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가게에 갔다. 마음에 드는 구두를 고르고, 한쪽 발을 새 구두 에 넣어본다. 여성 점원이 말한다. 

“아니요, 그 발 말고 왼쪽을 신으세요.” 

그 발은 오른쪽 발이다. 갸웃. ‘두 발을 다 신어보고 걸어 보세요’라 고 했다면 이해가 금세 됐을 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 제가 좀 바빠서요’라는 답이 나왔을 텐데…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왜요?’ 하고 물었다. 그분이 웃으며 답했다.

“왼발이 오른발보다 크거든요.” 

아, 깜짝이야. 아내도 모르는 내 발의 비밀을 구둣가게 아주머니가 알고 있다니. 감동이다. 
“어떻게 아셨어요?”
“대부분 그래요. 오른손잡이죠?” 어머나, 또 깜짝이야. 아내도 아는 걸 이분이 또 알고 있네. 
“그것도 아시는군요. 놀랍네요.” 

그런데 오른손잡이와 발의 크기가 무슨 상관이람.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의 몸이 균형을 잡기 위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오른손을 많이 쓰 니까 발은 왼발이 조금 큰가 봐요. 왼손잡이들은 오른발이 조금 크답니다.” 

아주머니가 갑자기 아름다워 보였고 군말 없이 그 구두를 사버렸다.

세계 인류 중 오른손잡이가 90%라고 한다. 그러니 왼손잡이는 10%겠지. 모든 나라가 그 런 것은 아니고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과학자 ‘신박사’는 이렇게 얘기 했다(그분도 어딘가에서 인용한 것이겠지만). 

한국인은 95%가 오른손잡이(즉 왼손잡이는 5%)이고 미국과 영국 문화권에서는 12~15% 가 왼손잡이(즉 오른손잡이는 85~88%)이며 아랍권에서는 왼손잡이가 1%도 되지 않는 다는 거다.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옳고 왼손잡이는 그르다는 편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집단문화,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의지 때문이라는데… (사실은 어떤 것도 정확한 해석이라 할 수는 없다. (https://brunch.co.kr/@sciforus/98)

새 구두를 신으면 당분간 발은 불편하고 기분은 상쾌하다. 구두는 늘 이렇게 말한다. 발 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 하지만 새 구두는 반대로 말한다. ‘발이 편하다고 해서 마음이 편 한 것은 아니다.’ 몸에 안착하기 전까지, 완전히 내것이 되기 전까지의 새것은 늘 미심쩍고 불편하니까 그렇다. 의식하지 않고도 내몸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새것은 헌 것이 되고 헌 것은 점차 지루해진다. 

우리는 늘 새것을 찾아다닌다. 새것, 새 일, 새 사람, 새 장소, 새 만남… 새 구두를 사고 헌 구두를 버린 게 몇 번이나 될까 헤아려봤지만 ‘분명 내가 한 일인데’ 헤아려지지가 않는다. 다만 왼발이 오른발보다 크다는 걸 알려준 구둣가게는 처음이었다. 구둣가게를 나올 때 그 녀가 한마디 더 던졌다.

“발은 아침보다 저녁때가 더 커요. 하루종일 걸으면 발이 좀 붓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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