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View




비로소 봄이다. 보기 위해 봄이 온다는 말이 있는데 올해는 유난히 더디게 봄이 왔다.

주명덕 사진전의 그림 같은 사진. 저 안에 봄이 있다.

주명덕은 1940년 황해도 생으로 우리나라 1세대 사진작가다. 사진을 예술로 올려놓은 선각자 중 한 사람. 그로 인해 배병우, 김중만, 구본창 같은 스타 사진작가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주명덕의 사진전이 서울 삼청동 청와대 입구에 있는 갤러리 인에서 진행 중이다. 벽, 땅, 창, 물들이 걸려 있다. 담장의 낙서, 벗겨져 가는 페인트, 유리창 밖 바다 같은 장면들도 있다. 아름답다. 원래는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 것인데 사각 프레임에 가둬놓으니 특별히 아름답게 보이데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눈이 너무 넓게 보고,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가 보다.’

주명덕 사진은, 크고 넓은 것들을 다 거둬낸다. 그리고 한 부분만 싹둑 오려낸 느낌이다. 그 가치가 예술로, 상품으로 승화된다.

 

주명덕은 50년 동안 사진을 찍었다. 산을, 깊은 숲만 싹둑 오려내 흑백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고유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산속의 희미한 정경을 알 수 있지만 얼핏 보면 암흑이거나 추상화다. 자세히 보든, 얼핏 보든, 성찰하며 보든, 째려보든 상관없다. 20년, 30년 그는 그 같은 작업을 계속했다. 절의 문창살 무늬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사진으로 처음 드러낸 작가이기도 하다. 과거의 주명덕 사진들을 보아온 사람들은 이번 전시를 보고 깜짝 놀란다. 세상에~ 나이 70이 넘은 노작가의 변신이 놀라워 혀를 찬다.

발견하는 사람이 예술가다. 늘 발견하는 사람은 젊게 산다. 올 봄. 주명덕 사진을 보며 봄을 보고 발견의 힘을 봤다.

 

주명덕 사진전 The Abstract in Photography

2012. 3. 28 ~ 4. 21

갤러리 인 http://www.galleryi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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