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최대 난제는 인건비 상승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경기 침체로 외식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혼밥족 증가와 회식 자제 문화도 외식업계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외식업계의 노력은 계속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인력과 식자재를 수반한 외식 사업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을 취재하고 외식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PART 1  외식시장 현황
외식업계 최대 난제는 인건비 상승… SNS 소통도 관건


인건비 부담과 경기 불황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외식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여기에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더해져, 외식업계의 대응 전략도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김신일 한국외식산업협회 동대문지회장에게 외식업계의 동향과 고충, 위기 극복 전략을 들었다.

(사진=더바이어 DB)

내년도 최저 임금 인상소식이 알려지면서 외식업계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20년도 최저 시급은 8590원으로, 올해 (8350원)보다 2.9% 증가했다. 장기화한 경기 불황으로 소비 침체까지 겪고 있는 외식업계는 ‘더이상 나빠질 순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갈비집과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신일 지회장 역시 외식업계의 뼈아픈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개업 5년 이내 식당 50% ‘폐업’
워라밸 문화, 외식업계엔 악영향

외식업계의 불황은 높은 폐업률 수치로 나타난다. 서울시가 통계 포털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한 ‘서울시 식품위생접객업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개업한 식당·카페·주점 총 3만여개 업소 중 48%가 문을 닫았다. 오랜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와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한 것이다.

김신일 지회장은 “최저 임금 상승에 대한 대책은 사람을 덜 쓰고 ‘내’가 더 뛰는 것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식당 이익을 내기는커녕 유지도 어려운데, 인건비마저 상승돼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은 재투자 차원에서 단순공정 기계화 설비를 마련할 수 있지만, 영세한 식당들은 이마저도 어렵다. 일손을 덜기 위해 OEM으로 조리한 반제품을 사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 경우 해당 식당만의 고유한 맛이 없어질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영업시간을 갑자기 단축할 수도 없다. 한 자리에서 오래 영업해온 식당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많은 단골손님들이 그 식당의 영업시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들도 최저 임금이 외식업계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월 발간한 ‘2019 식품외식산업 5대 이슈’에서 “외식산업은 저임금 노동자 위주의 영세 소규모 업체 비중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 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부 외식업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인건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경영 악화를 방지하고 있다. 베트남 쌀국수집은 베트남 이주 여성들을, 단순 서빙업무가 많은 고깃집은 조선족들을 채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도 한계는 있다. 김 지회장은 “아직 한국인들 정서는 의사소 통이 자유롭지 못한 외국인들이 식당에서 근로하는 걸 좋게 보지 않는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일부 외국인들은 신분을 속여 입사하는 바람에 업주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 사이에 확산된 워라밸 문화도 외식업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회사원들의 ‘저녁 있는 삶’은 곧 ‘저녁 회식이 없는 삶’을 의미하고, 식당 입장에서는 저녁 장사의 부진을 뜻하기 때문이다. 워라밸 문화는 특히 야간에 단체손님 의존율이 높은 고깃집, 술집들의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외식업계에서 두드러진 또 한가지 현상은 ‘비대면 서비스화’다. 농식품부는 ‘2019년 외식 트렌드’의 3요소로 뉴트로 감성, 편의점 도시락족 확산과 함께 비대면 서비스화를 꼽았다. 비대면 서비스화란, 쉽게 말해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의 확산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매장 키오스크, 태블릿 주문 등의 형태가 여기 해당된다. 이러한 무인 서비스는 인건 비 상승에 대한 전략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SNS 외식 콘텐츠 소비는 양날의 검 

반면 온라인을 통한 외식 콘텐츠 소비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은 외식 메뉴를 SNS로 공유 하고 자랑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인테리어가 예쁜 식당이나 플레이팅이 화려한 메뉴의 사진을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콘텐츠라 일컬으며 거리낌없이 공유한다. 

외식업계는 이런 문화에 대해 장단점이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식당 홍보 효과도 있는 반면, 한식당의 가용 능력을 넘어 몰려드는 손님들로 자칫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의 부정적 경험이나 견해가 자칫 과장되어 소문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지회장은 “설사 (SNS로) 대박이 났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손님들이 몇 배씩 오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겠냐” 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후기를 올린다면 매장 하나가 망가지는 건 쉬운 일”이라 고 우려했다.

혼밥 문화 확산, 배달서비스로 대응 

1인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족·배달 문화 확산 도 중요한 이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외식 산업 배달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외식업 서비스 유형 중 1위는 매장에서 점 원이 주문부터 서빙까지 담당하는 ‘완전서비 스’가 65.5%를 차지하지만, 테이크아웃(16%) 과 배달(8%)을 합한 비중도 24%에 달했다. 주문 손님 4명 중 1명은 식당에 머무르지 않고 배달하거나 포장해간다는 뜻이다.

키오스크 주문이나 반찬 셀프 리필 등 ‘제한적 서비스’로 분류되는 유형은 10%를 차지했다. 배달 서비스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업종은 치킨(32%), 중식(30%), 피자·햄버거·샌드위 치(24%) 순이었다. 

또 매출액이 많은 매장일수록 배달서비스 비중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이 5억원 이상인 매장은 배달서비스 비중이 12%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 5 억원 미만 매장은 8%, 5000만원 미만 매장은 6.5%만이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배달 주문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는 매장 중심 영업에서 탈피해 딜리버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SPC는 직영하는 캐주얼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그릴리아’에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직영 한식당 ‘찬장’의 배달 전용 1인 메뉴를 개발했다. 

김신일 지회장은 “정부가 외식업계 고충 해소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로페이 사업은 긍정적인 방향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최장 10년까지 임차 기간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현 외식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근로 시간 조정과 관련해 탄력적인 제도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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