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식에서 보양식으로 진화한 HMR

무항생제 한우곰탕부터 인삼장어탕까지, 이제는 HMR로 판매하는 요리보다 판매하지 않는 요리가 더 드물어졌다. 종류가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퀄리티도 높아져, ‘몸에 좋은 HMR’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급증하는 HMR 니즈에 맞춰 재료를 고급화·다양화한 제조·유통업체들의 시도가 있었다.
 
원재료의 국산화와 차별화로 HMR 시장이 고급화되고 있다.
원재료의 국산화와 차별화로 HMR 시장이 고급화되고 있다.

aT의 ‘2019 간편식 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HMR 품목은 즉석국이다. 2018년 즉석국의 시장 규모는 2016년 대비 235% 증가해, 가공밥(64%)과 죽(57%)의 신장률을 크게 뛰어 넘었다. 냉동 식품류 시장도 2년새 46% 증가했다. 질적인 성장도 최근 HMR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다. 값싼 수입 식재료로 ‘흉내’만 낸 식품들이 아니라, 국산 식재료로 집밥처럼 만든 프리미엄 HMR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상식에서 보양식으로 진화한 HMR 
 
HMR 시장이 고급화·다양화되면서 수요 층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바쁜 직장인, 수험생들이 HMR의 메인 수요층이었던 반면, 요즘은 어린이·임산부들을 위한 맞춤형 HMR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본죽의 자회사 ‘순수본’은 영유아식 브랜드 ‘베이비본 죽’을 론칭하고 이유식과 반찬류 총 200종을 출시했다. ‘순수본’은 2025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신노년층’이라 불리는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세대’들을 타깃으로 케어푸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연화식 선발주자인 현대그린푸드에 맞서, 2019년 연하식(嚥下食) 브랜드 ‘이지밸런스’를 론칭했다. 기존 HMR 메인시장에서는 메뉴의 세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탕·찌개류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판매 품목이 미역국·김치찌개·된장 찌개 등으로 단순했다. 
 
반면 요즘은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차별화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장어와 인삼을 넣고 끓인 ‘인삼장어탕(오아 시스마켓·9000원)’, ‘들깨 오리고기 곰탕(마켓 컬리·9350원)’이 그 예다. 죽 종류도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이 출시되는 추세다. 농협하나로유통은 국산 닭고기와 마늘, 인삼, 녹두 등을 넣고 끓인 ‘오케이쿡 영양 녹두삼계탕(농협몰·7980원)’을 출시했으며, 마켓컬리는 유기농 쌀과 전복으로 만든 전복 죽(6500원)을 판매 중이다.
 
 
같은 메뉴 다른 가격, 핵심은 원재료
 
안성 고삼농협의 무항생제 한우사골 HMR.
안성 고삼농협의 무항생제 한우사골 HMR.

안성 고삼농협이 생산하는 ‘진한 사골곰탕’은 무항생제 한우뼈를 고아 만든 제품으로, 가격은 1팩(500g)에 6300원이다. 경쟁제품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사골곰탕(500g·1590원)보다 3배 비싸다. 그런데도 매출은 늘고 있다. 

 
방숙영 고삼농협 안성마춤푸드센터 차장은 “우리 제품은 대기업 사골 제품들과는 콘셉트가 다르다. 재작년에는 마켓컬리에도 입점했다”며 “매출도 2016년 60억원에서 2019년 99억7000만원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죽 시장도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강화드림이 생산하는 저염 죽 ‘섬죽 전복죽’은 유기농 쌀과 무농약 채소, 국산 전복과 천일염으로 만든 프리미엄 죽이다. 마켓컬리에서 개당(300g) 6500원에 판매 중이다. 
 
역시 경쟁 제품인 동원F&B의 ‘양반 전복죽(285g·2390 원)’보다 2.5배 이상 비싸지만 잘 팔린다. ‘양반 전복죽’도 쌀은 국산을 쓰지만, 전복은 필리핀산이고 풍미 강화를 위해 참치뼈엑기스와 조개야채엑기스 등을 첨가했다. 물론 가격 차이가 단순히 원재료에만 기인하는 건 아니다. 
 
동원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동원은 죽 제품 20가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판매량이 4000만개에 달한다. 대량 생산하다보니 제품 단가도 낮아졌다”며 “프리미엄 죽 라인업도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특산물 ‘품은’ HMR, 젊은층 공략 
 
젊은층 타깃의 HMR 제품은 트렌디하면서도 신선도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이런 경향은 편의점 FF카테고리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CU는 특산물 HMR 시리즈로 ‘횡성한우 불고기영양밥’, ‘벌교꼬막 삼각김밥’ 등을 출시했다. 지역 특산물 HMR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서, 타지역 대비 매출이 평균 4배 더 높았다. 특히 CU가 공들이는 품목은 샌드위치다. 
 
CU 의 샌드위치 매출이 전체 HMR 카테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0%였지만 매년 성장해 2019년 18%까지 증가했다. 샌드위치 인기에 힘입은 CU는 제주산 백년초와 녹차로 만든 ‘제주 샌드위치’ 3종을 제주도내 매장에서 한정 판매했다. 
 
 
국산 닭고기·돼지고기와 채소 반찬으로 구성한 미니스톱의 ‘꿈나무도시락’.
국산 닭고기·돼지고기와 채소 반찬으로 구성한 미니스톱의 ‘꿈나무도시락’.

미니스톱은 국산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청소년 타깃의 ‘꿈나무도시락’을 1월 출시했다. 업계는 프리미엄 HMR 시장의 증가가 국산 농식품의 소비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재원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 사무관은 “농식품부는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식품 제조기업에 원료자금 매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HMR 시장이 커질수록 국산 농식품 소비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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