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다문화 가구수는 33만4856가구에 이릅니다. 2017년 31만9000 여가구보다 약 1만6000가구 늘었습니다. 가구원수는 5만여명이 증가해, 100만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인구 5136만명의 2%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많은 변화를 의미합니다. 식문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다문화 가구의 증가에 따라 다양한 식문화가 유입됩니다. 지역 할인점에서 ‘다문화 식품 전용코너’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이주민들이 모국 음식을 조리하는 데 필요한 소스류와 향신료, 면류 등 을 판매합니다.  

로컬푸드 매장에도 다문화 가정을 위한 식재료가 등장했습니다. 모국 음식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자국 식재료가 필요했던 거죠. 양배추로 담근 김치가 김치의 맛을 제대로 내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처음엔 자급자족할 요량으로 재배하다, 양이 많아지면서 로컬푸드 매장으로 진출한 겁니다. 

다문화 가정만 식문화를 바꿔놓은 건 아닙니다. 국가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해외에서 생활한 이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살다보니 한국 음식보다 외국음식이 더 친숙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한국에 돌아왔지만, 향수처럼 외국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이국적인 음식을 주메뉴로 한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성장에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은 이들 외식업체들이 중요한 식재료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에서 식재료를 조달하기도 하는데, 특수 채소만 재배하는 곳에서 계약재배 형태로 조달합니다. 

“농민들도 이제는 원물 그대로의 농산물을 판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식재료를 판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30년 이상 농산물 유통에 몸담았던 분의 말입니다. 감자도 여름에 쪄서 먹는 것과 채를 썰어 볶는 것은 품종이 달라야 합니다. 중국집에서 생으로 춘장에 찍어먹는 양파와 볶아 먹는 양파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소비지 트렌드를 먼저 파악하고 이에 맞는 식재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의식이 그렇게 바뀌면 어떤 것을 재배하고, 어떤 형태로 팔아야 할지 답이 나옵니다.”

세상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식문화를 둘러싼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변함이 없는 건, 늘 그 자리에 있는 농업·농촌뿐인 듯합니다. 이제는 농업·농촌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중심에서 한국의 농업·농촌을 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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