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궁금하다

오늘 아침 LPGA 에비앙 대회 우승 소식이 들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승자에 대한 찬사와 프로필과 성장과정 등등이 쏟아졌다. 어떤 분야든 정상에 오른 이들에게는 서너 가지 공통점이 나온다. 가장 먼저 노력의 흔적이 나오고, 두 번째는 실패나 시련의 시기를 어떻게 넘어섰는지에 대한 스토리(실패와 시련의 내용이 세고 자극적일수록 감동도 크다)가 나오고, 세 번째 쯤에는 그만의 노하우(일종의 차별성이다)가 나온다. 고진영의 그것은 ‘평소에 철학책을 많이 읽는다’로 등장했다.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노하우다. 철학책을 읽으며마음을 다스린다는 운동선수를 떠올리는 것은 신선하고 감미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가 읽는 철학책은 어떤 것들인지. 누군가 물어주고 답을 전해 주면 좋겠다… 아, 그러나 스포츠 기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훑고 있으니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회를 틈타 직접 확인할밖에.

누구나 가끔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괴로워할 때가 있다. 네이버에 물어보면 금세 해소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지식과 무관한 궁금증은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면, 내게는 비오는 날마다 찾아오는 궁금증이 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소설은 어떻게 교과서에 실렸을까. <소나기>의 주인공 소녀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관찰자 소녀가 같은 사람은 아닐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두 사람에게 어떤 섬씽은 분명 일어난 것 같은데, 그것은 어디까지였을까. 눈빛 썸? 포옹 썸? 키스 썸? 아니면 그 이상? 그렇게 궁금증은 더욱 커져, 소녀 옥희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대한 호기심 병에 걸려 비에 흠뻑 맞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소녀가 죽은 뒤, 뒷동산의 추억을 함께 나눈 소년이 어떻게 살았을지도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상상은 이제 발이 달려 제 맘대로 달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궁금증을 누가 해소해 주려나. 

얼마 전부터 네이버 모바일 시스템이 바뀐 뒤로 나는 다음을 이용하게 됐다. 네이버가 구글 흉내를 낸 데 대한 항의 차원의 자위이자 나이든 사람의 굴욕적 선택이기도 했다. 구글은 비어 있는 식탁에서 하나하나 코스를 찾아가는 서양 요리 시스템이고, 네이버와 다음은 온갖 반찬들을 한상에 차려놓고 선택해 먹는 한국 밥상 차림인데, 모바일 네이버는 코스 요리가 부러웠나 싶다. 그들의 미래 역시 궁금하다. 코스형 정보 찾기가 유리할지, 밥상형 정보 차림이 유리할지. 역시나 네이버나 다음에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인즉슨, 미디어의 본분이 그런 새로운 궁금증들을 풀어주는 게 아닐까. 예전의 미디어가 해온 역할을 이제 포털이 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미디어는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궁금증을 바꿔야 질문이 바뀌고, 질문이 바뀌어야 답변이 바뀌고, 내용이 바뀌면 스토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오늘 아침 고진영이 알려 주었다. 고진영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 책들은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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