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안정적 수급과 로컬푸드 소비 활성화에 주력할 터

풍년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급증하면 가장 긴장하는 정부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 그중에서도 유통정책과다. 흉작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수급 조절로 성난 농심을 달래고 식탁 물가의 균형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은 양파·마늘의 가격 폭락으로 유독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을 만나 2020년도 산지유통 정책을 들었다.



2019년은 양념 채소류 2대 품목인 양파·마늘의 가격 폭락이 가장 큰 이슈였다. 재배면적 증가로 생산량이 급증해 정부 수매와 소비 촉진 캠페인이 이어졌다. 그러나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로컬푸드의 공공급식 납품이 원활히 진행 중이고, 취약 계층에게 국산 농산물을 지원하는 농식품 바우처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2020 농식품 유통 1_수급 안정화 위한 ‘채소류 산업 발전계획’ 

2019년산 중·만생종 양파와 마늘 재배면 적은 지난 4월 기준 각각 1만8923ha, 2만 7689ha로 평년보다 각각 2.2%, 16.7% 증가했다. 특히 마늘은 주산지 생산자협의체를 통한 면적 조절 시도에도 불구하고 재배 면적이 늘 었다. 최근 안정적 시세가 유지됨에 따라 농민들의 기대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월동기의 양호한 생육도 수확량 증가에 한몫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6월부터 ‘주요 채소류 산업발전계획’을 구상해 202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계획의 골자는 노지채소 관측 및 수급 정책 고도화다. 농식품부는 연초 조생종 양파에 대해서도 수급 조절 정책을 실시했다. 조생종 양파 재배 면적(309ha) 역시 평년보다 12% 증가해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3월 중순 양파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25% 하락한 kg당 667원에 그쳤다. 

이에 농식품부는 낮은 등급 양파의 출하정지 와 주산지 정식면적 축소를 유도, 4월 초 도매 가격이 kg당 1006원으로 회복했다. 

이정삼 과장은 “과거에는 생산자단체 대표들 이 스스로 정책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던 반면, 요즘에는 농산업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정책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농식품부에 대해서 ‘마늘 값이 떨어졌으니 중국산 마늘 수입을 금지하라’고 요청할 경우,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하는 대신 저율관세할당(TRQ) 조항을 설명함으로써 이해시킨다”고 말했다. 

양파·마늘은 현재 생산자단체 중심으로 의무자조금 조성을 추진 중이며, 거출 기준과 규모 등 사항을 논의 중이다.


2020 농식품 유통 2_로컬푸드를 군부대· 공공급식 식자재로 납품 

농식품부는 로컬푸드 소비 활성화를 위해 2018년부터 지자체와 협력, 로컬푸드의 공공 급식자재 활용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첫 주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공공 기관 본사들이 자리한 전남 나주혁신도시다. 나주시를 필두로, 주요 도시의 공공기관 급식 자재 중 로컬푸드 식재료 비중을 2018년 기준 41%에서 2022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19년부터 전주·완주가 신규로 참여했고 2020년 김천과 진주도 동참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부산, 제주, 충북 음성, 2022년에 는 대구와 울산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위해 로컬푸드 전문가들이 해당 지 자체에 상주하며 농가 교육·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공공기관 급식 로컬푸드 공 급체계 구축 추진단’이다. 현재 나주 혁신도시 에서만 공공기관 10곳의 구내식당이 로컬푸 드 식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각 기관 급식담 당 부서와 로컬푸드 유통조직이 식재료 공급 협약을 체결해 식자재 발주, 정산, 피드백 공 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군부대 급식 내 로컬푸드 식자재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군부대가 밀집한 경기·강원 접경지역 15개 시·군과 충남 논산, 전남 장성군의 군부대에 로컬푸드 식자재가 공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군 급식에서도 로컬푸드 식자재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기 위해 농협과 협력 체계를 구축, 지역 농산물 의무 구매 비율을 반영토록 했다. 농협 뿐 아니라 지역 내 공공 급식지원센터와도 연계해 로컬푸드 공급을 진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군 장병의 급식메뉴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로컬푸드 반가공 식재료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과 군대 급식의 로컬푸드 식자재 선도모델을 구축한 후, 2020년부터는 학교 급식의 로컬푸드 납품을 본격 추진한다 는 계획이다. 

이후 2021년부터는 유치원,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과 국·공립병원 등 사회 전분야 공공급식에 로컬푸드 식자재 납품 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정삼 유통정책과장은 “(친환경 농산물과 달리) 로컬푸드는 급식자재 단가 장벽을 극복 했다”며 “농식품부가 인력 등 간접적인 지원 을 한 덕분에 단가 부담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있다. 로컬푸드 직 매장 출하 농가들이 애로사항으로 꼽는 직접 운송·재고 회수 부담이다.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로컬푸드 순회 수집 차량을 운행해 중 소·고령농의 운송 부담을 경감하고, 로컬푸 드 선별·소포장·저온저장 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컬푸드의 가격 책정 역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일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 물들의 가격이 동네 마트와 유사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정삼 과장은 “농산물 가격을 가락시장 기준으로 책정하는 관행 때문”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이 로컬푸드를 구매하는 이유 가 ‘가격’이 아닌 ‘맛’과 ‘신선도’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 농식품 유통 3_농식품 바우처 사업  

‘농식품 바우처 사업’은 취약 계층에 국산 농 식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취약 계층 에 대한 복지가 대부분 현금 지원에 국한돼 있어, 양질의 먹거리 보장은 어려운 실정이다. 현금을 식품 소비 외 목적에 사용해도 제한 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현물 지급을 보장하는 농식품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푸드플랜 사업’의 일환이다. 

식품 지원을 활용한 복지 사례는 외국에도 있다. EU는 FEAD(Fund for European Aid to the most Deprived)를 조성해 구호단체에 현금과 현물을 동시 지원한다. 이 기금은 저 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식재료 패키지, 식 사, 기부 식품 수집 및 배분에 사용된다. 주요 취급식품은 곡물, 쌀, 유제품, 분유, 설탕, 육류 등이다. 

미국도 ‘여성과 유아, 어린이를 위한 식품 지원 프로그램(SNAP)’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 한 농식품 지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SNAP은 저소득 가구가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매월 일정금액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2018년 기준 1인당 월 127달러이며, 수혜 대상은 편의점과 마트, 파머스마켓 등에서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미국의 SNAP 가맹 점포는 2018년 기준 약 26만곳이며, 연간 바우처 결제금액은 611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또한 바우처를 통한 로컬푸드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파머 스마켓에 수수료 면제 단말기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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