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차별화

커피전문점의 ‘차별화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인테리어나 메뉴에만 차별화를 시도하던 과거와 달리 다른 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것. 커피브랜드 업체들은 각각 새로운 형태의 커피전문점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시청각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익숙해져 식상함마저 느끼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이 기대된다.


커피빈, 차(車)+카페로 남심·여심 둘 다 잡는다

지난 2월 21일 서울 여의도 현대자동차 건물에 위치한 커피빈. 이른 아침이라 한산한 매장에는 몇몇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매장에서 커피만 판매하지 않는다면 규모가 작은 여느 작은 자동차 전시장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커피빈은 여의도 현대자동차 매장을 오픈하면서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의 특성을 감안했다. 120평에 100명만을 수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들여놓고 나머지 공간에는 자동차를 전시하는 등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매장을 꾸몄다.

이현진 커피빈코리아 스토어매니저는 “그동안 커피전문점의 주고객이 여성이고 자동차 매장의 주고객이 남성이었다면, 자동차 매장과 커피숍의 결합은 현대자동차나 커피빈 서로에게 부족한 고객층을 동시에 유입시킬 수는 효과가 있다”며 “여성 고객은 커피 마시러 왔다가 자동차를 살펴볼 수 있고, 남성 고객은 자동차를 보러 왔다가 커피를 마시게 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규 매장을 오픈할 때 커피전문점과 다른 산업을 결합하는 마케팅이 커피전문점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인테리어나 메뉴만 다르게 하던 기존 ‘차별화 마케팅’이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빈코리아는 철저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여의도 매장을 열었다. 커피산업과 관련 없는 현대자동차와 협력, 자동차 영업소 안에 유럽 노천카페를 모티브로 전시장 디자인과 조명 등을 새롭게 바꿨다. 이 매니저는 “커피와 자동차의 만남은 문화와 기술의 만남을 의미한다”며 “서로 다른 두 서비스를 혼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커피가 주는 따뜻한 감성을 통해 기존 자동차 전시장은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커피를 기다리는 3~4분의 시간을 지루해 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달콤커피, 음악 어플과 카페의 만남 시도… 오감 매장

달콤커피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음악 콘텐츠와 커피가 결합된 멀티 카페다. 음악 다운로드 어플인 ‘달뮤직’의 유료 회원이 음료를 주문하면 매일 1잔씩 무료로 아메리카노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보고(BOGO, Buy One Get One)마케팅’의 일환으로 음료를 사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되는 ‘1+1’개념인 셈이다. 달콤커피는 향후 일정 금액 이상의 음료를 구매하면 음악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성원 (주)다날 미래사업본부 실장은 “스마트폰 어플 유료회원이 커피를 구매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공짜로 나오는 만큼 고객들은 혼자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며 “한 명을 더 데리고 오기 때문에 신생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달콤커피는 스마트폰 어플과 커피숍의 결합을 내세우며 젊은 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강남대로변의 14개 커피전문점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 매장에서만 한 달에 1000잔 이상의 무료 아메리카노가 제공되고 있다.

지 실장은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을 ‘엔터테인먼트와 카페의 적절한 믹스’라고 설명한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은 커피만 마시지 않는다. 그들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한다”며 “문화 공간 개발은 과거 이동통신업체의 ‘티티엘(TTL)존’ 등으로 시도됐지만 본질을 잃어버린 콘셉트로 사람들이 방문하기 꺼려지게 만들었고, 재미도 없어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카페의 본질은 유지하되 기존의 정형화된 모습에서는 탈피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달콤커피는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 인디밴드나 대형음반기획사 등과 협력하며 음악적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음악적 네트워크를 넓혀 이슈화되고 있는 뮤지컬이나 가수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 천편일률적인 카페 메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으로 어필한다는 것이다. 또 밴드 라이브 공연을 매주 매장에서 펼치는 등 음악과 커피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 실장은 “요즘처럼 카페가 난립한 상황에서 신규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은 뚜렷한 개성이나 철학 없이는 눈에 띄지도 못할 것”이라며 “달콤커피는 ‘커피&뮤직’을 키워드로 뚜렷한 마케팅 방향과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콤커피는 음악콘텐츠와 커피의 결합을 내세우며 매장 한 쪽 벽면에 초대형 스피커를 설치, 인테리어를 강화했다.

 

스타벅스·카페네스카페, 영화·책 이용한 문화 공간 지향

스타벅스 신촌 명물거리점은 주변 지역에 대학교가 몰려 있어 문화를 즐기는 젊은층이 많다는 점에 주목,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매장 내 상영 공간을 마련해 커피와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건물 한 층을 극장으로 구성했으며, 381㎝ 대형 스크린과 음향시설, 35개 좌석을 별도로 배치했다. 영화는 동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무료로 상영된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의 전통적인 다방 문화에 극장이 결합되며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만들어졌다”며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영화는 정형화된 카페에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아이템”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3월부터 지역사회의 문화를 반영한 사회공헌 마케팅의 일환으로 영화 상영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소통이나 교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카페네스카페는 최근 교보문고, 리브로 등의 대형서점에 입점해 커피와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북카페 매장을 선보였고, 미스터피자에서 운영하는 ‘마노핀 갤러리’는 미술품을 감상·구매할 수 있는 신개념 아트 카페를 운영 중이다. 인터파크 HM에서 운영하는‘디 초콜릿 커피’ 분당서현점 역시 정기적으로 재즈콘서트를 열며 소비자 발길 잡기에 여념이 없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숍… 진심어린 ‘차별화’ 고민할 때

이처럼 커피전문점과 타산업과의 결합은 최근 업계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책이나 갤러리 등 문화적 요소와의 결합을 주로 시도하고 있어 차별화 마케팅을 목적으로 생겨난 매장들끼리도 획일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커피숍의 대부분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유치를 위해 이색 메뉴로 차별화를 꾀하거나 매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는 많으나, 이들 콘셉트를 워낙 많은 매장들이 내세우고 있어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시도한 차별화 마케팅이 또 다른 틀을 형성하고 있다”며 “진짜 차별화 효과가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새로운 메뉴 개발이나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고민이나 투자도 없이 인테리어나 메뉴 이름만 바꾸는 식의 마케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며 “커피를 구성하는 원두뿐만 아니라 먹는 방식과 매장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진심어린 고찰이 필요할 때”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전국 매장 수 5800여개, 연간 매출액 1조9000억원대로 성장한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은 커피전문점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점포수는 1000개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우후죽순 늘어나는 커피전문점이 시장에 호재일지 악재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점차 획일화되고 있는 업계에서 커피빈과 달콤커피의 ‘차별화 마케팅’이 시장의 미래 방향 설정에 어느 정도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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