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품종 시장 테스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의회’가 농촌진흥청 주최로 1월 9일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 회의실에서 열렸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을 필두로 도 농업기술원, 가락시장 도매법인 등이 모여 신품종을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이 도매법인과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에게 업무 협ㅎ조를 요청하고 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이 도매법인과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에게 업무 협ㅎ조를 요청하고 있다.

 

 
 
2020년에는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과 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신품종 시장테스트가 확대된다. 2019년 농진청과 강원·충남·충북 농업기술원에서 2020년에는 이를 포함 한 전남·전북·경남·제주 농업기술원 등으 로 육종기관을 넓히기로 했다. 이곳에서 개 발된 35개 품목, 70개 품종의 시장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품종 선발·보급 전 시장성 조사 선행
 
이번 논의에서 신품종 시장정착의 실패 원 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결여된 시 장 관점’이다. 신품종 개발에 앞서 생산을 먼저 고려한 것이 오히려 가장 큰 패착 요 인이 됐다는 것이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그동안 시장의 선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품종 보급 으로 시장진입 실패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연구원이 한번 신품종을 개발하면 10~20 년이 소요된다. 한번 시작된 신품종 개발은 되돌릴 수 없다.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품종 보급은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이는 연구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시장성을 고려하기 위해 농진청은 신품종 선발부터 생산자·소비자 관점에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기존에 품종개발을 먼저 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순서에서 벗어나 2020년 부터는 시장조사를 먼저 한 후 시장성이 있다 고 판단된 것만 품종 개발을 진행한다. 
 
품종 보급도 마찬가지다. 교배(1년), 유망 계통선발(10~30년), 지적시험(3년), 품종 출원(1년) 순으로 진행했던 품종보급 순서 가 2020년부터는 개선된다. 유망계통선발 후 심층평가를 2년간 거쳐 단점을 충분히 보완해 지적시험에 들어가게 된다. 시장에 빨리 정착하기 위해선 충분한 단점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존에 진행했던 경매사 대상 AHP 분석을 통한 마케팅 우선순위 제시를 더욱 강화한다. AHP 분석을 이용하면 한 작물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무 엇인지 중요도 순으로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요자가 농산물을 구매할 때 무엇을 가 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를테면 딸기에 대해 경매사 대상 AHP 분석을 진행한 결과 딸기가격에 가장 많 은 영향을 미치는 항목으로 색깔, 당도, 품질 균일성이 꼽혔다. 농진청은 이 결과를 연구원과 농가에 공유해 앞으로 딸기 신품 종을 개발할 때 이 세 가지를 먼저 고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달라지는 신품종 테스트 방법
 
기존 신품종 테스트는 농진청에서 도매법인 경매사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중도매인 모집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활용할 경우 각 경매사와 친분이 있는 중도매인 위주로 모이다 보니 중도매인, 다시 말해 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20년부터는 농진청이 직접 중도매인을 섭외해 중도매인 풀을 조성할 계획이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향후 각 지방의 농업기술원이 독자적으로 신품종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독립된 신품종 테스트 인력풀이 필요하다”라며 중도매인 직접 섭외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품종 테스트를 진행하는 지역도 더 넓어진다. 기존 서울 가락시장 위주의 시장테스트에 서 2020년부터는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거점별로 시장 평가를 진행한다. 중도매인 풀 도 가락시장 이외에 전국 도매시장에서 구성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가락시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신품종도 가락시장에서 진행해 효율이 떨어졌다. 
 
위태석 연구관은 “신품종 감자 ‘서홍’은 대부분 경상도에서 재배되는 작물로 주로 부산 도매 시장으로 출하된다. 이런 품종을 가락시장에서 테스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거점별 시장테스트를 위해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에 과일 중도매인 15명, 지방 도매시장법인에는 각각 10명의 과일 중도매인 모집을 요청했다. 신품종 테스트 인력풀로 선정된 중도매인에게는 위촉장 수여와 소정의 보상이 이루어진다. 
 
소비자 신품종 테스트도 강화된다. 그동안 신 품종 개발에서 가장 우선시 됐던 것은 생산, 그리고 신품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었다. 이에 이날 협의회에서는 신품종 농산물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해 생산과 소비의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생산지에서의 평가뿐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의 평가 도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2019년 30명의 소비자 패 널과 진행했던 소비자 신품종 테스트를 2020년부터는 40~50명으로 확충해 8회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소비자와 유통인의 신품종 테스트 결과를 비교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신품종을 재배하는 농업인이 더 체계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시장 정착 위한 필수과정 정가·수의매매
 
 
신품종의 실질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선 정가· 수의매매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위태석 연구관은 “신품종 농산물을 경매를 통해 거래 하면 홍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농가 입장 에선 책임져주는 곳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 중도매인 입장에서 처음 보는 신품종을 높은 가격으로 구매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신품종 농산물을 키운 지 1년 만에 그만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가의 생계와 신품종 농산물의 시장 정착을 위해선 정가·수의매매 를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며 “이는 정부의 농 산물 유통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청과는 정가·수의매매를 활용해 신품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경험이 있다. 송창종 서울청과 차장은 “썸머킹은 기존 가장 먼저 수확되는 아오리보다도 먼저 판매가 이뤄질 수 있고, 아리수 역시 홍로 출하 직전에 홍로와 비슷한 품종으로 판매될 수 있는 데다 두 품종 모두 상품성도 뛰어나 시장성이 있다 고 판단했다”며 “여기에 대형 유통업체에선 우수한 상품을 선점, 독점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 강한데 이에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한 대형 유통업체에 전량 출하를 전개했고, 산지에선 신품종 특성상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 지역에 모든 물량을 규합 시켜 출하했다. 이후 썸머킹과 아리수 모두 출하 3년 만에 대형마트 에서 품종 코드가 생겼을 만큼 시장에 성공적 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송창종 차장은 ‘정가·수의매매 를 활용한 신품종 판매 특성’도 알렸다. 송 차 장은 “정가·수의매매를 통하면 대형 유통업 체나 대형 중도매인과 상품 연계가 가능하고, 물량 및 가격에 대한 사전 협의도 원활하게 이 뤄질 수 있다”라며 “특히 산지와 소비지의 지 속적인 정보 교류를 통한 시장 변화의 신속한 대처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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