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 두부·장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중소벤처기업부가 12월 두부·장류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자 업계는 대체로 수긍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를 ‘대기업 길들이기’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상반기 ‘생계형 적합업종’ 실태조사를 앞둔 막걸리업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소비 감소로 성장이 정체된 두부・장류산업 분야의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두부 제조업과 장류(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그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지정에 따라 이 분야의 대기업은 2020년 1월부터 향후 5년간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금지되며,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 취지에는 공감 

중기부는 대기업이 장류와 두부산업을 잠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각 시장에서 대기업의 B2C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 두부가 76%, 장류가 80%다. 메인 플레이어는 두부 시장에선 풀무원과 CJ제일제당, 대상이고, 장류는 대상, 샘표, CJ제일제당이다. 

특히 중기부는 대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B2C 뿐 아니라 B2B 시장까지 적극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대기업이 업소용 제품까지 생산하면서 소상공인의 설 자리를 위협한다고  판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결정한 것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이란, 기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이 만료되는 업종과 품목을 대 상으로 대기업·중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해당 분야의 종사자 수 5인 미만 영세업체가 보호 대상이다. 2019년에만 다양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서적·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 자동 판매기 운영업, LPG연료 소매업 등이 줄줄이 명단을 올렸다. 

문제는 ‘생계형 적합업종’의 전 단계인 ‘중소 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을 뿐인데도 산업이 뿌리째 흔들린 선례가 있단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막걸리다. 막걸리는 2011년 업계 소상공인들의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발을 빼면서 산업 자체가 침체됐다. 소 뿔을 빼려다 소를 죽인 셈이다.

정부 눈치보는 대기업, 식품산업 위축 우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두부, 장류 지정 건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합의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지형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지원과 주무관은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양쪽 의견을 수렴 하기 위해 수차례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문가 들을 동원해 실태조사도 했고, 대기업 입장도 충분히 들었다”며 “대기업의 반대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외 조항을 마련해 상생 방안을 충분히 도출했다”고 말했다. 

예외 조항이란 대기업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조항이다. 두부 제조업의 경우 수출용 두부와 가공·국산콩 두부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으며, 1kg 이하의 소형 포장두부는 생산을 전면 허용하는 등의 예외조항을 뒀다. 

장류 제조업 역시 수출용 혼합장과 소스 류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8kg 미만의 소형 장류제품 생산을 전면 허용토록 했다. 두부업계 점유율 1위인 풀무원은 우선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정병호 풀무원 홍보팀 담당은 “이미 정부와 합의가 된 마당에 회사의 입장을 표명하긴 곤란하다. 그렇지만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풀무원이 과거부터 추 구하던 가치”라고 말했다. 

대상도 비슷한 입장이다. 전치우 대상 홍보실 담당은 “대상은 생계형 적합업종 전 단계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때에도 장류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수·개시 제한’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중소기업 동 반성장을 충분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더바이어(The Buy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