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쌀 ‘하이(high)아미’, 영호남 지역의 맛있는 쌀 ‘영호진미’….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쌀 품종의 명칭은 그 쌀의 특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최근 10년간 쌀 품종연구 트렌드 변화와 가공 용도별·기능별 품종 특성을 살폈다.



혈당 조절 쌀부터 다이어트 쌀까지, 기능성 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즉석밥 시장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에 대사질환 환자용 ‘저단백밥’이 등장했고, 현대그린푸드가 지난 4월 출시한 ‘혈당강하쌀’은 한달만에 1.6톤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러한 시장 수요에 발맞춰 국립식량과학원의 쌀 연구 주안점도 수량 중심에서 품질·기능성 중심으로 바뀌었다.


다이어트? 철분 보충! 취향따라 골라먹는 기능성 쌀

기능성 쌀이란 일반 쌀에 비해 특정 기능성 성분을 많이 함유한 쌀이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지금까지 기능성 쌀 총 11품종을 개발했다. 일명 ‘다이어트 쌀’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전분, 즉 난소화성 전분의 함량이 일반 쌀보다 약 10배 높다. 몸속 흡수도를 낮춰 칼로리가 쌓이는 것을 방해하는 원리다. 이러한 다이어트 기능성 쌀 품종으로는 ‘고아미2호’, ‘도담쌀’ 등이 있다. 이 품종들은 난소화성 전분 함량이 13%다. 주로 쌀 피자, 과자 등 고칼로리 가공식품을 만들 때 사용된다.

    일반흑미    눈큰흑찰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혈당강하 기능성 쌀로는 ‘눈큰흑찰’, ‘큰눈’품종 등이 있다. 아주대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이 품종은 일반 쌀보다 쌀눈이 3배 더 크고 쌀눈 속 기능성 물질인 가바(GABA·아미노산 신경 전달 물질) 함량이 높다. 이러한 원리로 혈압 및 인슐린 강하효과, 대사증후군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장병 환자에게 적합한 ‘건양미’ 품종은 글루테린 함유량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항산화 기능성 쌀도 지속 개발 중이다. 농진청이 2016년 개발한 ‘흑진미’ 품종은 검정쌀과 붉은쌀의 특성을 모두 갖춘 품종으로, 체내에서 활성산소 산화작용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검정쌀의 기능성분인 안토시아닌과 붉은쌀의 기능성분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한 덕분이다. ‘흑진미’의 안토시아닌 함량은 100g당 60.2㎎, 폴리페놀 함량은 100g당 13.3㎎이며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100g당 3.18㎎이다. ‘흑진미’의 항산화 활성을 검정한 결과, 대비품종의 7분의 1 농도에서도 높은 항산화 활성을 드러냈다.

농진청은 이러한 기능성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저항전분 함유량이 많은 가공식품 연구가 그 예다. 해당 품종인 ‘고아미2호’, ‘도담쌀’ 등 함유 가공식품을 고려대학교와 공동 연구한 결과, 식후 혈당이 일반 쌀 가공식품 대비 37.5% 감소되는 효과를 도출했다. 저항전분 고함유 쌀이 일반 쌀보다 천천히 소화되기 때문에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고, 혈당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선림 농촌진흥청 수확후이용과 과장은 “저항전분 고함유 가공식품은 간편식과 건강식을 선호하는 소비경향을 반영한 제품으로, 수출 가능성도 높다”라고 말했다.


녹말 함량 따라 나뉘는삼각김밥용 쌀 VS 쌀국수용 쌀

쌀 품종의 특징은 가공용도에 따라서도 나뉜다. 예컨대 쌀국수용 쌀은 전분 중 아밀로스(녹말) 함량이 일반 쌀보다 높다. 일반 쌀의 아밀로스 함량이 18~20%인 반면, 쌀국수용 쌀의 함량은 25~30%다. 쌀국수용 쌀 품종은 ‘고아미’, ‘새고아미’, ‘팔방미’ 등이다.

반면 삼각김밥용 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품종이 적합하다. 삼각김밥은 취반 후 냉장운송되기 때문에 식어도 밥맛을 유지하는 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아밀로스 함량이 낮은 ‘미호’, ‘백진주’ 품종이 적합하다. 이러한 품종들의 아밀로스 함량은 11~13%로, 일반 쌀보다 7%p 낮다. 같은 이유로 김밥용 쌀도 저아밀로스 품종이 적합하다.

쌀빵 제조에 적합한 쌀로는 쌀가루 전용 품종이 있다. 쌀가루용 쌀은 물에 불리지 않아도 가루가 잘 빻아지기 때문에 제분 비용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해당 품종으로 ‘한가루’, ‘미시루’, ‘신길’ 등이 있다.


즉석밥용 쌀로 흔히 쓰이는 품종은 쌀알이 굵어 식감이 풍부한 ‘신동진’ 품종과 수확량이 많아 제조 효율이 높은 ‘보람찬’, ‘일품’ 품종 등이다. 신동진 쌀은 고시히카리나 오대쌀보다 쌀알이 굵기 때문에 외식업계에서도 선호하는 품종이다.

최근에는 밥맛에 초점을 맞춘 품종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식량원은 단순히 수확량과 기능성에 국한하지 않고, 향과 식미를 강화한 쌀 품종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개발한 ‘영호진미’ 품종은 지난해 식량원이 주최한 밥맛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등을 기록했다.

이 품종은 영호남 지역 재배에 적합한 품종으로, 남부지역 중만생종 품질 중에서 최고품질로 꼽힌다. 최고품질과 고품질을 가르는 기준은 밥맛, 외관, 병에 견디는 저항성 등이다. 최근 한반도에 이상고온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고온기에 여문 쌀은 밥맛이 떨어진다. 그런데 ‘영호진미’는 기존 중만생종보다 벼꽃 피는 시기(출수기)가 약 5일 더 늦어 늦더위가 물러간 무렵부터 이삭이 여물기 때문에 더 좋은 밥맛을 낸다. 남부 지방에서 일반 중만생종의 출수기는 8월 16일, ‘영호진미’의 출수기는 8월 21일이다. 이 품종의 재배 면적은 2017년 기준9957ha에서 2018년 기준 2만1423ha로 증가했으며, 지역별 면적은 경남(65%),전남(26%), 경북(4%) 순으로 많다. 지자체별로는 안동시와 합천군이 각각 ‘안동양반쌀’과 ‘수려한합천쌀’ 브랜드로 영호진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량원은 또한 일본에서 유래한 품종의 대체를 위해 경기 이천시와 공동으로 국내 품종 주산단지를 조성 중이다.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를 대체할 품종으로 ‘해들’을, ‘추청’ 대체 품종으로 ‘알찬미’를 선정했다. 이천시는 ‘해들’ 재배면적을 2019년 기준 119ha에서 2022년 1000ha로, ‘알찬미’ 재배면적을 2019년 기준 11ha에서 2022년 기준 6500ha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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