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는 “농협 하기에 달려 있다"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은 농협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농업·농촌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규모 2조2000억원, 조합원 수 1만8000명, 관내 14개 농협이 통합한 거대 조직… 규모 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량, 유통량, 제도개선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선두에 서있는 리더 농협을 찾아 미래를 물었다.




농협은 동사무소보다 중요한 곳일 수 있다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은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지역에 내려가 실무행정을 했고, 조합장으로 3선(4회 출마해 1회 낙선한 경력이 있다)에 성공한 것. 둘째, 중·소 규모 지역농협들을 통폐합해 국내 최대 농협으로 규모를 키운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는 것. 셋째, ICT 기반의 정보통신 기술과 자원순환 테크 등 첨단산업 활용 능력이 탁월한 점 등이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위 세 가지는 팩트다. 순천농협은 강성채 조합장 재임 기간 중 재정 건전성이 탁월하게 높아졌고, 경제 유통사업이 활발해졌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런 성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복’이 많은 것도 강 조합장의 특징 중 하나다. 1997년 농산물유통혁신유공 ‘산업포장’, 2009년 농산물유통혁신 농협육성유공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18년에는 한국능률협회 주관 ‘한국의 고객만족(CS)혁신리더상’을 받았고, 올해에는 농협중앙회의 ‘자랑스런 조합장 상’을수상했다. 그가 말하는 미래다.

“농협에서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언감생심 가능한 일이냐고 웃던 이들도 있었지만 작년에 4200만원을 넘겼어요. 배경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어찌됐든 근접해 가고 있잖아요? 방향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농협은 어떤 점에서 동사무소, 읍사무소보다 중요할 수 있어요. 농업의 대안으로서 중요한 곳이고 국민의 농협으로 역할을 해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죠.”


삼성의 과감한 미래 투자… 농협도 필요

강 조합장은 농산물 생산과 판매의 대안 찾기에 적극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부터 e-파머스 시스템을 설계했는데 현재 순천농협 e-플랫폼을 통해 개별농가들의 소비자 직접 거래가 가능하도록 지원되고 있다.

“APC, 개별적인 홈페이지나 쇼핑몰 구축 등등 그때그때 유통 시스템들이 개발됐지만 농가들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못 되었어요. 농협에서는 두 가지 방향의 플랫폼이 필요해요. 계통 출하를 통한 안정적 판매와 함께 농가들이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시스템적 뒷받침이 필요한 거죠. 우리는 그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입니다.”

삼성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행했듯이 농협도 마찬가지라는 비유를 했다. 그런 전환적 사고와 행동이 결행될 때 농협, 농업, 농촌의 미래에 희망이 생긴다는 것. 순천농협 조합장으로 그가 추진한 사업들도 많은 난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15년 전, 그가 상임이사 시절 기획했던 파머스마켓이 대표적 사례다. “손해나면 (당신이) 물어내라”는 험한 말을 들으며 강행했던 사업장이 지금은 효자사업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농업계가 자원순환 생명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태양광 산업, 음식물쓰레기의 자원순환형 활용 등을 장시간에 걸쳐 설명하며 “농업계가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없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

강성채 조합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동국대학교 농학과를 나와 농협에 입사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신유통기획단장, 성남유통센터개설단장, 농협유통청과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유통 중심 경제사업을 고루 경험했다. 2000년 돌연 중앙회를 사직하고 순천농협으로 내려 오는데 당시 과장급에 불과한 연봉을 감수했다고 한다. 순천농협 상임이사를 거쳐 순천농협 조합장에 당선됐지만 두 번째 선거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이 선거를 놓고 ‘일 따로 표 따로’란 말이 유행했다. 그는 ‘일만 잘해서는 안되고 소통의 중요성을 체험한 5년’이었다고 표현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했고 지난 3월 통합 순천농협 이후 처음 실시된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그가 주도한 순천농협파머스마켓은 순천농협 경영수익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고, 새롭게 개설한 온라인 플랫폼은 농가들의 판매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조합원들과 실시간 소통하기 위해 만든 앱을 개발, 스마트 사랑방에서도 활발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농협은 하향식으로 태동한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만 순천에서만이라도 대의기구나 시스템을 통해 운영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적응하려면 선진국보다 더 효율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그 대표적 모델을 만드는 중이라고 보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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