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가

‘공부가 싫었다’는 사람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고졸(그것도 3류로 불리는 상업고) 출신으로 국내 최대 주류 회사 대표를 역임한 사람이다. 14년간 2위에 머물렀던 OB맥주를 1위로 올려놓고 1등 기업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준 장인수 전 OB맥주 부회장이다. 중학생 시절 기초를 놓치고 난 후 공부가 싫어졌다는 회고를 하며,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싫었던 세 가지를 더 밝혔다.

“첫째는 회의, 둘째는 교육, 셋째는… 인사를 나눌 때 책을 건네는
행위.”

누가 생각해도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을 그가 싫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들이 실무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다른 건 생략하고, 회의의 가치에 대해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회의를 하려면 모여야 하고,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를 해야 합니다. 칭찬받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고, 깨지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다수가 됩니다. 그런 회의를 왜 합니까? 회의를 위해 전날 준비하는 것부터 회의 이후 스트레스 받는 것까지 포함하면 3일을 소모하게 됩니다. 그런 회의를 왜 합니까?”

그런 회의를 왜 합니까?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린 회의하는 거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던 IT업계 대표가 떠올랐다. 그 회사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회의를 한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우리는 누구라도 회의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런 고민이 있어요, 회의 좀 해요’ 하면, 그 고민과 연관된 사람들이 모입니다. 고민을 함께 고민해 풀어가고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얻지요.”

물론 그렇게 해서 뚝딱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런 회의’는 ‘어떤 회의’냐, 그것이 문제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세상에는 왜 하는지 모르며 하는 회의가 참 많다는 사실. 2020년이 되기 6개월 전이다. 2010~2020년은 유통시장의 역사적 변화기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양석준 상명대 교수가 지난 10년의 소매업태 구도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발표했는데, 약간의 부연설명을 덧붙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식품 소매의 주업태인 대형마트(세력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주업태다)는 (반)가공식품 중심으로 변화하고 다채널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모색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미래 시장의 주역임은 이미 증명)은 HMR과 과일 등을 중심으로 지속 확대될 것이다.
MCN(Multi Channel Network) 유통이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다.
편의점/드럭스토어의 경우 HMR을 중심으로 식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독립형 식당들의 몰락이 예상된다.
결국, 농식품 유통의 Power 축이 대형마트 업태에서 미국의 Sysco와 같은
VAR(Value Added Reseller) 중심 업태로 넘어갈 것이다.


MCN 유통은…
YouTube 생태계에서 탄생하고 파생된 새로운 판매 플랫폼이다.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수익을 내는 채널이 많이 생기자, 이들을 묶어 관리해주는 곳이 생긴 것이 출발점이 되었다. 양 교수는 여러 유튜브 채널이 제휴해 구성한 MCN을 비롯해 1인 유통의 다양한 플랫폼까지 포함한 개념을 말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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