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마늘, ‘생산-마케팅-소비’의 모든 것

일본 아오모리는 ‘마늘’과 ‘사과’ 산지로 유명하다. 이들 농산물의 지역특색을 상품에 담아 온천호텔 등에서 관광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호텔은 계절에 따라 농산물의 식감을 살려 요리한다. ‘모으면 가치가 빛난다’는 진리를 보여주듯 전국에서 모인 ‘사과’상품들이 사과공원 안에 진열돼 있다. ‘일본사과, 마늘=아오모리’를 떠올리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다. ‘마늘’의 품종은 점차 슈퍼급으로 발전하고 있다. 색과 모양을 통일해 마트에 제공한다. 마트에는 마늘을 활용한 반찬류, 소스류, 바로 수확한 마늘, 저장 후 마늘, 음료, 과자, 장난감 등이 다양하게 진열돼 ‘농산물을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니오게 한다. 서산․태안의 마늘 전문가들과 함께 아오모리의 농산물 생산과 마케팅 현장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1일] 아오모리시내 이토요카도 매장 견학→ 핫코다산 오이라세게이류 호텔로 이동 → [2일] 히로사키 성 공원→ 네부타 마을→ 히로사키시 사과공원→ 아그리마켓 아네코→도와다신사→ [3일] 마늘재배 선별장, 시설현장견학→ 고마키온천 아오모리야→ [4일] 오오구로모리 마늘&바비큐 축제(베코마츠리) 견학→ 타코초 갈릭센타→ 마늘재배 농가


농산물 활용한 요리와 관리방법까지… 친절한 매장 POP

지난 9월 29일~10월 3일 서산시, 태안군 농정관계자와 서산․태안육쪽마늘조합공동사업법인, 학계 전문가 등이 모여 일본 아오모리 현의 산지와 유통매장을 탐방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아오모리 시내의 이토요카도(ItoYokado) 매장. 농산물 마늘 매대 옆에 양파, 고구마, 감자 등이 진열돼 있고 구매 후 가정에서 보관하는 방식이 진열간판(POP)에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이토요카도 농산물 매장 한가운데의 독립매대에서는 버섯 시즌행사가 한창이다. ‘가을의 맛, 버섯(키노코)’이라는 문구와 함께 10월 15일 ‘버섯의 날’에 대한 소개가 자세하게 적혀 있다. 10월 15일을 ‘버섯의 날’로 제정한 이유는 10월이 버섯 수요가 가장 많은 달이기 때문이고 그 달의 중심이 15일이기 때문이다. 
매장 안내판에는 버섯의 조리 포인트가 적혀있다. “절대 물로 씻지 말 것. 물로 씻으면 버섯이 물을 흡수해 맛이 떨어지기 때문” 등의 내용. 소비자가 구매한 후 어떻게 취급하고 보존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적혀 있다. 매장에 설치된 PR화면에서는 버섯을 활용한 요리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방영되고 있다. 
이범래 서산․태안육쪽마늘공동사업법인 대표를 비롯한 일행들은 농산물 매장의 마케팅 방식과 진열방법을 주의깊게 살피며 마늘 원물과 가공상품 일부를 구매했다. 매장에는 마늘 원물과 다진 마늘, 생강 등이 연관진열돼 있었다. 또 저장 후 약간 건조된 마늘도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매장에는 ‘흰색의 6쪽마늘’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범래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백마늘로 불리는 눈처럼 흰색의 마늘을 생산한 적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소비자에게 인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색깔이 너무 흰 탓에 ‘수입산’으로 오해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마늘향이 적은 것을 선호하고 흰색의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4계절 식감 살린 호텔요리… 식재료 이름 개발 등 의미부여

