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맛·마케팅 삼박자로 젊은층 사로잡는 거창 벌꿀

거창 북부농협은 벌꿀 사업으로 연간 4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최근엔 손잡이가 달린 유리병인 캐닝머그 포장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북부농협 가공사업소가 자리한 경남 거창군 웅양면은 해발 1000m가 넘는 남부의 명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의 울창한 숲은 꿀벌들의 좋은 생육지여서 벌꿀 농업이 성업을 이룬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곳도 농촌 고령화를 피해가진 못했다. 세월이 지나며 농가들은 하나둘 양봉업을 접기 시작했다. 한때는 700호에 달했던 양봉농가들이 지금까지 80호로 줄었다. 양봉업 사양화를 좌시할 수 없었던 북부농협은 1992년 식품공장을 준공하고 가공사업에 돌입했다.

‘하성 1등급 벌꿀’
홈쇼핑·온라인 판매 인기

지난해 전국의 벌꿀 농사는 흉년이었다. 봄·여름 기상 이변과 전염병이 원인이었다. 봄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아카시아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하더니, 여름엔 극심한 폭염으로 꿀벌 천적인 등검은말벌이 활개를 쳤다. 바이러스성 꿀벌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도 10년째 퍼지고 있었다. 꿀 생산량이 급감하자 가격은 치솟았다. 북부농협은 수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아카시아 꿀 수매 가격이 1드럼(200리터)당 350만원에 달했다. 전년도보다 약 20% 높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소셜커머스 업체에서 북부농협 꿀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며, 지난 4월엔 NS홈쇼핑에서 방송도 했다. ‘하성 1등급 꿀’이란 브랜드로였다. 이 브랜드는 거창군에 남아있는 백제시대 돌성 ‘하성’에서 따온 이름이다.

“홈쇼핑은 그전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데, 방송 반응이 좋을 땐 1회당 최대 3000세트씩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요.”

10년째 가공사업을 맡고 있는 최병윤 북부농협 가공사업소 과장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벌꿀 생산량이 급감했음에도 홈쇼핑 방송 물량을 맞출 수 있었던 건 80여 농가에서 십시일반 수매한 덕분이다. 지난해 수매량은 약 1000드럼으로, 무게로는 약 300톤에 달한다.

축평원 지정 꿀 등급판정 업체로 도약


북부농협에선 ‘잡화꿀’을 팔지 않는다. 대신 ‘야생화 꿀’을 판다. 시중에 판매하는 잡화 꿀은 아카시아 꿀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통하며, 가격도 좀더 저렴한 편이다. 북부농협도 잡화꿀을 수매하지만 어감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야생화’란 이름으로 통일했다. 주로 피나무, 때죽나무 꽃 등에서 채취한 꿀이 해당된다.

“벌꿀은 3등급으로 나뉘어요. 스탠다드, 스페셜, 프리미엄 등급 순이죠. 스탠다드 이하는 등급 외로 쳐요. 북부농협은 최소한 스탠다드 등급 이상의 꿀만 수매해 고품질을 유지하죠.”

최 과장이 ‘하성 꿀’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채취한 꿀은 엄격한 시료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벌꿀 고유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45℃ 이하의 저온 진공 농축기로 수분을 농축하고 불순물 제거 과정을 거친 뒤 최종 포장된다.

꿀은 유통기한 대신 1년의 등급 유지 기한이 적용된다. 채취한 지 1년이 지나면 등급 판정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북부농협 꿀은 대부분 2년 내 전량 판매된다. 북부농협은 오랜 업력과 신뢰도 덕분에 2014년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부터 꿀 등급판정 시행업체로 지정됐다. 신제품 개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신규 단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투박한 튜브 형태 또는 단순한 유리병 제품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캐닝머그 제품을 개발했다. 무게도 줄여 kg 단위가 아닌 550g 들이 소포장 제품으로 공략에 나섰다. 라벨 디자인도 변화를 줬다. 촌스러운 이미지 대신, 흑백 꿀벌 이미지를 새겨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지난해 가공사업소가 HACCP 인증을 받으면 서 사업은 더욱 탄력받았다. 그동안의 성과로는 농협중앙회에서 5차례 경영 우수상을 수상한 것과 경상남도 추천 벌꿀로 선정된 이력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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