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하이든, 톨스토이, 로댕, 차이코프스키, 김구, 주시경, 김동인, 현진건, 손기정, 말론브란도, 프란치스코 교황, 김훈, 김용 옥, 성석제, 서태지, 심은하, 구구단의 세정과 소이, 박봄, 산다라 박, 아유미… 역대 쥐띠 인물들을 찾아보니(위키피디아) 작가와 예술가들이 유 난히 많았다. 그리고 현대에 가까워지면서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 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혹시 유명인의 기준을 세운 알고리즘 영향이 아닌가 싶어 다른 띠도 검색해 봤다.

 

지난해인 돼지띠 인물들에는 이성계, 크롬웰, 마리 앙뚜아네뜨, 이승만, 장면, 로널드 레이건 등 정치인이 많이 등장했다. 내년에 해당되는 소띠를 찾아보니 삼국지의 유비, 원효 대사, 세종, 성종, 숙종, 바흐와 헨델, 고흐 등등이 등장했다. 모든 띠들의 공통점은 현대에 접어들수록, 특히 1990년 이후부터는 더욱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사회의 주류 직업이 바뀌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십이간지의 의미를 새기고 띠별 운세를 보는 문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십이간지를 생활화하고 있는 나라는 한자문화권 외에도 유럽의 훈족(국가로는 헝가리)과 투르크족(국가로는 터키)이 있다. 참고로 일본은 돼지 대신 멧돼지띠를, 베트남은 소 대신 물소띠를 사용하며 태국은 용 대신 나가(머리가 셋 달린 뱀)를 사용한다(출처는 위키피디아).

 

하필이면 쥐가 12간지의 맨 앞에 서게 된 이유가 늘 궁금했지만 명쾌한 답은 찾기가 힘들다. 대부분 전설적 이야기들이고,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기 쉬운 답은 농사와 관련된 설명이다. 12 동물의 주된 활동시기를 12시간으로 나누어 거기에 적합한 동물들이 배치됐다는 것이다.

 

가령 쥐는 자시(23:00~01:00)에 가장 왕성하게 움직이고, 다음 시간인 축시 (01:00~03:00)에는 소가 내일을 위해 힘을 비축한다는 식의, 알쏭달쏭한 설이다. 정오를 알리는 12시 무렵은 말의 시간인데 모든 동물이 쉬는 중에 유일하게 말만이 활동한다는 설명에 이르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농식품 관련 정부 부처에서 내놓은 새해 인사말을 보면서 2020년을 가늠해 보니 세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공익, 안전, 미래 준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그 중에서 농식품부 장관이 인용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윤봉길 의사가 쓴 <농민독본>의 내용 일부이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

 

윤봉길 의사는 독립운동을 하기 전 농민운동을 했고, 그때 쓴 <농민독본>에 ‘생명창고’라 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당시 조선의 총생산액이 18억원, 이 중 농업생산액이 13억원 이었다고 한다. 농업이 곧 경제였다. 지금은 연예와 스포츠, 공무원직이 제일의 꿈으로 바뀌었지만 그 어떤 직업도 생명창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2020년에는 쥐띠 작가들처럼 창조적이고 윤봉길 의사처럼 열정적으로 생명창고가 풍성해지길 기원한다. 2020 숫자의 모양이 왠지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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