오이라세게이류호텔 뷔페에는 지역의 신선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들을 제공한다. 오토베 하루오 (주)오이라세게이류 호텔 총요리장은 공주마늘(히메닌니쿠)을 개발해 색다른 마늘 튀김을 제공한다. 히메닌니쿠는 마늘에 뿌리와 잎이 달려 있어 이를 튀겨 한꺼번에 먹는다. 일반 마늘 칼로리의 3분의1이라고 소개했다. 
오토베 하루오 총요리장은 이범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원래 농가에서 수경재배로 생산한 ‘히메닌니쿠’는 활용가치가 없어 그동안 시장에서 무시당해왔다”며 하지만 “이러한 식재료를 활용할 방안을 궁리하다 색다른 식감의 튀김용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히메닌니쿠를 활용한 마늘 튀김요리는 인기가 높다. 이를 먹기 위해 고객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루오 총요리장은 요리의 비결이 “기름의 색다른 사용에 있다”고 밝혔다. 
                
           
농산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라

아오모리에는 사과(일본어 링고)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상품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히로사키시 사과공원은 지자체에서 특화시킨 곳으로 사과와 관련된 모든 상품들을 집대성시켰다. ‘사과의 집’, ‘전망대’, ‘구 농가 주택’, ‘사과 생산 원지’로 이루어져 있다. 사과의 집은 과자 또는 공예품 등 사과와 관련된 1200여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적의 사과’를 개발한 기무라 아키노리 농가와 10분 거리에 있기도 하다. 이곳 사과공원에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나무가 있다. 공원 내에 약 60종 1200그루의 사과를 식재했다. 
센터에 들어서자 아사다 사토미 히로사키관광컨벤션협회 사과공원 담당이 다양한 품종의 사과 시식을 제공하며 공원 가이드를 해준다. 아사다 씨는 “공원의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서리해가는 사람들이 있으나 ‘맛은 책임질 수 없다’”며 농담했다. “이 공원이 조성된 뒤 주변 재배농가에서 서리당하는 양이 많이 줄었다”고 웃었다. 또 사과를 활용한 메뉴를 판매하는 사과다방, 아이들의 학습코너가 있다. 세계의 사과 산지와 품종들이 학습장에 잘 전시돼 있다.
사과공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표고 83m의 높이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언덕인데 이와키 산과 히로사키 시내를 멀리 바라볼 수 있었다. 1854년 사격훈련장으로 만들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구 농가주택은 에도시대 농가구를 재현한 건물이다. 옛날 농가구와 사과 생산 선구자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계절에 따라 꽃 따기, 사과 따기, 수확 등의 체험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사과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보이는 것이다. 사과공원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오이라세게이류호텔에서는 아침 온천탕에 수십 개의 사과를 띄워 입욕의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물위에 사과들이 둥둥 떠다니는 곳에서 온천욕을 즐긴다. 사과마케팅이 아니라 호텔 차원의 배려지만 지역의 특화성이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Packaging>>
사과를 활용한 가공식품들. 반찬류, 과자류, 화장품, 음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에 사과를 활용했다.

-사과를 활용한 떡모찌. 다양한 사과 상품이 선물용으로 포장돼 아모모리 현의 마트와 슈퍼 및 관광상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과 맛 사탕이 캔 모양의 패키지에 들어있다. 
-아오모리 대표적 문화상품 ‘네푸타 축제’의 북에 쓰이는 캐릭터를 활용한 애플파이 포장. 


