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몇쌀’부터 ‘슈퍼우먼쌀’까지, 톡톡 튀는 이름을 가진 쌀 제품이 늘고 있다.
쌀 소비 감소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식품업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는 또한 1인 가구 및 잡곡 소비량 증가에 발맞춰 소포장 잡곡·세척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8 통계청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kg에서 2018년 61kg으로 급감했다. 30년 전인 1988년(122kg)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정부와 식품업계는 그 원인을 외식 식사대용 HMR 섭취율 증가로 분석한다. 지난해 식품 제조업 부문 쌀 소비량은 75만5664톤으로, 전년대비 7% 증가했다. 식료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을 업태별로 살펴보면 음료(34%)가 제일 많고, 그다음은 주정(25%), 떡류(23%),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20%) 순이다.


도시락용 쌀·잡곡 소비량 증가

또 한가지 주목할 현상은 잡곡 소비량의 증가다. 일반 쌀과 달리 잡곡은 소비량이 매년 증가 추세다. 건강을 이유로 백미보다 잡곡밥을 선호하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즉석밥 제조업계도 잡곡밥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양곡은 한발 더 나아갔다. 젊은 1인가구 소비자들을 겨냥해 일명 ‘페트병 쌀’로 불리는 보틀라이스 잡곡 제품을 전격 출시했다.

브랜드 네이밍 변화도 눈여겨 볼 트렌드다. 과거엔 ‘경기미’, ‘추청’ 등 지역 브랜드나 품종만 덩그러니 표기한 제품이 주를 이룬 반면, 최근엔 지역 브랜드와 품종명을 병기한 제품이 늘었다. 틀에 박힌 브랜드 대신 아예 파격적인 명칭으로 젊은층을 공략한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 변화에 대응한 식량정책 개선 방안(2018)’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쌀 소비량 감소율은 1인가구가 3.6%, 2인 이상 다인가구가 5%에 달한다. 통학 또는 출퇴근을 위해 혼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아침식사용 쌀 소비량 감소폭이 컸고, 2~3인가구는 저녁 쌀 소비량 감소폭이 컸다. 많은 국민들이 아침을 거르고, 저녁은 외식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정 내 식사 비중은 2018년 55%로, 5년 전(61%)보다 6%p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가정용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도시락용 쌀과 잡곡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14만7474톤이다. 일년새 무려 30% 증가했다. 잡곡 소비량도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잡곡을 1인당 연평균 1.5kg 섭취하는데, 10년 전(0.5kg)보다 3배 증가한 수치다. 




쌀 구매시 가격보다 품질·밥맛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농경연 조사결과 ‘고품질 쌀이 출시되면 돈을 더 내더라도 사먹겠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이 79%에 달했다. 쌀 식품업계는 이러한 소비 의향을 제품 출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혈당 조절 쌀, 다이어트 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성 쌀은 일반 백미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공급량보다 수요가 많은 실정이다.

기능성 쌀 수요에 주목한 현대백화점은 최근 혈당 조절 기능성 밥솥까지 론칭하며 식품업계의 ‘얼리어답터’ 공략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소비자들이 품종별·주산지별로 쌀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콘셉트 매장 ‘현대쌀집’도 주요 지점 식품관 내에서 운영 중이다. 이 매장에는 쌀 감별의 전문성을 갖춘 ‘쌀 소믈리에’
가 상주한다.


‘젊은 혼밥족, 워킹맘을 잡아라’ 이색 브랜드·소포장 쌀 눈길

최근 쌀 시장에서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튀는 제품명이 많아지고 소포장 제품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10kg들이 포대 구매율이 높은 편이지만, 1인가구와 노키즈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제품 구색도 다양해졌다. 포대 대신 종이 패키지에 보기좋게 포장한 1kg들이 선물용 쌀도 등장했다.

또 맞벌이 보관과 취반의 편의성을 높인 진공포장 쌀, 세척 쌀도 인기몰이 중이다. 롯데빅마켓은 2017년 ‘씻어나온 완전미 고시히카리’와 ‘씻어나온 완전미 아키바레’를 출시했다. 씻어나온 쌀은 쌀 도정 및 등급 선별 후 최소한의 수분으로 불순물을 없앤 쌀이다. 또 롯데마트는 씻어서 1인분씩 소포장한 ‘한끼톡톡’ 제품을 선보였다.

이색 쌀 브랜드로는 ‘언닌몇쌀’, ‘슈퍼우먼쌀’, ‘키스米’ 등 젊은층 감각에 맞춘 네이밍이 유행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품종과 기능성을 깐깐히 따지는 것과 달리 젊은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얼마나 흥미 유발을 하느냐가 구매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품 패키지도 원색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동원해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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