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송년회에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사람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매일 아침 홍삼 엑기스를 먹고 유기농과 친환경 음식으로 식사를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프로폴리스를 복용한다고 밝혔다. 


결코 자랑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보다 건강한 음식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길 뿐인 그에게 “그래서 건강은 좋아졌는지?” 물었다. 명확한 답을 듣기 위해 던진 질문은 아니었지만 그는 열심히 건강을 챙기는 습성대로 대답도 성실히 했다. 


그의 답은 “먹는 것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면 누구나 건강하게 살겠지”였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먹는 것만으로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그러 자 함께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건강 노하우를 꺼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런 화두가 등장했다. ‘도대체 건강이란 무엇인가?’


이와 똑같은 제목의 책이 시중에 나왔던 것을 기억해낸 이는 출판업자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약 20년 전에 나온 훌륭한 책이지만 시장반응은 초라했다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초집중하며 사는데 왜 시장반응이 안 좋았을까. 


출판업자의 해석은 이랬다. “책이 건강을 해결해 주나? 게다가 그 책에는 직접적인 건강정보가 없었지. 제목 그대로 ‘도대체 건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방면의 의학계와 종교계, 정치·사회학계별로 각각의 관점을 제시한 책이었거든.” 듣고 보니 훌륭한 책인 듯싶었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은 건강을 챙기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면서도 정작 건강이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주장한 셈이다. 건강을 찾는 이들에게 건강이 뭔지도 모르면서… 라고 일갈한 책이 잘 팔릴 리가 없다. 훌륭한 사람이 모두 성공 하는 게 아니듯.


그때 단호하게 자신의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한 사람이 나왔다. 어떻게? 모든 눈이 그에 게 쏠렸다. “담배를 끊었거든. 피울 때와 확실히 달라. 그건 확실해.” 몸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금연 효과와 운동 효과는 부정할 수 없는 건강의 필수요소임을 모두가 공감하려는 찰나, ‘그런데 말이 야’ 하고 이의를 다는 사람이 나왔다. 이번에는 그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우리가 매년 건강검진을 받잖아. 마찬가지로 매년 정신건강을 받는 입법을 추진하면 어떨까.” 내년도 예산안 국회통과를 알리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 참 중요한 입법이 되겠군, 하고 수긍하려는 순간 또 한 사람이 이의를 달았다. 


“우리들의 정신건강은 누가 체크해 주는데? 정신과의사의 영역은 아니지 않나?” 이리저리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오가는 인생들이 그날 이런 결론을 내리고 헤어졌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건강들 챙기자구.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도대체 건강이란 무엇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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