마이뉴스(OhmyNews)는 지난해 2월 ‘사라지는 동네 빵집’이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잘 나가고 있던 ‘리치몬드과자 홍대점’의 폐점 이유가 일부 언론보도의 임대료 인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입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대후문의 터줏대감인 ‘이화당’ 빵집 옆에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서 ‘오랜 전통의 맛이 사라질까 우려된다’는 기사도 이어졌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원료수급과 소비자 트렌드 대응 등 복합적 환경을 간과했다. 대기업과 골목빵집, 골리앗과 다윗의 이분법적 접근으로 분석한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입맛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웰빙 트렌드로 맛집 등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것’을 즐기려는 소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제과제빵점’은 사라지고 경쟁력 있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맛과 전문성 거기에 역사적 스토리까지 갖춘 유명 개인 베이커리가 사라지는 현실은 안타깝다. 베이커리가 발달한 프랑스, 독일, 일본의 디저트류까지 한국 시장을 점령해가고 있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력은 수백 년 노하우에서 나오는 장인의 맛이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명품 베이커리가 있다. 한성대입구의 나폴레옹과자점, 동대입구의 태극당과 같은 제과제빵점은 해외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전통적 맛을 자랑한다.




카페형 베이커리와 디저트 제품의 활성화 트렌드

한편으로는 급변하는 고객 트렌드에 즉각 대응하는 업체들도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파스쿠찌 등 커피 전문점의 확산과 더불어 이들 매장에서 사이드메뉴로 쇼트케이크나 베이글, 머핀 등 베이커리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
 
2000년 중반부터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윈도우 베이커리들이 카페형 베이커리로 전환한 것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2012-2013 한국식품연감’ 에 따르면 빵이 하나의 주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주요 현상이다.

빵과 케이크, 샌드위치 쿠키류는 물론 이와 어울리는 커피, 음료를 함께 판매함으로써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베이커리 트렌드다. 즉, 빵만 판매하는 개인 베이커리를 찾는 소비자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베이커리 업체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이 같은 변화를 읽고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커피전문점과 카페형 베이커리 업체는 아침식사를 거르기 쉬운 직장인과 학생들을 위해서 커피와 함께 하는 브런치 메뉴나 샌드위치 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디저트’의 의미가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는 후식’이라는 개념에서 ‘간단히 먹는 가벼운 식사’라는 의미로 바뀐 것도 중요하다. 개인 베이커리 업체들도 이 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기업을 막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논리는 본질적 해법이 아닌 것이다.




‘협력 통한 시너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업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대 업계(구체적으로는 3자)는 한편으로 ‘연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대한제과협회는 “앞으로 동네빵집도 최선을 다해 자구노력을 할 것이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와도 서로 대화하며 상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고, SPC 그룹 파리바게뜨도 “개인 제과점과의 상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각각의 입장을 최대한 알리는 게 목적일 뿐,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제과제빵업계 종사자들은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기업의 시장분석과 원료수급을 활용하고, 대기업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보호하면서 국제 경쟁력 강화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놓고 있다.

갈 길을 차별화해 공존해가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대안을 ‘강제적으로 주도해야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고, ‘협의를 통해 순조롭게 진행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다. 과연 강력하게 규제할 것인가, 자연스럽게 유도할 것인가. 동반성장위원회도 ‘동반’의 개념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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