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식사를 마친 아내가 외출 준비로 분주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기사나 짐꾼으로 따라 나서야 하는 처지라 복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딸아이도 잠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이른 겨울 추위를 뚫고 도착한 곳은 광명시 외곽에 있는 화훼시장. 차에서 내린 아내는 망설임 없이 단골 꽃가게로 향합니다. 딸아이와 꽃구경에 정신이 팔린 사이, 아내는 색깔이 다른 주목 각각 한묶 음과 빨간 열매가 익숙한 낙산홍 한다발을 가슴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그날 오후, 점심상을 물린 아내의 손이 분주합니다. 한 시간여가 흘렀을까.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 꾸 벅꾸벅 조는 저를 아내의 홀가분한 목소리가 깨웁니다. 

“다 됐다! 여보, 어때?” 

아내의 손에 든 것은 ‘대림환’. 크리스마스 트리만큼은 아니지만 이제는 많이 일반화된 대림환이 거기 있었습니다. 대림환의 등장은 한해의 끝을 의미합니다. 기독교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대림시기를 갖습니다. 대림시기를 함께하는 것이 대림환입니다. 

대림환은 독일이 그 기원입니다.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 동유럽 게르만족들은 기나긴 겨울, 온기와 빛 을 얻기 위해 상록수와 침엽수 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여기서 유래한 대림환에는 새봄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도 담겨 있었습니다.   

대림환을 만든 며칠 후, 대림시기를  밝힐 초가 도착했습니다. 대림초는 진한 보라와 연 보라, 분홍과 흰색 등 4가지입니다. 1개의 초는 대림절 4주 중 한주를 의미합니다. 원래 대림 1주는 1000년을 의미 하는데, 4개의 초가 뜻하는 4000년은 아담과 이브로부터 예수가 탄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대림 첫 주는 진한 보라색 초가 밝힙니다. 카톨릭에서는 이를 ‘예언자의 초’라고 부릅니다. 보라색은 염색 자체가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탓에 오래전부터 왕족과 귀족을 상징하는 색이었습니다. 카톨릭 에서 보라색초는 참회와 애도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 주를 밝히는 연한 보라색초는 ‘베들레헴의 초’라고 부릅니다. 카톨릭 신자들은 이 시기,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는 보속과 용서의 시간을 갖습니다. ‘목자들의 초’라 부르는 분홍색 초는 기쁨과 희망 을 상징합니다. 대림시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흰색 초는 ‘천사들의 초’입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 온 세 상을 밝힌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도 마지막을 항해 치닫고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모두들 가슴속에 대림초를 밝혀보는 건 어떨 까요. 경건한 마음으로 한해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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