지산지소+QR코드 부착… 지역특산물 매장은 지도를 통해 홍보 

아오모리의 또 하나 특징은 지산지소가 활발하다는 것. 전일본농협(JA)의 직판매코너, 특산품직매소, 신선농산물전시관 등 농산물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사)아오모리현 후루사와 식품진흥협회는 지산지소 가이드북을 발행해 지역과 관련된 시설, 매장, 문화관계 시설 등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 가이드북에는 각 점포와 시설별로 QR코드(스마트폰으로 인식하는 빠른 정보 코드)가 표시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낙네’라는 뜻의 ‘아네코’ 농업생산법인은 주변 농가들이 출자해서 만든 생산-유통 연계업체다. 무라카미 미에코 아네코(유) 대표를 비롯 13명의 직원 중 12명이 여성이다. 아네코(유)의 노이치고라는 직판점은 2008년 어그리 챌린지 지원사업으로 시작됐다. 지원사업비의 반액을 국가가 보조했으며 120명의 회원 농가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곳은 ‘노이치고’라는 직판매장, ‘코자쿠라’ 레스토랑, ‘히마와리’라는 시민농원, 체험관광의 사과공원을 운영한다. 또 ‘다케키미’라는 오너제도를 통해서 문화교류활동과 이벤트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문화교류활동 중에는 한국어강좌, 요리교실, 요가교실 등이 있다. ‘아네코’는 한국말로 ‘아낙네’라는 뜻의 아오모리 방언이다. 일본에 온 지 5년 된 김옥희 씨가 한국어 강사 대표다. 그녀는 사과재배를 하고 있어 일본 사과 농사에 대해서 많이 질문하라고 주문했다. 아오모리를 관광차 방문했다가 붉은 사과밭 천지인 풍경에 반해 정착했다며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노이치고 직판매장에는 아오모리현 히로사키 다케 지역의 옥수수인 다케키미(키미는 옥수수)가 유명하다.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다케키미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케키미 스위츠(Sweets)에는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케이크와 푸딩을 담은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마늘 투어 >> 마늘연구소-JA-선별장-농가-가공식품전시장-마늘축제 

생산부터 축제까지, 연관 마케팅으로 지역경제 살린다  


지난 9월 29일~10월 3일 서산․태안 농정 관계자와 육쪽마늘조합공동사업법인, 학계 전문가 등이 모여 아오모리현의 산지와 유통매장을 탐방했다. 이 기간 동안 아오모리의 대표 농산물인 마늘 축제가 열린다. 한국참관단은 아오모리시내 이토요카도 매장에 이어 아오모리산업기술센터, JA유통센터, 타코 마늘축제 현장과 상품전시장, 생산농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마늘 생산에 이어 상품화되는 과정과 각종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자연스럽게 연계된 여정. 한국의 마늘유통 시스템과 많은 것을 비교할 수 있었다.  


종자 연구&공급 활발… ‘후쿠치 화이트’의 슈퍼급 연구 박차

키쿠치 아오모리현산업기술센터 채소연구소 품종개발부는 1983년부터 ‘마’와 ‘마늘’의 우량종묘를 생산 공급해왔다. 바이러스 억제와 종묘의 유지 증식에 관한 연구를 통해 개발한 종자를 일본전농협(JA)으로 유상 공급하고 있다. JA는 이를 2년여 실험 또는 증식을 한 뒤 농가에 공급한다. 
이토요카도 매장에서 발견한 ‘흰색 마늘’의 개발처가 아오모리현산업기술센터이다. 마사히코 키쿠치 아오모리현산업기술센터 채소연구소 품종개발부 부장은 “최근 일본에서 주력하는 마늘재배 품종은 ‘후쿠치호화이트 마늘’”이라고 밝혔다. 흰색의 6쪽 마늘로 앞으로는 병해에 더욱 강한 품종인 ‘슈퍼 후쿠치호화이트’을 개발하려고 연구한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마사히코 키쿠치 부장은 “지속적인 품종개발을 비롯해 종균배양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그 결과를 농가에 보급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일단 JA를 통해서 공급되는 마늘 종자는 JA직영농장 또는 JA가 인정한 농가에서 2년간 증식을 한다. 이 종자증식을 통해 2년 내 5배 이상 물량이 늘어난다. 후쿠치호화이트는 겨울철 -5℃에서 자란다. 앞으로는 2년 동안의 증식 기간을 1년으로 줄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공급한 종자를 가지고 농가에서 마늘재배를 한 후 선별장으로 보낸다. 


