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편의점 콘셉트에 충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탑승객들이 가장 애용하는 스토리웨이는 1층 중앙 맞이방 매장이다. 이 매장은 열차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이용객들이 반드시 지나칠 수밖에 없다. 목좋은 이 매장의 일 평균 매출은 1400만원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6만명에 달하는 KTX 서울역 내에서도, 플랫폼 진출입 통로와 가장 가까운 매장. 시시각각 열차 출도착 상황을 알리는 대형 전광판 근처에 있어 저절로 시선을 끄는 매장. 전국 300여개 스토리웨이 중에서 이 매장 매출을 따라갈 곳은 없다.

주말 매출은 평일의 2배, 베스트셀러는 물·음료 서울역 내에는 스토리웨이 매장이 여러 군데 있다. 전철(1·4호선) 서울역에서 KTX 서울 역으로 이동하는 통로에도 스토리웨이가 있고, 통틀어 ‘맞이방’이라 부르는 KTX 서울역 1층 역사내에도 총 3개 매장이 있다. 1층에 진입해 기차를 타러 내려가면, 번호별로 지정된 플랫폼마다 또 스토리웨이가 있다. 한 역 안에서도 이렇게 여러 매장을 둔 건, 복잡한 역사 내에서 편의점 이용객들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최다 매출 매장인 1층 중앙 맞이방 매장은 관리 직원만 10명이다. 이들이 근무 날짜와 시간을 정해 로테이션으로 근무한다. 이 매장의 매출은 분당 1만원꼴이다. 여느 대형 편의점들과 달리 24시간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분당 매출은 이보다 더 많은 셈이다. 


여행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하루 매출이 2000~3000만원까지 훌쩍 치솟는다. 여름 휴가철인 지난 8월에는 강릉, 부산으로 떠나는 탑승객들이 늘면서 월 매출이 평소보다 증가했다. 이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생수와 가공음료다. FF 카테고리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FF 제품군에서는 삼각김밥 인기가 높은데, 최근 도시락류로 인기가 확장되고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노선에 강릉선이 추가돼 이용객이 늘어난 데다, 객차 내 카트 서비스도 중지됐기 때문에 아예 출발 전 요깃거리를 사가는 손님들이 늘었다. KTX 객차 내 자판기에 물과 이온음료를 판매하고 있지만, 과거의 ‘이동형 매점(카트)’은 운영이 종료된 지 오래다. 카트는 KTX 도입 초기만 해도 운영되었으나, 점차 찾는 이들이 줄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런 제반 상황들도 스토리웨이 매출이 증가하는 요인이 됐다. 

이정은 코레일유통 유통사업본부 MD는 “스토리웨이는 지점 수가 수천개씩 되는 대형 편 의점들보다 매장 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PB 제품을 만들려고 해도 협력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제일 잘 팔리는, 다시 말해 최저 물량이 보장되는 물과 티슈 중심으로 PB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익적’ 편의점 콘셉트에 충실 

서울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편의점 이용객의 연령 분포와 직업군도 다양한 편이다. 군 장병, 출장길 회사원, 공무원·공기업 임직 원들, 외국인 관광객, 여행객, 상경객 등 시내 여느 편의점들보다도 버라이어티하다. 이들을 대상으로 공익적 마케팅을 하는데, 그 일환으로 서울역 스토리웨이에는 건시·감말랭이 단독 진열대를 뒀다. 이 냉장 진열대에는 경북 청도의 농업법인 제품을 판매한다. 서울역 스토리웨이 매장은 음료와 가공식품, FF, 공산품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지방의 다른 KTX역에 비해 신문 구색이 풍부한 편이다. 이전에는 여느 편의점들처럼 카운터 앞에 신문 가판대를 놨는데, 인지력을 높이고 계산 줄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매장 사이드의 철제 벽걸이로 진열 방식도 바꿨다. 그러나 지류 매출은 감소 추세다. 

이 MD는 “지류(도서) 매출은 연 15%씩 감소하고 있다”며 “종이신문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빵 매대에는 스티커 따위를 증정하는 대 기업 제품 대신, 우리밀 빵 제품을 진열한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 동반 나들이객을 타깃으로 유아용 문구류도 다양하게 소싱했다. 기차에서 어린이들이 갖고 놀만한 캐릭터 스티 커북, 색칠놀이 책이 대표적 제품이다. 바닷 가행 탑승객들이 많이 찾는 삼선슬리퍼, 기타 여행용품 키트들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부산, 대구, 경주로 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유심칩도 판매한다. 이 MD는 “처음에는 ‘잘 팔릴까’ 하는 마음으로 들여놨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린다”며 효자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매출 상위 10위권에 든 매장 중에는 용산역, 부산역, 동대구역 매장이 있다. 모두 유동인구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명·부천 신도시 개발과 함께 최근 이용객들이 늘고 있는 광명역사 내 스토리웨이는 신생 매장 특유의 깔끔한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이 장점이다. 하지만 매출은 서울역, 용산역을 아직 밑돈다. 

이정은 코레일유통 유통사업본부 MD는 “광명역 스토리웨이는 주말 장사”라며 “비즈니스 목적의 탑승객들이 주를 이루는 평일보다는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많은 금, 토, 일요일 매출이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스토리웨이 매장의 또 다른 특징은 취식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형 편의점들이 좌식 또는 스탠드식 취식 공간을 조성하는 반면, 스토리웨이 매장 대다수는 앉거나 서서 음식을 먹을 만한 공간이 없다.  

이정은 MD는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역사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의 특성상 편의점 면적을 함부로 늘릴 수 없다. 편의점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반대로 역 이용객들의 휴식 공간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류와 담배는 일부 매장만 취급한다. 담배는 각 지점 판매관리인이 희망할 경우 담배 소매업 사업자등록을 받아 판매할 수 있다. 주류는 유통 조건이 맞을 경우 판매한다. 기차역, 전철역 편의점은 길거리 편의점에 비해 주류 수요가 적기 때문에 잘 취급하지 않는다. 배송 시스템과도 연관 있다. 주류는 2~3 일에 한번씩 발주하는데 이렇게 운영해도 무방한 매장에는 주류를 들여놓는다. 주류 수요가 적어서 재고가 많이 남을 만한 매장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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