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4만원 가까이 가던 게 지금은 1만5000원 받으면 많이 받는 겁니다. 농자재비에 박스값, 운반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어요.”

한달쯤 전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들은 하소연입니다. 몇 년 전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블루베리 농장을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초기엔 가격이 좋아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블루베리가 돈이 된다는 말에 너도나도 블루베리를 심다보니 공급량이 급속도로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산 체리의 수입도 늘었습니다. 그 결과, 가격은 좋은 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요즘 그는 폐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블루베리 농사를 부추긴 지자체를 탓하면서 말이죠. 그즈음 만난 한 체리농장주는 들쑥날쑥한 공판장 경락가격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6월초까지만 해도 1kg에 1만5000원 가던 체리가 보름만에 반값으로 폭락했으니 낙담할 만도 했습니다. 그는 억울한 마음에 동네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요량으로 가져갔던 체리를 되싣고 왔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자신은 그래도 나은 축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체리연구회에 속한 다른농가는 작황마저 나빠, 예약받은 주문도 취소해야 했다고 합니다.

농식품업계에 있으면서 한해, 두해 듣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양파 파동에(이 정도면 파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마늘값 폭락.

최근에는 과일 가격까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5kg 한 상자에 2만원이 넘던 복숭아가 1만4000원대에 거래되니, 폭락이라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지금이 제철인 자두는 농비 뽑기도 힘들만큼 가격이 바닥입니다. 그나마 포도 정도가 예년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공판장 관계자는 “우리도 가격을 지탱하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보지만 마땅한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농식품업계에 발을 디디면서 몇가지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중 하나가 가격의 급등락입니다. 오랫동안 담당했던 금융투자 분야에선, 50% 폭락이면 시장 참여자들의 동요가 엄청납니다. 그런데농업계에선,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정도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21세기에 말이죠.

혹시 답이라도 찾을까 하는 기대에 농식품 전문가나 농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해법을 묻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마뜩치가 않습니다. 해묵은 질문이라 그런지 성의도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해묵은 문제라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수급조절이든 유통혁신이든, 아니면 다른 별도의 방법이든 문제 해결에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 문제 외에 관련 부처가 할 일이란, 사실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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