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시대의 종말, 다가올까?

전단지를 찾아 배달음식을 시켜먹던 일이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치킨브랜드 ‘굽네치킨’이 가상스토어를 오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국내 유통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가상스토어가 외식업계에서도 시도되고 있는 것. 굽네치킨은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으로 향후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단순한 지하철 광고 지양… 가상스토어로 어필

굽네치킨은 지난 5월 1일 국내 외식업계 최초로 서울 시내 11개 지하철 승강장에 가상스토어를 오픈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신메뉴 정보와 QR코드를 함께 담은 것으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전용 페이지로 연결된다. 현재는 유동인구가 많은 잠실, 동대문운동장, 고속터미널, 영등포구청, 왕십리, 군자, 대림, 건대입구, 온수, 상봉, 어린이대공원역 등에 가상스토어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달 말에는 압구정역에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가상스토어의 장점은 모바일 전용 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메뉴를 고르고, 도착시간을 지정하면 원하는 시간에 희망 장소에서 배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광고비용이 어차피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홍보용 광고보다는 주문과 홍보 등 2가지 이상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가상스토어를 노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 가상스토어는 지난해 홈플러스가 최초로 시도한 이후 롯데백화점과 G마켓, 교보문고 등에서도 연이어 활용하는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왕덕 GN푸드 마케팅팀 국장은 “기존 지하철 광고는 보조매체 개념이 강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행사’ 개념으로 이용할 때”라며 “비용을 투자해서 높은 매출을 달성하기보다는 주문채널 다양화로 소비자들의 접근이 용이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근하는 아버지’가 주요 타깃

굽네치킨의 가상스토어는 ‘퇴근하는 아버지’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메뉴를 주문하고자 하는 가장이 퇴근 후나 평상시 자주 지나치는 지하철역에서 주문을 하면, 가정 혹은 나들이 장소에서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치킨을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미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수가 2000만명을 돌파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회적 트렌드를 감안하면 기존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대표적인 홍보 수단인 전단지 보다 가상스토어가 미래 시장에서는 더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굽네치킨 측은 지난해 11월 마케팅을 전담하는 커뮤니케이션 기관을 신설, 어플리케이션이나 가상스토어 등 미래 시장에 대비한 마케팅 개발에 한창이다.

그러나 가상스토어를 외식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아직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급격히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전단지에 의지하는 소비자들이 훨씬 많다. 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QR코드를 활용하는 인구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도 숙제다.

구 국장은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방식을 개발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아직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전단지가 가장 효과적인 홍보방식이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고 그에 따른 채널도 바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이용자를 공략하는 것은 언젠가 업계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인데, 그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은 크지만 위험요소 많은 가상스토어

이처럼 가상스토어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모바일 쇼핑 시장은 지난해 약 1000억원대 매출 규모로 성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제 활동 인구 증가 등으로 쇼핑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가상스토어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반면 가상스토어가 단순한 홍보 수단에 그친다는 지적도 많다. 식품·외식업계에서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각각의 브랜드들이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한다면 가상스토어만의 장점은 퇴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바쁜 현대인들의 여유 있는 쇼핑이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전화로 한 번에 치킨주문이 가능한 마당에 굳이 번거로운 결제 시스템을 따라서 가상스토어를 이용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전단지 등 전통방법에만 의지해온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마케팅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굽네치킨의 과감한 도전은 주목할 만하다. 마케팅 전담 조직도 없이 광고에만 의존해온 것이 기존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의 현실이다.

구 국장은 “현재 치킨프랜차이즈 시장은 포화상태에 근접해 있다. 굽네치킨은 전국 860개 매장이 있는데 1000개가 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며 “경쟁이 심화되면 점주들의 마케팅 능력보다는 본사차원에서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굽네치킨의 가상스토어가 동종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미지수다.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안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것이 미래 시장 선점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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