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국장은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 뭐든 정리를 하지 않고서는 넘어가는 법이 없어.”
 
술자리에서 선배가 한 말입니다. 자주 듣던 말이기에 부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벽(癖)에 가까운 정리하는 습관은 어린 시절 비롯되었습니다. 놀잇감이든 학용품이든 원래 자리에 없으면 불안했습니다. 때문에 책상은 항상 정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커서도 정리벽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해결, 혹은 정리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기 일쑤였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정리벽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명함 정리부터 마감 전후 자료 정리, 원고 쓴 후 손 닦기 등등.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정관리입니다. 최소 한 달의 중요한 일정은 대부분 정리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일정 하나가 바뀌면 남은 모든 일정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냐?”는 핀잔도 듣지만, 성정(性情)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병마와도 같은 정리벽이 빛을 볼 때가 있습니다. 한해를 결산하고 다음해를 전망하는 연말, 연시가 그때입니다. 바로 지금이죠. 경제지에서 일할 때는 그 벽(癖) 덕에 결산과 전망 기사를 자주 담당했습니다. 더 바이어가 다루는 식품·유통업도 산업의 한 분야이다 보니 결산과 전망은 중요합니다. 연말, 연시에 결산과 전망 기사를 다루는 이유입니다. 
 
올해(2019~2020)도 결산과 전망 기사를 다루었습니다. 예년과 다른 점이라면 통상 1~2회에 그치던 게 올해는 3차례에 걸쳐 실었다는 점입니다. 식품·유통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는 방증입니다.   
 
한 유통전문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통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 거라고. 맞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유통업체들은 매장수를 늘리며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매장 확대가 한계에 이르자 상품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제는 이마저도 벽에 부딪힌 듯합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사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두가 막막한 상태입니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품의 기본은 원물입니다. 상품의 차별화는 결국 신선식품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해외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020년 더 바이어는 신선식품에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할 계획입니다. 현재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신선식품(원물)이 출하되는 산지, 집하지이자 1차 유통시장인 도매시장에 한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애정 어린 관심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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