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는 한국 농업·농촌에 새로운 바람이 될 것입니다”

안재경 국장은 로컬푸드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던 초기부터 애정을 갖고 깊이 관여해왔다. 로컬푸드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유통채널임과 동시에 한국 농촌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안재경 국장을 서대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농협경제지주 푸드플랜국은 로컬푸드와 연합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푸드플랜국 직원들이 지방 출장이 잦은 이유다. 국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육이나 강연, 업무 협의 등 지방을 찾을 때가 많다. 그중 안 국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농가를 찾는 일이다. ‘농협의 존재가치는 농업인’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안 국장은 로컬푸드가 농업인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효시인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의 출발선이 정확히 그 지점이었다.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가 처음 꿈꾸던 게 출하농가들에게 월 100만원 소득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어요. 국내 농가 중 연간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농가가 44만1000가구로, 전체의 40.5%에 이릅니다. 소농들이 연평균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해볼만한 것 아닐까요. 우리 예상으로는 직매장 확대로 2022년에는 약 10만 농가가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걸로 봐요.”


로컬푸드 성공의 조건

다양한 로컬푸드 성공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안 국장은 소농들이 소득을 창출한 여러 사례를 털어놨다. 2013년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서 만난 할머니도 그중 한분이다. 이전까지는 돗나물이나 냉이 등을 캐서 시장을 내다팔던 분이었다. 그러던 차에 상관농협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다. 그걸 계기로 밭에 채소를 키워 매장에 내놨는데, 한달 평균 40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할머니로선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걸로 손주들 용돈을 줬는데, 그 뒤로 자식들이 시골집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안 국장은 “로컬푸드로 농촌 분위기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근 김병원 농협 회장의 소개로 알게 된 충남 천안시 지정호 씨는 진일보한 로컬푸드 활용 사례다. 직장생활을 하다 5년 전 귀농한 그는 950평 밭에 비닐하우스 6동을 설치해, 당근, 양파, 파 등의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놀라운 건 이곳에서 연간 1억3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닐하우스 한동에 세 두덕을 만들어서 각기 다른 채소를 키우고 있는데, 관주를 채소마다 다르게 해요. 해마다 작물을 바꿔심어서 연작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요. 가서 보시면 얼마나 지혜롭게 농사를 짓는지 알게 될 거예요.”

여기서 나온 채소는 반은 로컬푸드 직매장에, 나머지 반은 학교 급식으로 유통된다. 주목할 점은 지 씨의 농협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는 점이다. 그에게 지역 농협의 개선점을 묻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조합은 농업인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고 말할 정도다.

지 씨가 로컬푸드를 통해 성공적으로 귀농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천안시라는 큰 소비처가 인근에 있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일정한 소비처가 주변이 있으면 로컬푸드가 제대로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 씨처럼 도시 인근에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잘 활용하면 1000~2000평 농사만으로 연간 1억원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게 현실화되면 귀농인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마련된다.

농업인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로컬푸드는 건강한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에 수확해 영양소가 살아 있는, 신선한 농산물을 먹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은 큰 만족을 얻는다. 동시에 로컬푸드 소비 자체가 고령농업인, 귀농인들의 정주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도 일조하는 셈이다. 다양한 작물로 구색을 갖추는 것도 로컬푸드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다. 로컬푸드와 학교 급식 등에서 다양한 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시 인근에서는 품목 다양화만으로도 연간 5000만원 소득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안 국장의 생각이다.



농협, 로컬푸드 지원 확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200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로컬푸드는 출하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하회는 보통 10~20명으로 시작해 500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지역 농협이 출하회 농가 대상 교육을 담당하고, 농협경제지주 푸드플랜국은 교육 매뉴얼을 제공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되는 농작물의 안정성 검사도 푸드플랜국의 몫이다. 안 국장은 “로컬푸드는 결국에는 친환경 농산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토양개선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교육·운영 지원과 함께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 로컬푸드 직매장 신설에 따른 비용의 50%를 농협에서 지원한다. 농협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1100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직매장이 확대되면 현재 3082억원인 거래액도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로컬푸드는 새로운 먹거리 유통문화입니다. 뿐만 아니라 산지와 매장, 관련 산업 등에서 건강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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