-우토우 다이스케 아오모리현 타코초의회 의원이 마늘농가에서 한국참관단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로 25cm, 가로 15cm의 폭을 만들어 기계로 구멍을 뚫은 후 마늘 종자를 심은 후 흙을 덮는다. 비로 인해 구멍이 패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흙을 1cm정도 덮는다. 어떻게 심는 것이 비와 온도 조절에 효과적인지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JA유우키아오모리 농업협동조합 천간지지소. 후쿠무라 히데아키 판매과 과장은 “마늘선별장 천간지지소에는 아오모리현의 마늘이 JA를 통해 80~90%수집된다”고 말했다. 이곳은 마늘을 저장하기 위한 압력가스실이 설치돼 있다. 


외국인과 함께 하는 지역 축제… 마늘도 알리고 고기파티도 하고  

25회를 맞는 타코 마늘&쇠고기 바비큐 축제가 10월 2~3일 개최됐다. 일본말로는 ‘닌니쿠베고마츠리’라고 한다. 이는 마늘을 뜻하는 일본어 ‘닌니쿠’와 바비큐의 타코 마을 방언인 ‘베고’를 결합한 말이다. ‘마츠리’는 축제를 의미한다.   
일본 아오모리 타코초에서는 마늘축제를 바비큐 파티와 함께한다. 미리 예약하면 분홍색 천가방에 한 사람당의 고기, 채소, 마늘 1봉을 준다. 이를 야외의 커다란 철판에 구워서 먹는다.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주먹밥(오니기리)을 별도 구매해 먹을 수 있다.  
사와구치 마사루 타초코의회 의장은 “2000만엔의 예산을 들여 매년 마늘&바비큐 축제를 열고 있다”며 “이 행사를 위해서 일본 와규 네 마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마늘뿐만 아니라 지역의 쇠고기를 홍보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제법 많은 인파가 몰리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당수 내방한다. 인근의 미군부대에서도 해마다 축제에 참가해 바비큐를 즐긴다. 
한만봉 서산시 농정과 계장은 “국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축제가 활발한 가운데 특정 농산물과 궁합이 맞는 다른 지역특산물을 연관해 진행한다면 시너지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서산 태안 지역의 마늘과 한우의 연계축제를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늘 축제 관람 후 (왼쪽부터) 우토우 다이스케 타코초의회 의원, 스나코다 야스오 타코초의회 부의장, 사와구치 마사루 타초코의회 의장과 마늘센타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각각 분홍색 주머니에 1인분 분량의 쇠고기, 채소, 소스와 축제 안내책자를 받는다. 이를 커다란 철판에 구워서 바비큐 파티를 벌인다. 
  
- 타코초 갈릭센타. 다양한 마늘 가공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늘 와인, 마늘 과자 뿐만 아니라 마늘 모양을 캐릭터로 만든 다양한 열쇠고리들을 판매하고 있다. 마늘장아찌 세트, 마늘 드레싱, 마늘라면, 마늘 카레, 마늘 와인 등 100여 종류의 상품이 있다. 통신판매를 통해서 연간 1억엔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야즈야’라는 인터넷 쇼핑 전문 회사에서 1~5억엔의 비용을 들여 홍보하고 있다. 


한국참관단>> (앞줄 왼쪽부터) 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마늘연구소 농업연구사, 김태수 서산․태안6쪽마늘조합공동사업법인 생산관리팀장, 임동준 더바이어 편집국장, 이광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고연임 부국 대표, (뒤줄 오른쪽부터) 한만봉 서산시청 계장, 이범래 서산․태안6쪽마늘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후쿠무라 히데아키 JA유우키아오모리 농업협동조합 천간지지소 판매과 과장, 윤정환 발효전문 산방가 대표, 유병현 태안군청 계장,  이한준 아이투디 대표, 김운섭 충남농업기술원 태안백합시험장 마늘팀장, 김근아 더바이어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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