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강원도까지 확산되자 정부가 마지막 수단인 ‘예방백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살처분으로 인한 보상비용을 줄이고 구제역 불길을 끄기 위한 방책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소비위축 가능성이 염려되는데다 백신을 사용하면 6개월이 지나야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어 수출이 장시간 막히게 된다.

살처분을 고수했던 정부가 백신을 들고 나온 이유는 크게 두가지. 무엇보다 살처분 매몰 대상 우제류(소 돼지 등 발굽이 2개인 가축)가 역대 최고치인 22만마리를 넘어 보상비만 2300억원대로 치솟은데다 향후 구제역 불길을 끌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2000년 3~4월 경기와 충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자 살처분을 하다가 막판에 백신을 주사했다. 당시 파주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반경 10km 이내에 있는 우제류 86만마리에게 접종했다.

살처분에 따른 비용 부담도 백신접종을 선택하게 만든 배경이다. 10만마리를 살처분하는데 따른 각종 보상비로 대략 1000억원이 드는 반면 백신 접종비(관리비 포함)는 10만마리에 6억원가량이 든다. 정부는 전국에 있는 돼지(990만마리)와 소(338만마리)를 비롯해 사슴, 양 등 모든 우제류 1500만여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접종하면 관리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해 연간 992억원이 든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특정 지역 반경 수 km를 대상으로 하는 ‘링접종’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되면 접종 범위가 좁아져 백신비용이 더 줄어든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수출이 장기간 막힐 것으로 보인다. 백신을 쓰고도 일부 지역에서 구제역이 나타나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부여하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어렵다. 살처분을 하면 구제역 상황이 종료된 뒤 혈청학적 예찰을 거치는 등 추후 3개월이 소요되지만 백신을 사용하면 6개월이 지나야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백신을 맞은 모든 가축이 도축돼야 수출길을 열수 있다.

우리나라를 쇠고기 수출은 하지 않고 있지만 돼지고기 수출액은 2009년 1162만5000달러(1만3000t)에 달했다. 올해는 잦은 구제역으로 60만5000달러(336t)에 그쳤지만 백신을 접종하면 수출은 장시간 막히게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동등성원칙’에 따라 다른 백신 접종국가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자국산 쇠고기 등에 대한 수입 허용을 요구하는 등 협상 시 불리해질 염려도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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