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가서 식당을 고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던 시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렇게 알려 주었다.

 

“군청이나 경찰서, 법원 같은 관공서 근처에서 먹어라. 좋은 식당 을 고르기 힘들면 사람 많은 식당이나 큰 식당으로 가라. 몇 푼 아끼려다 맛없게 먹는 건 돈 아끼려다 큰병 얻는 것과 같다.” 우리 집이 부자는 아니었고 용돈이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기왕이 면 맛있게, 맛은 없더라도 안전하게 먹는 게 중요하다고 아버지는 생각하신 듯하다.

 

관공서 근처의 식당들이 더 맛있을 것이라는 근거를 후일 깨닫게 됐다. 운전기사들이 몰 리는 식당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다.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 먹는 것에 돈을 쓸 줄 아는 사 람들이 많은 곳에 맛있는 식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 많은 곳이나 큰 식당도 어떤 점 에서 1차 검증이 됐달까, 가장 맛있는 집은 아니더라도 기본은 갖춘 곳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요즘은 맛있는 집을 찾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 검색이 기본이다. 대부분 블로그 와 카페, 인스타그램 정보를 활용한다. 맛집 소개 미디어와 평가 사이트도 참조한다. 그 러다 보니 몇 가지 기현상이 일어났다. 우선 몰리는 곳에 사람이 몰린다. ‘잘 모르면 사람 많은 곳으로 가라’는 옛날식 조언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 정보의 왜곡과 자본의 힘이 여기에서도 작용하게 됐다. 포털 사이트의 광고와 블로거들의 왜곡 정보, 작위적 댓글과 평가 등등은 그나마 귀여운 수준.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미슐랭가이드의 허위성이 이슈화 되는 것을 보면 믿을 구석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니 이런 홍보가 먹히 기 시작했다. 


“미디어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집.” 

이 홍보 간판으로 단숨에 손님을 모으기 시작한 식당이 있다. 과연, 고객들은 맛을 아는 가, 식당들이 묻는다. “맛있는 집과 인기있는 집을 구별할 수 있나요?”

 

송년회 시즌이다. 맛집 찾기 릴레이가 시작된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맛집을 찾는 방식과는 다르지만 ‘기왕이면’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이 역시 명확히 해야 한다. 맛있는 집이냐, 유명한 집이냐, 편한 곳이냐, 싼 곳이냐… 소비자들은 선택의 권리가 있다. 곧 포기할 의 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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