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에서 성공하려면 닭을 알아야 한다. 과일 유통의 정점은 수박에 있고 축산물 유통의 변수는 닭에게 있다는 말이다. 수박은 과일 중에서 가장 크기가 크고 시즌 한계가 뚜렷하며 가격 대비 품질 설정이 어려운 점 등 유통 함수가 복잡하다. 그보다 유통 함수가 훨씬 복잡한 품목이 닭이다. ‘유통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닭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아보자. 일단 닭을 알기 위해 위키백과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인류가 우주를 탐사할 때가 오면 우주선에 태워야 할 가축 1순위가 닭이다. 훌륭한 단백 질 공급원에 달걀까지 생산하고, 체중도 소나 돼지보다 적게 나가면서 크기도 작아 차지하는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다른 가축들보다 작아서 상대적으로 키우기 쉽고, 번식력이 좋고, 계란이라는 이용가치가 많은 부산물이 존재한다. 도축비도 적으며 전세계적으로 닭고기를 기피하는 나라가 없다….’

 

이 설명을 유통 관점으로 해석하면, ‘시장은 넓고 생산~소비 주기는 짧고 가치 순환은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알에서 깬 병아리가 닭이 되어 도축되는 주기가 50일밖에 안 된다. 전국 어느 동네에서나 치킨 매장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계란 없는 식품매장, 계란 없는 식탁을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닭 비즈니스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함정도 많다. 유통 주기가 짧은 만큼 가격대가 안정치 않다. 소와 돼지보다 질병 발생률이 높고 사육의 밀집도가 높아 전염 파괴력도 크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동 물량이 많은 만큼 거래가의 세밀함이 필수적이다. ‘1원이 아니라 1전까지도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곳이 닭 업계다. 그 외에도 함정은 많다. 닭 취급 업계의 높은 부도율과 계약 취소율, 거래 당사자들간의 낮은 신뢰지수 등등 유통을 하며 겪을 수 있는 모든 난관들이 닭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닭 장사를 해본 사람들은 어떤 장사를 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닭을 알면 유통을 아는 것이다. 장사의 원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간과 유통, 자연과 생명, 영양과 건강, 사람과 돈에 대한 온갖 노하우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2020년이 밝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AI 공포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가축질병에 대한 국가적 대처가 비교적 성공하고 있는 듯해 일말의 안도감이 일어나고 있다. 식품유통 업계와 우리나라 경제 환경도 그래지면 좋겠다. 닭의 몸집처럼 규모 대비 효율이 높아지고 가격 대비 기능이 커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느덧 아시아에서 가장 키가 큰 민족이 되었다고 한다. 고기가 큰 역할을 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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