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탐방 | 대아청과 경매사 추천

“이성재 농업인은 일반 유통 상인들과 달리 산지의 계약 농장들을 직접 관리하며, 특히 품질 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병해충 예찰을 하십니다. 최상 등급 배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농업에 대한 애착이 많으신 분입니다.” 
 -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사

 

“제천에서 농사짓는 땅이 10만평, 전국 산 지에서 관리하는 밭 10만평, 합쳐서 20만평 (66ha) 땅에 배추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성재 농업인은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나 고자란 토박이 농사꾼이다. 26년째 배추 농 사를 하며 산지 수집상을 겸해 제법 큰돈을 만졌다. 배춧값이 금값이던 시절엔 연매출이 43억원까지 치솟았다. 수확한 배추는 그가 조합원으로 있는 봉양농 협과 전국 각지의 도매시장에 출하한다. 서울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인천 삼산시장, 부산 반 여시장 등 방방곡곡이 거래처다. 경매사들 사 이에 그는 ‘배추 도사’로 통한다.

배추 농사 성패 좌우하는 미국선녀벌레 방제에 주력 이 씨가 어릴 적 부모님은 수박 농사를 했다. 수입은 꽤 괜찮았지만 농사로 더 ‘성공’하고 싶 어 수박밭을 갈아엎고 대규모 영농 계획을 세 웠다. 파고드는 성격과 비상한 두뇌도 한몫했 다. 훗날 외교관이 된 동네 형을 장기 시합으 로 매번 이길 만큼, 머리 굴리는 덴 자신 있었 다. 배추밭을 일구고, 산지 수집상으로 생업 에 나섰다. “

고랭지배추 산지인 강원도 강릉의 안반데기부터 월동배추 농사짓는 전남 해남까지, 전국 에 안 다닌 데가 없어요. 수집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약 치는 일까지 직접 다 했다니까 요.” 계약을 한 농가가 일손이 부족하거나 작황이 나빠 농사를 망치면 결국 그 손해가 이 씨에 게도 미치기 때문에 전국을 누비며 농사를 거 들었다. 아예 농약값만 대고 이 씨에게 농사 를 맡겨버리다시피 하는 농가들도 많았다. 

요즘 가장 주력하는 건 돌발 병해충인 미국선 녀벌레를 방제하는 것이다. 미국선녀벌레 애 벌레는 배춧잎을 갉아먹어 상품성을 해치는 대표적 해충인데, 2015년 무렵부터 전국 주요 배추 산지에서 기승을 부리며 농사를 망치는 주범이다. “이놈들은 한번 눈에 띄면 밭에 금방 다 퍼져 손을 쓸 수가 없어요. 미리 방제하는 게 최선 이에요.” 

밭이 넓은 만큼 농약 값도 만만찮다. 1.5ha (4500평) 밭에 농약 한번 치는 데 많게는 120 만원까지 든다. 10만평 농사에 농약값만 기천 만원 든다. 최근 몇 년간은 배추 시세도 전국 적으로 낮다보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인 근 평창의 대형 농자재 가게를 애용하고 있다. 

“농산물 수집상은 스트레스가 엄청 심한 직업이에요. 시세가 널뛰면 금전적 손해를 입기 도 하고, 그러다보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 람들이 1년에도 몇 명씩 돼요.”

이 씨는 수집 상의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배 추 시세가 평년보다 낮아 농가들의 시름이 깊 었다. 5월에도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전 년(4640원) 및 평년(5830원)보다 낮은 3370 원(10kg·상품 기준)에 그쳤다. 생산량 증가로 겨울 저장배추 출하량이 늘고 시설 봄배추 출 하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배춧값이 회복되려면 건설 경기가 살아야 돼 요. 함바집(건설현장 식당)에서 김치를 많이 담가야 배추 소비가 늘지.”

이성재 농업인은 경기가 되살아나 농촌에 활 기가 돌고, 평년 가격을 밑도는 전국의 배추 시세도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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