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엽근채류 가격 소폭 상승

2019년 농산물 시장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채소류는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겨울 한파를 시작으로 봄철에는 냉해, 여름에는 링링 등 태풍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 그에 비해 과일은 복숭아를 제외하곤 원만한 한해를 보냈다. 가락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재희 중앙청과 팀장과 황정석 동화청과 이사를 만나 2019년 농산물의 현황과 2020년 전망을 들었다.

“내년 소비 전망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습니 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9년 빨랐던 추석이 2020년에도 반복된다. 4월에는 총선이 있고 이후 6월에는 윤달이 있다. 총선 때는 농산물 가격이 대체로 하락하고 윤달에는 소비가 부진하다는 것이 가락시장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과일
2019년 국산 과일은 대체로 원만 

2019년(1~11월), 국산 과일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단연 포도다. 2019년 상반기, 포도 가격 은 무려 42.7%나 올랐다. 포도 가격 상승을 이끈 것은 ‘샤인머스켓’의 영향이 컸다. 과거 잘 나가던 ‘캠벨얼리’의 소비가 줄고 그 자리를 샤인머스켓이 채우고 있다. 샤인머스켓의 인기로 2020년 포도 재배면적은 2019년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샤인머스켓 가격 강세로 기존 농가의 샤인머스켓 재배면적 확대와 신규농가의 재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희 중앙청과 팀장은 “2020년에는 샤인머 스켓 생산 급증으로 품위 간 가격 편차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농가에서는 착과수·착 과량 조절을 통해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고품질 샤인머스켓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도와 다르게 복숭아는 여름 태풍을 견뎌야 했다. 2019년 복숭아 가격은 생산량 증가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2019년(1~11월) 복숭아 평균 도매가격(가락시장 기준)은 kg당 2587 원으로 전년(3351원) 대비 22.8% 낮았다. 수 확 시기에 잦은 비로 당도가 낮은 등 품질이 좋지 않아 소비 역시 좋지 않았다. 

2019년 영향으로 2020년 복숭아 재배면적은 올해보다 조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과 역시 태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1~11월) 사과 물량은 전년보다 3.9% 감소한 4만42톤이다. kg당 단가는 2018년보다 1.5% 낮아진 2501원이다. 올해 사과는 태풍으로 인한 흠집 발생, 병해충 피해, 착색 부진 등으로 저품위 사과 비율이 전년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사과 시세가 낮아 저장량을 늘리려는 농 가가 많아 2019년산 사과 저장량은 전년보다 8% 증가했다. 2020년 사과 재배면적은 올해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귤류는 오렌지에 잠식당한 시장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2019년(1~11월) 가락시장의 감귤 물량은 4만7749톤이며 이는 작년 대비 2% 증가한 양이다. kg당 단가는 2359원으로 작년보다 8.5% 하락했다. 

2020년 감귤류 재배면적은 올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다만 시설재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감귤의 노지재배가 90%, 시설재배가 10%였다면, 2019년 감귤의 노지 재배 비율은 80% 정도로 감소했다. 여전히 노지재배 비율이 훨씬 높지만, 점차 시설재배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감귤류의 재배면적은 한라봉은 금년보다 1% 감소하는 반면, 천혜향, 레드향, 기타 만감류(황금향, 카라향 등)는 지속적인 수요 확대로 각각 2%, 6%, 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재희 중앙청과 팀장은 “감귤류 완숙 시기가 보통 2월인데 2020년 설날이 1 월 25일이다. 미완숙 과일을 선물세트로 접한 소비자가 감귤 맛에 실망해 다음에 감귤류를 안 찾으면 어쩌냐”며 걱정했다.

인기품목 달라지는 수입과일 
예전에 잘 팔리던 대표 해외 과일이 예전 같지 않다.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오렌지 소비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팔리는 것들은 당류가 높은 품목들이다. 이재희 중앙청과 팀장은 “이제 한국 소비자들이 수입과일에 많이 익숙해져서 고품질의 상품이 아니면 잘 찾지 않는다”며, 요즘 떠오르고 있는 수입과일로 애플망고, 스위트 자몽, 망고스틴, 블랙사파이어 등을 꼽았다.


채소
김장철 엽근채류 가격 소폭 상승 

배추 생산량이 점점 줄고 있다. 김장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며 소비가 감소하니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더 깊숙한 곳에는 농업인구의 고령화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 김장시기가 겹쳐 9월부터 배추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가락시장 품목별 분석표에서 배추의 2019년 11 월 누계 kg당 단가 증감률을 보면 2018년 대 비 5.1%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올해 상반기 배추 가격이 워낙 부진했기에 비교적 오른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생산량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배추의 단가는 굉장히 적은 폭으로 상승했다. 배추의 가격 상승은 내년 2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당근은 상·하반기 모두 물량이 늘어나며 단가가 많이 낮았고, 무 역시 상반기에 물량이 많이 증가해 단가가 폭락했다. 두 작물 모두 9월 김장철 이후 가격 하락세가 완화됐다.

생산량 증가하는 엽채류

2015~2017년 엽채류 가격이 좋았기 때문일까. 엽채류는 엽근채류와 다르게 재배면적이 넓어 지며 전체적인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도 꾸준히 잘 되고 있다. 올해 태풍 이 후 잠깐 가격이 올랐다가 이후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황정석 동화청과 이사는 “가락시장 품목별 분석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샐 러리와 같은 건강을 강조한 엽채류의 소비가 많이 증가했다”며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 자들이 증가하며 주목받는 작물이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힘들었던 양념채소 2019년 양념채소 중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것 이 양파다. 2019년 양파의 생산량은 작년 대 비 대폭 증가했지만 9∼10월 태풍으로 인한 잦은 비로 인한 양파 생육이 다소 부진했다. 결국 작년대비 단가가 20.3% 감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농업관측본부 표본농가 조사 결과 2020년 양파 재배 의향면적은 17% 감소할 것 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마늘 재배 면적은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 마늘 추정 생산량은 작년보다는 적지만 평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정석 동화청과 이사는 “양파와 마늘의 품질이 우수한 편이니 관리만 잘 하면 가격은 어느 정 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농업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노동력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는 서로 얽혀있다. 예전에는 한 부부가 약3300㎡(1000평) 정도의 땅에서 농사를 지었다면 지금은 1h(3000평) 이상이다. 경작지는 커졌는데 부부는 나이가 들 었고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게 된다. 

예전에 부부끼리 했을 때 좋았던 농산물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가 선별을 잘못해 원래 받아야 할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받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은 과 출 하로 이어지기 쉽다. 

예전에는 작물을 어느 정도 출하한 후 출하 종결을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 은 농가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후 생산량 이 많아져 단가가 하락해도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한 작물의 수확 시기가 길어지고, 결 국엔 다른 작물의 출하 시기와 겹쳐 다른 작물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여기에 유리 온실과 같은 시설 재배가 늘며 작물의 출하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 다. 출하 시기가 더욱 겹치게 된 것이다. 농가들은 쉬지 않고 일하지만, 소득은 예전과 비슷하다. 여기에 농자재,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가 늘어나니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황정석 동화청과 이사는 “이런 악순환 속에서 도 일부 농가들은 자연재해로 어느 지역의 물 량 공급이 힘들어지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교육 등 근본적인 문제를 천천히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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