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시즌이 다가왔다. 하지만 김장을 준비하는 가구는 많지 않 다. 대신 시장에서 직접 김치를 구매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그러 다 보니 김치 시장은 해마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치는 성장산업 이 확실하고,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 장 개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쌀 산업 관계자를 만나 김치 얘기를 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 견했다.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김치는 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사실은 신기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쌀로는 밥이나 떡, 술을 만들고 배추와 무로는 김치를 만들잖아요. 김치 시장이 성장하 는 것처럼 (가공)밥 시장도 늘지 않나요?” “아, 그렇군요.” 대답을 한 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맞는 듯 그른 듯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긴 것이다. 질 문한 사람, 대답한 사람이 동시에 눈을 맞췄다. “김치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쌀 가공상품 시장도 성장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 죠?”

그렇다. 무·배추의 생산량이 해마다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들쑥날쑥은 하지만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쌀 가공상품들-가공밥, 떡, 과자, 술-의 성장이 더디고, 무 엇보다 수입산 쌀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됐든 쌀은 시장 대응력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김치가 쌀보다 대응능력이 빨랐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김치 시장을 확대해갈 때 우리는 “김치가 기무치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며 초긴장을 했다. 그러면서 다방면에서 분 발심이 일어났고, 이제는 ‘김치=한국’이라는 대표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포장김치 시장은 88서울올림픽으로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전통음식인 김치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상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시초다. 발효 식품의 특성 때문에 진공 포장재가 부풀어 오르거나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지만 결국은 해결했다. 맛도 품질도 해마다 신기술을 적용하며 나아지고 있으며 유통 과정의 문제점 들도 지속적으로 잡아가고 있다. 

유형도 다양해지고 소비자별 기호와 체질에 맞춘 상품 들이 개발되면서 시장 확대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저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쌀 산업 관계자가 말했다.

“쌀은 김치에게 많이 배워야겠어요.” 가장 급한 공부는 시장이다. 

시장을 배워야 한다는…. 그러니, 쌀에게도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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